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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금메달' 계영 800m 대표팀 "2년간 노력, 꿈꿔왔던 순간이다" [항저우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3.09.26 06:15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남자 수영 '드림팀'이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역사적인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항저우에서 애국가를 크게 외쳤다.

황선우(20), 김우민(21), 양재훈(25·이상 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시청)이 나선 한국 남자 계영 대표팀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800m 계영 결승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수영 종목 금메달을 싹쓸고 있던 아시아 최강 중국(7분03초40), 종전 아시아기록(7분02초26)을 보유한 일본(7분06초29)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한국은 이날 오전 열린 계영 800m 예선부터 우승후보에 걸맞은 경기력을 뽐냈다. 전날 자유형 100m 예선과 결승에 출전했던 '원투펀치' 황선우와 이호준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았지만 결승 진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유연(23)과 김건우(23)가 황선우, 이호준을 대신해 예선 레이스를 펼쳤다.

한국은 7분12초84를 기록, 예선 2조 1위는 물론 1~2조 전체 13개국 중 1위로 결승행 티켓을 얻었다. 예선에서 마지막 영자로 나선 김우민이 아시아 중장거리 1인자의 위용을 과시하는 무시무시한 막판 스퍼트를 보여주면서 일본을 제친 장면은 계영 800m 아시아기록 경신과 금메달을 예고편이었다.

결승에서도 한국 남자 수영의 '황금세대'는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한국은 이날 결승에서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과는 다르게 계영 전문 양재훈을 맨 먼저 배치하고 에이스 황선우를 기존 1번이 아닌 맨 마지막 4번 영자로 배치하는 깜짝 전술을 들고 나왔는데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양재훈이 중국, 일본 강자들 사이에서 잘 버텼고, 이호준이 역전한 뒤 김우민이 중국 왕하오위와 차이를 쭉쭉 벌렸다. 그리고 황선우가 판잔러의 추격을 불허하며 골든 터치를 했다.



한국은 양재훈이 맨 먼저 스타트를 끊어 1분46초83을 기록, 2위로 통과한 뒤 2번 영자 이호준이 중국의 스타 수영 선수 왕순을 뒤집어 1위로 올라섰다. 400m를 통과할 때 기록은 3분32초19로 중국의 3분32초64보다 0.45초 빨랐다.

이어 나선 3번 영자 김우민은 전날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왕하오위를 멀리 떨어트렸다. 한국은 김우민이 자신의 레이스를 마쳐 600m 지점에 다다랐을 때 5분16초69를 찍어 중국의 5분18초63보다 1초94나 앞섰다.

그리고 에이스 황선우가 나서 중국의 강자 판잔러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영자 4명이 200m씩 나눠 뛰는 계영에서 판잔러는 이 종목 세계적인 강자 황선우를 결코 추월할 수 없었다. 결국 황선우가 레이스를 마쳤을 때 한국은 중국을 1.67초 차로 누르고 이겼다. 일본이 전신수영복 시절이던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14년 묵은 아시아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한국이 수영 경영 단체전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 갯수를 1로 바꿨다.




황선우는 계영 800m 금메달 시상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동료들과 계영 800m 결승에서 호흡을 잘 맞췄고 한국 기록, 아시아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며 "코치님과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늦은 밤까지 응원해 주신 팬들과 국민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 수영은 역대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1982년 뉴델리 대회 여자 혼계영 400m 동메달을 시작으로 총 26개의 단체전 메달을 따냈지만 금메달은 단 한 개도 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은메달 3개, 동메달 23개를 기록 중이었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 단체전 정상에 서지 못했던 건 중국, 일본을 넘지 못한 탓이었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중국, 꾸준히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쏟아낸 일본에 밀려 아시안게임 무대 단체전 금메달은 멀게만 보였다.

하지만 단거리 황선우, 중장거리 김우민이라는 재능이 2020년대 등장하고,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호준이 최근 2년간 조금씩 반등하면서 아시안게임 800m 계영 금메달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800m 계영 결승에서 7분06초9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 6위라는 영광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비록 입상은 불발됐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한수영연맹은 올해 초 2차례나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계영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의 호흡과 기록은 일취월장했고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과 7분04초07의 한국 신기록 경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대표팀의 꾸준한 성과에 자연스레 시선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향했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까지 중국, 일본이 이 종목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한 것도 한국에는 호재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수영 종목 첫날 자유형 100m에서 중국의 단거리 에이스 판잔러가 46초97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신예 왕하오위가 은메달을 따내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800m 계영 우승은 이변 없이 한국의 차지였다.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6개를 노리는 한국 수영은 남은 남자 자유형 200m(황선우, 이호준), 400m, 800m, 1500m(이상 김우민)를 통해 목표 달성에 다가선다.



다음은 기자회견 선수들의 일문일답


-(황선우에게)전날 자유형 100m 동메달을 땄고 오늘은 계영 800m 금메달이다. 기분이 어떤가.

황선우 "자유형 100m 경기에서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따내서 기쁘기도 했지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계영 800m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이 종목 아시아 기록까지 깼는데 대한민국 수영팀이 좋은 기세를 탄 것 같아 만족한다."

-(황선우에게)동료들과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 세대'라는 평가를 받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황선우 "한국 수영 대표팀의 기세가 많이 올라왔고 선수들의 평균 기록도 많이 올라와서 르네상스라고 불러주시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기록과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계영 800m 경기도 세계 기록(6분58초55)과 비교해 처음보다 10초 가량으로 줄였는데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김우민, 이호준에게)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대표팀을 드림팀이라고 불리는데 기분은.

이호준 "도쿄 올림픽부터 우리 계영 800m가 국제무대에 발을 내디딘 이후 2년간 계속 기록을 줄여나갔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는데 꿈꿔왔던 순간이다. 이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알맞은 보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계영 800m 목표를 이뤘지만 개인전이 남아있고 선수별로 목표가 남았다. 이 부분들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김우민 "계영 800m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내 경기를 처음 시작했다. 스타트가 좋아서 남은 경기도 부담 없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훈련했던 만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인민일보 기자가)중국이 전날 7개 금메달을 땄고 오늘도 성적이 괜찮다. 중국이 혹시 한국팀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나.

양재훈 "전날부터 중국이 잘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목표로 했던 부분을 하려고 계속 훈련을 해왔다. (중국 수영이 잘하고 있다고)스트레스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 우리가 할 일에만 집중했다"



-(황선우에게)그동안 계영 800m 준비 과정에서 대표팀 전체가 자신감 넘쳤는데 이 정도 기록을 예상했나.

황선우 "우리 멤버들과 2년간 앞만 보고 준비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7분06초대로 시작해 오늘 7분01초대까지 5초를 줄이는데 2년(실제로는 지난해 부다페스트부터 1년) 걸렸다. 우리가 목표했던 걸 이뤄냈는데 이 기쁨을 멤버들과 같이 누리고 싶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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