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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체조 마루운동 2연패 위업…25년 만에 단일종목 연속 우승 [항저우AG]

기사입력 2023.09.28 18:05 / 기사수정 2023.09.28 18:0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남자 체조 베테랑 김한솔(27·서울시청)이 아시안게임 체조 남자 마루운동 2연패를 일궈냈다.

김한솔은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승에서 14.900점을 얻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나란히 14.333점을 얻은 장보헝, 린샤오판(이상 중국)이 차지했다.

김한솔은 5년 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 2연패에 성공하면서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도마를 연거푸 석권한 여홍철 현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에 이어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을 2연패 일궈낸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아시안게임 2연패로 따지면 2006년 도하 대회 안마와 2010년 광저우 대회 마루운동에서 종목을 달리해 정상에 오른 김수면에 이어 우리나라 체조 선수로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을 2회 연속 우승이다.



김한솔은 이날 출전자 중 가장 먼저 뛰는 약점을 극복하고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체조 경기에서는 연기 순서가 무척 중요한 편이다. 심판이 채점하는 종목 특성상 첫 순서 선수에겐 엄격하고, 나중에 연기하는 선수에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김한솔은 난도 6.0점짜리 기술을 펼쳐 실시점수(수행점수) 8.900점을 받았다. 공중에 높이 비상해 깔끔하게 착지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 덕분에 비교적 높은 실시점수를 챙겼다. 같은 난도 6.0점짜리 기술로 응수한 린샤오판과 6.1점짜리 장보헝이 실시 점수에서 크게 깎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날 마루운동에선 착지 실수를 범한 장보헝이 이후 경기장 밖을 살짝 벗어나는 실수까지 범했음에도 감점을 당하지 않는 등 홈 이점을 안게 되자 살짝 긴장하는 표정을 보였으나 우승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관중에 인사했다.



김한솔은 결승에서의 첫 번째 연기라는 것 외에도 팔꿈치 부상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 더욱 값진 금메달로 평가받는다.

김한솔은 도약력이 좋고 연기도 깔끔해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체조 대표팀 단체전 성적 향상에 큰 힘을 보태왔다. 현재 아시안게임과 같은 기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치러지는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는 김한솔을 제외한 대표팀 1진이 파견됐다.

이 대회에는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이 걸려 있어 대한체조협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아시안게임에는 2진을 보내고, 세계선수권대회에는 1진을 파견했다. 남자 체조 6개 종목을 고루 잘 뛰는 류성현(한국체대), 이준호(전북도청), 이정효(국군체육부대) 등 1진 선수들과 같은 레벨인 김한솔이 졸지에 '2진'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데에는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김한솔은 작년 전국체전이 끝난 뒤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1년 이상 고생했다. 서로 부딪치는 뼈를 깎아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2023년에 아시안게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가 열린 통에 곧바로 수술대에 오를 수 없었다. 김한솔은 왼쪽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를 뛰었다.



김한솔은 생애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세계선수권대회에 제가 가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팔꿈치 부상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링, 철봉 종목을 기권했다"며 "중요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료들의 사기를 꺾지 않을까 걱정했고, 팀원들이 더 힘들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세계선수권대회에 가지 못한 서운함은 없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어 "올해 전국체전이 끝난 뒤 바로 수술할 예정인데, 재활을 충실히 해 우선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뛰고 싶다"고 각오를 전한 뒤 "또 많이 훈련하면 재발할 우려가 크겠지만, 한 번 부딪혀볼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나름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항저우에 왔는데 2연패를 통해 적중했다.

김한솔은 사실 금메달을 따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 직전까지 갔다가 통한의 은메달을 추가한 적이 있다.

마루운동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 환하게 웃으며 시상대의 주인공이 됐지만, 도마에서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품에 거의 안았다가 심판에게 경기 종료를 알리는 인사를 하지 않아 2위에 머물렀다. 체조에서는 연기 후 끝났다는 표시로 심판과 눈을 마주치거나 묵례해야 한다. 



김한솔은 28일 마루운동 2연패를 달성한 뒤 다시 하얀 이를 보이며 껄껄 웃더니 "하도 인사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오늘은 끝나고 정말 열심히 인사했다"고 기쁘게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중국 선수들과 치열한 눈치 싸움이 있었다.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마지막으로 출전한 장보헝이 김한솔보다 0.1점 높은 난도 6.1의 기술로 뒤집기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보헝이 막판 착지에서 흔들린 덕에 김한솔이 금메달의 주인이 됐다. 장보헝이 막판 부담에 흔들린 대목을 두고 김한솔은 기싸움에서 자신이 앞선 것으로 풀이했다.

김한솔은 "난도에서 장보헝에게 0.1점 뒤졌지만, 착지 때 살짝 움직이느냐, 아예 안 움직이느냐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차이였다"며 "중국 선수가 잘하려다가 크게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한솔은 "우리나라 선수로는 세 번째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인사 때문에 놓친 도마 금메달을 이번에는 꼭 따려고 했는데 단체전 예선에서 실수한 바람에 아쉽게 됐다. 그거 말고는 이번 대회에서 생각한 것을 이뤄 기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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