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참 바람직하다.
"얘, 제 이야기 했어요?" 26일 고척스카이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마치고 저마다 흩어져 인터뷰 중이었다. 투수 원태인(삼성)은 한창 대답 중인 투수 박영현(KT) 뒤로 지나가며 슬쩍 압박을 넣었다. 자기 이야기를 하라는 것. 3년 터울의 선배다운 카리스마였다.
박영현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슬라이더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태인이 형이 나와 체인지업 각도도 비슷하고 거의 똑같은 유형의 투수라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형이 슬라이더 던지는 것을 보고 배웠는데 잘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잘 배운 것 같다. 하루만에 적용해 바로 던졌다. 형 이야기를 기사에 꼭 넣어달라"고 힘줘 말했다.
박영현은 상무전서 9회초 대표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1, 2루 승부치기 상황서 중책을 맡았다. 선두타자 허인서를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속 천성호도 4구 만에 삼진으로 처리했다. 나승엽은 3루 뜬공으로 제압했다. 실점은커녕 주자들의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그 뒤엔 원태인의 슬라이더와 깊은 가르침이 있었다.
승부치기 상황과 관련해 박영현은 "딱히 의식하진 않았다. 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며 "점수를 주지 않을 생각으로 투구했지만, 혹시 실점하더라도 내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우선이었다. 편하게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대표팀 소집(23일) 하루 전인 지난 22일 KIA전서 2이닝 무실점 투구 후 실전 등판이 없었다. 그는 "조금 쉬었는데도 컨디션이 무척 좋아졌다. 올 시즌 들어 최고인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KT에선 필승조의 핵심이었다.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박영현은 "모든 선수가 중요한 상황에 나가야 해 부담감이 있지만 모두 좋은 투수들이다. 코치님들께서 상황별로 결정하시는 것에 따라 등판하겠다"고 밝혔다.
베테랑 마무리투수 오승환(삼성)의 열혈 팬으로 유명하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이던 지난 19일 삼성과의 수원 홈경기서 만나 값진 조언을 들었다. 당시 오승환은 박영현에게 "대표팀에서 배우려 하지 마라. 너 또한 잘해서 뽑힌 것이다. 대회에 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라"라고 했다. 박영현은 "선배님께 금메달 따서 돌아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다. 박영현은 "너무 좋다. 다들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기대된다"며 "선수들을 믿고 다같이 경기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영현은 다시 한 번 "태인이 형 이야기는 꼭 넣어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진심인 듯했다. 2022년 KT의 1차 지명 박영현과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 원태인, 둘의 우정은 계속된다.
사진=고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