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사흘 연속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른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 황선우(20)가 또 하나의 금메달 수확에 나선다.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는 주종목 자유형 200m에서 'No.1'을 증명하기 위한 레이스를 준비한다.
황선우는 27일 오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 출전한다. 황선우는 예선 3조, 4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황선우는 예선 3조에서 홍콩의 허 싱 입(1레인), 베트남의 도 은곡 빈(2레인), 싱가포르의 림 글렌 준 웨이(3레인), 일본의 마노 히데나리(5레인), 인도의 나타라이 스리하리(6레인), 이란의 소흐란 마틴(7레인), 오만의 알 아다위 이사 사미르 하메드(8레인)와 경쟁한다.
황선우는 지난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 시작 이후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자유형 100m 동메달을 시작으로 25일에는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의 역사를 썼다. 마지막 영자로 나서 '금빛 역영'의 순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계영 800m는 7분01초73으로 아시아 기록을 새로 수립해 겹경사를 맞았다.
황선우는 26일 출전한 혼계영 4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자유형 영자로 나선 황선우가 3분32초05로 터치 패드를 찍고 한국 기록을 2초20 앞당기는 쾌거를 이뤘다. 사흘 연속 시상대에 오르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황선우는 혼계영 400m 은메달 직후 "종전 한국 기록을 거의 2초가량 앞당겼는데 같이 레이스를 펼친 형들과 동생들이 너무 잘해줬다"며 "너무 뿌듯하고 앞으로 이 멤버로 한국 기록을 계속 단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황선우의 시선은 주종목 자유형 200m로 향한다. 일찌감치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가운데 이번 대회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황선우도 "27일 내 주종목 자유형 200m 경기가 이어지는데 자유형 100m에서는 내 모든 걸 뽑아내지 못했다"며 "(자유형 100m) 기록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계영 800m 금메달 획득과 함께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고 오늘 혼계영 4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냈다. 구간 기록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만 잘한다면 자유형 200m에서 내가 열심히 훈련한 결과물을 최대한 끄집어내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는 총 3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엔트리 기록으로는 일본의 마쓰모토 카쓰히로가 1분44초98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그 뒤를 중국의 단거리 에이스 판잔러(1분45초00), 황선우(1분45초36)가 잇고 있다.
올해 기세만 놓고 보면 황선우가 단연 앞선다. 황선우는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6초69, 준결승에서 1분45초07로 페이스를 끌어올린 뒤 결승에서 1분44초42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마쓰모토는 안방 일본에서 열린 대회임에도 자유형 200m 예선에서만 1분46초44로 황선우에 앞섰을뿐 준결승에서 1분45초97에 그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마쓰모토보다는 판잔러가 황선우의 경계 대상 1호다. 판잔러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6초49로 황선우보다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준결승에서 1분46초05로 뒤처지면서 이 종목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판잔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6초97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 금메달에 도전했던 황선우는 48초04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판잔러는 이후 남자 자유형 50m 동메달, 단체전 계영 800m 은메달과 혼계영 400m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순항 중이다.
황선우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판잔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조금 더 분발이 필요하다. 지난 25일 계영 800m 결승 마지막 영자로 나섰을 때 기록은 1분45초04로 절정의 경기력을 뽐냈던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때와 차이가 있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똑같이 계영 800m 결승에서 마지막 영자로 나섰던 판잔러가 1분44초77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황선우의 자유형 200m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100%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일본의 마쓰모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영 800m 결승에서 황선우, 판잔러처럼 일본의 마지막 영자로 나섰지만 기록은 1분45초59로 3명 중 가장 떨어졌다. 이번 대회 퍼포먼스로 한정하면 자유형 200m 결승 금메달 다툼은 황선우, 판잔러의 2파전으로 압축된다.
언론에서는 황선우, 판잔러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를 부각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가까워졌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숱한 국제대회에서 함께 물살을 가른 '정'이 적지 않게 쌓인 것으로 보인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 예선 종료 후 판잔러에 대해 "아시아 단거리에서 가장 빠른 선수이기도 하고 착한 동생"이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판잔러가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아시아 기록을 수립하고 우승하자 "축하하고 나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판잔러 역시 "황선우와 나는 경쟁자이자 친구다. 황선우가 좋은 경기를 해서 기쁘다"라며 국경을 뛰어넘는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황선우처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황선우와 함께 자유형 200m에 출전하는 이호준도 충분히 이 종목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다크호스다.
이호준의 자유형 200m 최고기록은 1분45초70이다. 이번 대회 계영 800m 결승에서 두 번째 영자로 나서 1분45초36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한 만큼 상승세를 바탕으로 입상권 진입을 노린다. 이호준은 예선 5조 5레인에서 결승 진출을 노린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