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선발투수가 실점을 최소화하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투수교체 이후 흐름이 완전히 한 쪽으로 넘어갔다. 비슷한 패턴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내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것이 시즌 초부터 베테랑에 기댔던 SSG 랜더스 불펜의 현주소다.
SSG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4차전에서 2-5로 패배하면서 연승에 실패했다. 시즌 성적은 63승1무61패(0.5081)가 됐고, 승률에서 5위 KIA 타이거즈(61승2무59패·0.5083)에 밀린 SSG는 5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박세웅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7이닝 동안 107구를 던졌고, 7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으나 잦은 출루 허용에 비해 실점이 적었다.
그러나 타선도 1회말 추신수, 4회말 최정의 솔로포를 제외하면 득점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 롯데 선발 박세웅에 끌려다녔다. 결국 김광현은 7이닝을 던지고도 패전 위기 속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8회초에 2실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게 결정적이었다.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한 '1984년생' 노경은은 올라오자마자 정훈과 전준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데 이어 무사 1·3루에서 유강남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SSG 벤치는 주저하지 않고 투수교체를 단행했고, 아웃카운트 없이 안타 3개를 내준 노경은은 곧바로 '1983년생' 고효준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고효준은 첫 타자 니코 구드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1사 1·2루에서 롯데 신인 내야수 정대선에게 좌전 안타를 헌납했다. 그 사이 2루주자 안권수가 홈까지 파고들었고, 노경은의 실점은 1점 추가됐다. 두 팀의 격차가 3점 차까지 벌어지면서 SSG의 추격 의지도 꺾일 수밖에 없었다.
SSG 입장에서는 점수 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믿을 만한 투수들을 내보내면서 반전을 노려보려고 했다. 어느 팀이든 1~2점 차면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SSG는 시즌 내내, 그것도 30대 후반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들에게 무거운 짐을 맡겼다. 두 투수는 각각 65경기에 출전, 팀 내 최다 경기를 소화했다. 지금 잠깐 좋을 수는 있어도 이 선수들이 향후 2~3년 혹은 그 이상을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시즌 초중반까지 어느 정도 버틴다고 해도 그게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다.
실제로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을 비교했을 때 두 선수 모두 후반기 들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전반기 38경기 31⅔이닝 3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6이었던 고효준은 후반기 27경기 21⅓이닝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하고 있고, 노경은 역시 전반기(39경기 41이닝 6승 3패 1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5)보다 후반기(26경기 28⅔이닝 2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08) 성적이 좋지 않다. 9월 이후만 놓고 보면 두 선수 모두 평균자책점이 6점대에 달한다.
젊은 불펜투수가 없진 않다. 이로운(42경기)이나 최민준(41경기)이 비교적 많은 경기를 뛰긴 했다. 그러나 팀이 정말 필요로 할 때 활용할 만한 카드가 없다. 지난해 베테랑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준 김택형(64경기), 장지훈(40경기)이 군입대로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한순간에 불펜이 위태롭게 된 건 그만큼 불펜 운영에 대한 준비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령 SSG가 중위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단기전의 특성상 문승원 등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불펜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노경은과 고효준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올 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가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사진=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