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32년 만에 동남아 국가와 홈에서 친선 경기를 치른다. 올 초까지 박항서 감독이 이끌었던 베트남과 내달 붙는 것으로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오는 10월 17일 열리는 국가대표팀 친선 A매치 상대를 베트남으로 확정했음을 알린다"며 "이로써 10월 A매치 기간 대표팀 친선경기는 13일 튀니지, 17일 베트남과 치르게 된다"고 했다.
킥오프 시간은 두 경기 모두 오후 8시다. 장소는 튀니지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고 베트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베트남전은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였다. 베트남축구연맹이 지난달 한국과 원정 평가전 계획을 공개한 것에 이어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도 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은 지난달 21일 공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확인했다.
클린스만은 "내가 약팀과의 평가전을 원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게 주어진 현실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을 뿐"이라면서 "10월에 유럽은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치르고 남미는 월드컵 예선이 있다. 강팀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 대비해 아시아팀을 물색하게 된 거다. 난 늘 세계 최고의 팀들과 맞붙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축구계에선 클린스만이 내년 1월 아시안컵 대비 한국을 상대로 내려서서 비기기에 치중하는 팀과의 모의고사가 필요하다며 동남아 팀을 원했다는 후문도 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8일 영국 카디프에서 웨일스와 클린스만호 출범 뒤 첫 원정 경기 및 첫 유럽 국가와의 A매치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이어 13일 오전 1시30분엔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같은 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 원정 두 번째 평가전을 벌인다.
내달 13일 홈에서 붙는 튀니지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출전국이다. 지난 3월과 6월엔 한국과 일본이 두 팀을 초청해 서로 한 팀씩 번갈아 싸우는 A매치 일정을 소화했다. 3월엔 양국이 우루과이, 콜롬비아를 초대했다. 6월엔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불러들였다.
내달 A매치 일정 때도 튀니지는 한국전을 치르고 일본으로 가서 일본과 붙는다.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전만 소화한다. 일본은 한국-튀니지전이 열릴 때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북중미 캐나다를 맞는다.
한국 축구가 홈에서 동남아 팀과 A매치 친선 경기를 가장 최근에 치른 것은 지난 1991년 6월 당시 친선 토너먼트 대회인 대통령배에서 인도네시아와 대전한밭운동장에서 격돌한 것이다.
이후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등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냄에 따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아시안컵 예선을 제외하고는 동남아 국가와 한국에서 A매치 친선 경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 월드컵 16강에 오른 팀이 32년 만에 동남아 팀을 불러 평가전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오게 됐다. 2016년 태국와 평가전을 하는 등 원정에선 몇 경기를 했으나 홈 평가전은 4반세기 넘어 처음 하게 됐다.
지난 2017년 박항서 감독이 건너가 동남아 최강은 물론 아시아 신흥 다크호스로 떠오른 베트남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로 28위인 한국과 큰 차이가 난다. 클린스만호 출범 뒤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다.
다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같은 해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선수권대회 우승, 2019년 UAE 아시안컵 8강,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을 통해 아시아 내 축구 실력이 급부상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홈에서 중국을 격파하고 일본과 원정 경기에서 비겨 아시아 축구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귀중한 A매치데이에 비싼 표를 팔면서까지 동남아 국가와의 경기를 수만 관중 앞에 불러다놓고 경기하는 게 맞느냐에 대한 의문은 베트남전 가능성이 커질 때부터 흘러나오고 있어 이번 베트남전 효과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게 됐다.
클린스만호는 베트남전을 끝으로 11월부터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 및 아시안컵 본선 일정에 돌입한다.
우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시작한다. 11월16일엔 홈에서 2차예선 첫 경기를 벌이는데 1차예선 싱가포르-괌 승자와 격돌한다. 이어 11월 21일엔 '소림축구' 중국과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는 2022 카타르 아시안컵 일젇을 1월에 소화한다. 내년 1월15일 바레인전, 20일 요르단전, 25일 말레이시아전을 치르며, 성적에 따라 토너먼트에 올라 16강부터 결승까지 소화한다.
클린스만은 취임 기자회견부터 이 대회 우승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8일 웨일스전 졸전 뒤 경질 가능성이 부각된 뒤에도 개의치 않고 아시안컵 우승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물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 명문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축구계에서도 이번엔 우승할 적기로 여겨지고 있으나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이 부실하고, 독일을 4-1로 이긴 일본 축구의 상승세가 커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린스만호는 아시안컵이 끝나면 다시 내년 3월 태국과 월드컵 2차예선 홈앤드어웨이 경기를 한 뒤 6월에 싱가포르(혹은 괌)와의 원정 경기, 중국과의 홈 경기를 한다.
◆ 한국축구대표팀(클린스만호) 전적 및 일정
2023년 3월24일 한국 2-2 콜롬비아(울산문수축구경기장) 득점 : 손흥민(2골)
2023년 3월28일 한국 1-2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인범
2023년 6월16일 한국 0-1 페루(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2023년 6월20일 한국 1-1 엘살바도르(대전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의조
2023년 9월8일 한국 0-0 웨일스(영국 카디프)
2023년 9월13일 한국-사우디아라비아(영국 뉴캐슬)
2023년 10월13일 한국-튀니지(서울월드컵경기장)
2023년 10월17일 한국-베트남(수원월드컵경기장)
2023년 11월16일 한국-싱가포르(혹은 괌)
2023년 11월21일 한국-중국
2024년 1월15일 한국-바레인
2024년 1월20일 한국-요르단
2024년 1월25일 한국-말레이시아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