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김지수 기자) 3년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남자 축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을 경기 내내 몰아붙인 끝에 전반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북한은 19일 중국 진화시 저장사범대학 동경기장(zhejiang Normal University East Stad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전반전을 2-0 리드로 마쳤다.
북한은 골키퍼 강주혁을 비롯해 수비수인 주장 장국철, 김경석, 김유성 등 3명으로 백3 카드를 들고나왔다. 중원은 김국범, 백청성, 강국철, 리일성 등 4명이 배치됐고 공격은 김범혁, 리조국, 김국진 등 최종 엔트리에 공격수로 분류된 5명 중 3명을 선발 출전시키며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북한은 전반 초반부터 대만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스피드가 느린 대만의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수많은 공격 찬스를 만들어냈다.
선제골도 빠른 시점에 터졌다. 전반 6분 리조국의 중거리 슛이 대만의 골망을 흔들면서 1-0으로 먼저 앞서갔다. 북한은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로 대만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리조국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공이 대만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고 대만 골키퍼는 완전히 역동작에 걸려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오른 북한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비 라인을 깊숙하게 내리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태세를 유지했다. 이어 전반 12분 추가골을 얻어내며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추가골을 북한의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가 빛났다. 전반 내내 빠른 돌파와 드리블로 대만 수비를 괴롭혔던 백청성이 대만의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완벽한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연결했고 쇄도하던 김국진이 컷백으로 마무리하면서 골맛을 봤다.
백청성의 돌파에 이은 택배 크로스, 김국진의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까지 물 흐르듯 연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상대가 약체 대만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대만은 공수 모두에서 북한에게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볼 컨트롤, 킥 등 기본기 부족 속에 유의미한 공격 기회 창출이 거의 없었다. 외려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사이의 격이 전반 20분 이후 크게 벌어지면서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북한은 전반 30분 이후에도 강도 높은 압박을 유지했다. 2골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간 끝에 전반전을 2-0 리드 상태로 마쳤다.
북한 축구는 지난 2020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조별리그 탈락 이후 지난해까지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 우려를 이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중도 기권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도 2024 U-23 아시안컵 예선 무단 불참을 AFC에 통보하기도 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출전을 결정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인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는 대만, 인도네시아, 키르기기스탄과 F조에 편성돼 토너먼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을 지휘 중인 신용남 감독은 외부적으로 어떤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