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7.19 10:10 / 기사수정 2006.07.19 10:10
[엑스포츠뉴스=문인성 기자] 18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진 기술위원회의 2006 독일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50여 명의 취재진과 이영무 기술위원장, 신현호 기술위원, 최경식 기술위원이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영무 기술위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대체로 힘든 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추첨 이후에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팀들에 대해 분석을 했었을 텐데, 그것이 월드컵 본선에서 얼마나 맞아떨어졌나?
▲ (최경식 위원) 스위스에 관한 부분은 내가 분석을 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베스트일레븐 중 10명이 우리와의 경기에 그대로 출전을 했다. 토고도 기술위원회가 올해 1월 초에 모임을 하면서 분석을 했다. 그러나 평가전들을 지켜봤지만 수시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팀이라 분석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프랑스는 예상대로 본선에 올라오면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스위스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하다는 것을 이미 분석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비를 했지만 결국 센데로스로부터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대체로 우리가 분석한 것이 그대로 나왔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 내용들을 중심으로 우리 조별리그 상대팀들에 대한 전술운영 능력과 장단점들을 파악해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전달했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 토고 같은 경우는 쿠바자와 아데바요르가 투톱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을 했고, 그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 유럽 현지 적응문제 있었던 것 같다. 컨디션이 1,2차전에서 살아나지 못한 것 같은데 월드컵 직전에 훈련이나 평가전에 관해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최경식 위원) 토고전에 모든 것을 100% 맞춰놓고 있었다. 일단 토고전에 체력이나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사실 비기거나 지면 16강이 힘든 상황에서 토고를 1승 제물로 생각했고, 상대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첫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토고전에 중점을 두게 되었는데, 맞췄는데 여기서 월드컵 직전에 다른 나라로 이동을 해서 평가전을 가지고 하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축구문화와 유럽의 축구문화가 다른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그 오후를 쉬고 다음날 이동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유럽 같은 경우에는 경기가 끝나면 샤워하고 바로 숙소로 이동을 한다. 그러한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간격을 조금 좁히고 효율적으로 조율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노르웨이 전지훈련 등 유럽에서 가진 훈련이 적절했다고 평가하는지?
▲(이영무 기술위원장) 전지훈련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기후가 조금 차갑긴 했지만 훈련에 집중하기가 좋았다. 특히 자고 나면 공기가 맑아 무척 상쾌했으며 선수들의 피로회복이 빠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훈련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누어져서 시행되었고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이 높다 보니까 간혹 부상을 입는 선수들이 몇 명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큰 문제점 없이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 일부에서는 전지훈련 장소 선택에 있어서 무리가 있었다 생각한다. 평가전도 잦은 이동이 있었다. 그것이 일부의 시각이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시각이 잘못된 것인지?
▲(신현호 위원) 문제는 그것이다. 질문의 요지가 우리가 토고전에 임했을 때 100%의 컨디션이었는지에 대한 여부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2002한일월드컵과 비교하면 2006 독일월드컵은 그 분위기나 여건이 다르다. 100%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이야기다. 어떠한 지역에 갔을 때 기후나 분위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 100%라고 말하면 그 누구도 그것을 맞추기는 어렵다.
- 얼마 전 모 잡지에서 최진철 선수가 스위스전에서 미드필더를 거치는 공격 플레이를 하고 싶었으나 감독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패스를 길게 차서 공격하는 '롱패스' 위주의 공격을 펼치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그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실수는 아니었는지? 선수들이 전술변화에 혼란을 느낀 건 아닌지?
▲(이영무 기술위원) 토고전에서의 3-4-3 포메이션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평가전을 통해서 한번쯤은 실험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기회가 없던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스리백은 우리 선수들에게 익숙한 수비구성이다. 장점들을 잘 알고 있고,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늘 포백수비로 훈련을 해오다 갑자기 스리백으로 바뀌게 되니까 조금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경직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최경식 위원) 상대적이다. 축구는 상대적인 것이고 상대성에 맞춰야 한다. 상대 선수에 맞춰서 포메이션과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포백에서 롱킥으로 공격을 시작한 것은 바로 상대가 미드필더 지역에서 압박이 심해 쉽게 패스를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리백이 한번에 전방으로 길게 패스해주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후반에는 포메이션 변화와 함께 미드필더를 거치는 플레이가 이루어졌고, 역전도 하고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다. 프랑스전도 마찬가지다. 전반전에는 부진했다가 후반에서는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무 기술위원장)내가 만약 아드보카트 감독의 입장이었다면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포백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토고전에 임했을 때는 포백수비가 불안했을 것이다. 특히 쿠바자와 아데바요르 같은 공격수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래서 아드보카트 감독도 스리백으로 바꾼 것 같다. 토고전에서는 우리가 전반에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움츠리는 경기를 펼치다 보니 부진했다고 생각한다. 미드필더를 거쳐서 공격하는 양상이 조금 부족했다. 특히 이호 선수 같은 경우는 처음 월드컵에 뛰어서 긴장을 했는지 패스연결이 잘 되지 못했다. 또한, 벤치에서는 상대가 강하게 압박을 해오니까 롱패스 위주의 공격을 펼치라고 주문을 한 것 같다. 스위스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드필더를 거쳐서 공격을 하고 측면공격이 이루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 입장에서는 최전방에 포진한 조재진이 롱패스를 모두 공중에서 받아 동료에게 패스를 잘 연결해주면서 공격이 살아나니까 그러한 전술을 선택한 것 같다.
- 아드보카트 감독이 월드컵 전 유럽선수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유럽선수들 중 어떤 선수는 선발로 나오지 못하거나 후반에 교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은 기자들에게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을 하는데 막상 경기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선수출전에 관한 것은 감독의 권한이다. 그러나 아까 기술위원회가 밝혔듯이 이호 선수가 불안했다면 왜 이을용 선수는 나오지 못했는지 알고 궁금하다. 유럽선수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어떠한 문제점이 드러났는가?
▲(이영무 기술위원장)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가 대표팀의 연습을 지켜봤을 때는 안정환 선수가 항상 주전으로 출전을 했다. 그래서 안정환 선수가 주전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조재진 선수가 나왔다. 물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안정환을 전방에 투입하고 뛰게 하다 보면 추후에 게임이 풀리지 않았을 때는 조재진을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경기 초반에는 몸싸움이 무척 치열하니까 조재진을 먼저 투입하고, 경기 후반에는 몸싸움이 치열하지 않은 틈을 노려 안정환을 투입해 공간이 많이 나는 상황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볼 때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이것은 감독에 따라 상대적으로 선수기용과 전술선택이 다를 수 있다. 이호와 이을용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이을용은 패스나 볼키핑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강한 몸싸움을 펼치고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은 비록 패스연결 능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호가 훨씬 어울린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이을용 대신 이호를 투입한 것 같다.
- 토고전에서는 후반에 다득점을 노려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공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롱패스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월드컵 이후에 이러한 문제점에 관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영무 기술위원장) 토고전에서 우리가 공격을 하지 않고 공을 돌린 것은 반드시 1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다. 결과적으로 무리수를 띄워 한 골을 더 넣었다면 우리가 스위스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입장이 되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그 당시에는 우리가 반드시 승리를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1승을 하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신현호 위원) 아쉬움이 남는다면 바로 그 부분이다. 상대 한 명이 적은 상황에서 우리가 프리킥 상황에서 왜 공격을 하지 않고 볼을 돌려야 하는지 안타까웠다. 토고는 실점을 더 할 수도 있었던 팀인데 우리가 비겨서 16강에 가느냐, 이겨서 16강에 가느냐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을 돌려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감독도 원정에서의 1승을 가져가고 싶었고, 승점 3점을 먼저 챙기고 다음 경기를 생각하자는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위스를 이겨서 16강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감독이 잘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권한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
- 대회 끝나고 아드보카트 감독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영무 기술위원장) 떠난 사람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박주영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박주영 선수는 컨디션이 좋았다. 훈련하는 것을 지켜본 결과 한번쯤은 경기에 내보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처음에는 박지성 선수가 측면 공격수로 포진하면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의기소침해 하는듯했으나 대표팀 훈련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박주영의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하여 스위스전에 선발출전시켰다는 이야기를 했다.
-월드컵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해달라
▲(이영무 기술위원장) 우리가 다음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을 만난다면 토고전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차기 감독일 오게 되면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 많은 면에서 교훈을 얻었다.
(신현호 위원) 축구라는 것은 성경처럼 진리가 없다. 결국,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감독을 평가하자면 100점짜리 감독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체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해서 더 연구하겠다.
최경식 위원) 일단 원정에서의 1승은 토고전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전체적으로 1승 1무 1패의 성적이 무난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16강에 탈락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멕시코 같은 경우에는 승점 4점만으로도 16강에 올라갔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우리는 차기 대회를 잘 준비해야 할 것이고, 중장지적이고 복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월드컵 이후에 정확한 평가는 없고, 그저 잘 싸웠다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감독을 새로 영입하면서까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때는 목표가 1승 1무 1패는 아니었을 텐데, 그러한 목표가 있었을 때 아드보카트 감독은 성공적인 감독이었다고 생각하는지?
▲(이영무 기술위원장) 약 6개월 동안 아드보카트 감독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사실 그에게 있어서 9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감독이 팀을 맡아서 성적을 내는 데는 적어도 2년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팀워크를 다지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수들을 격려해주며 자신감을 주는 지도자다. 선수들도 그러한 면에 의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또한, 그는 훈련에는 훈련에 집중하고 카리스마 있게 지도하는 리더십이 있어 내게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체로 우리 선수들이 전술을 이해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면이 있다. 유럽선수들의 장점은 오늘 모여서 당장 내일모레 시합에 나가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의 말이다.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에 가보면 유소년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전술 이해 능력이 몸에 익숙해 있다. 우리가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한 우리의 부족한 면을 우리가 세밀하게 잘 전술적으로 지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도자마다 다 색깔이 다르겠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아쉬움이 남는다면 바로 세밀함의 부족이었다.
-이제 베어백 감독 시대다. 수석코치가 감독을 이어받았을 때는 전임 감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체력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지적을 기술위원회가 했다. 베어백 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데 적임자인지? 또한, 우리 대표팀에 있어서 감독으로서 적임자인지?
▲(신현호 위원): 기술은 우리가 못 가르친 것이다. 그러한 기술적인 향상의 임무를 감감독에게 전가하는 것은 가혹한 것이다. 적어도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는 3~4년이 걸린다. 한국사람이 감독을 맡아도 4년은 걸린다. 하물며 외국인은 그것이 더 힘들다. 그러나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같은 세계적인 감독 밑에서 배운 베어벡 코치였기에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제일 잘한 것은 바로 핌 베어벡을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월드컵 직후 아드보카트 감독이 1승 1무 1패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나 기술위원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건 아닌지?
▲(최경식 위원) 그런 것은 아니다. 적어도 1승 2무가 되어야 16강에 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1승 1무 1패로 만족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기술축구를 통해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 줘야 한다. 우리 한국축구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기술적인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볼 때 8년, 10년 뒤에는 기술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개인기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의 개개인의 개인기가 정상적으로 갖춰지지 못하면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홍명보 코치도 말했지만 개인기의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이 16세가 되면 개인기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발전을 모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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