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9:26
스포츠

골대가 살렸다…클린스만호, 웨일스와 졸전 끝 0-0 무승부→'첫 승' 5수 도전 실패 [한국-웨일스 리뷰]

기사입력 2023.09.08 05:37 / 기사수정 2023.09.08 05:4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 최정예 멤버를 내세운 클린스만호가 웨일스 원정에서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3월과 6월에 치른 총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를 기록한 것에 이어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비겨 5경기 동안 승리가 없게 됐다. 역대 외국인 감독 데뷔 후 무승 신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대표팀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수비를 맡았다.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 홍현석이 중원을 구성했으며 손흥민과 조규성이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황희찬과 황의조, 오현규, 양현준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반면, 웨일스는 유럽선수권대회 여파로 인해 예고했던대로 1.5군으로 맞섰다. 4-3-3으로 나선 웨일스는 대니 워드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네코 윌리엄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 코너 로버츠가 백5를 형성했다. 해리 윌슨,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브레넌 존슨과 네이선 브로드헤드가 투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벤 데이비스, 조 로든, 브레넌 존슨이 선발로 출전하면서 손흥민과 전·현 토트넘 동료들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2무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다. 6월 A매치에서도 남미 복병 페루에게 패하더니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조차 이기지 못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 경기 바로 전, 일본에게 0-6 완패를 당한 팀이었기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인 것도 아니다. 이번 웨일스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과 리오넬 메시 경기를 챙겨본다는 등 대표팀과 하등 관련 없는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본인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 클린스만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판이 계속되는 와중에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소집선수 명단 발표까지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한국 복귀 대신 유럽에 머물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에 참석하는 등 대표팀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행사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A매치 준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클린스만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대표팀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선발됐다. 심지어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황희찬과 조규성, 오현규를 모두 불러들여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했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강인과 김진수, 송범근 등은 제외됐다.





소집 기간이 겹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교통정리'도 했다. 이에 따라 백승호와 송민규(이상 전북 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드레스덴)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창원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할 수 있도록 이번 유럽 원정에는 제외했다.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과 관련해 클린스만은 "선수들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 도중 교체아웃된 두 공격수의 소집 강행 의사를 밝혔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면서 이번 웨일스전이 고비가 될 거라고 분석했다. BBC는 7일 "클린스만, 승리가 없는 한국 감독에게 시간이 촉박한가?"라면서 "승리가 필요한 건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 뿐만이 아니다"라고 클린스만 역시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부진한 성적, 잘 풀리지 않는 업무 방식으로 부임 6개월 만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홈에서 열린 4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월드컵 예선 뿐만 아니라 1960년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인 1월 아시안컵을 위한 이상적인 준비가 아니다"라고 클린스만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왔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보도자료 공개 논란 등을 지적한 BBC는 마지막으로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될 수도 있다"며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클린스만이 이번 웨일스전을 통해 첫 승을 따내고 여론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킥 오프 전 양 팀 주장이 나와 인사를 나눴다. 토트넘 동료이기도 한 한국 캡틴 손흥민과 웨일스 캡틴 데이비스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심판들과도 악수하면서 경기 전 페어플레이를 약속했다.

원정팀 한국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초반부터 대표팀이 위기를 맞았다. 전반 2분 이기제가 왼쪽 측면에서 김민재의 패스를 받지 못하고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다. 웨일스가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고, 정승현이 잘 차단한 뒤, 김민재가 걷어내 위기를 넘겼다. 1분 뒤, 이기제가 장기인 왼발 킥을 이용해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공을 보내봤으나 조규성에게 연결되지 않고 골키퍼 품에 안겼다.

웨일스가 강한 전방압박으로 대표팀을 괴롭혔다. 대표팀은 웨일스의 압박에 쉽게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웨일스도 공격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마무리 패스가 되지 않으면서 결정적인 장면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전반 7분 김민재가 길게 전방으로 연걸한 공은 홍현석에게 연결되지 못했다. 홍현석이 공을 탈취해 조규성에게 넘겨줬지만 웨일스 수비가 쉽게 차단했다. 이후 대표팀이 서서히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기회를 엿봤다. 측면에서 짧은 패스를 돌리며 웨일스 수비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김민재와 황인범의 패스미스가 나오며넛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할 뻔 했지만 곧바로 수비에 성공해 실수를 만회했다. 설영우는 네코 윌리엄스의 드리블 돌파를 잘 막아냈다.

코너킥으로 웨일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코너킥 공격은 무위에 그쳤지만 암파두가 흘러나온 공을 잡아 중거리 슛을 때렸다. 공은 정승현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몸으로 막아냈다.

대표팀의 중원이 뻥 뚫렸다. 웨일스의 패스 플레이에 허리 라인 공간이 무너졌고, 해리 윌슨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줬다. 다행히 윌슨의 슛을 김승규가 선방해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오랜만에 대표팀이 웨일스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이기제가 조규성에게 찔러줬고, 조규성이 공을 받아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홍현석에게 내줬다. 하지만 부심의 기가 올라갔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반 18분 손흥민의 슈팅이 나왔다. 중원에서 머물던 손흥민이 홍현석과 패스를 주고 받은 후 오른발로 감아찼다. 하지만 웨일스 수비가 너무 많았다. 웨일스 수비가 쉽게 몸을 막아냈다. 대표팀이 계속 공을 소유하며 기회를 노렸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 황인범이 길게 공을 뿌렸다. 이 패스도 웨일스 수비가 쉽게 걷어냈다.

웨일스가 다시 한 번 대표팀 중원 사이 틈을 파고들었다. 후방 침투 패스가 윌슨에게 연결됐고, 윌슨이 빠르게 한국 선수 둘 사이를 빠져나가 드리블 했다. 공간을 내준 홍현석이 달려와 파울로 끊어냈다. 웨일스 공격을 막아낸 후 대표팀이 공격에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전진 패스가 부정확 해 소유권을 다시 내줬다.

전반 23분에는 설영우가 상대 패스 길목을 잘 읽고 깔끔하게 차단했다. 설영우가 이재성에게 패스를 건넸고, 이재성이 절묘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벗겨냈으나 재차 달려든 수비에게 막혀 공을 빼앗겼다.

쿨링 브레이크가 짧게 주어졌다. 선수들이 물을 마시러 벤치 쪽으로 향했고, 클린스만은 특별한 지시 없이 선수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경기가 재개된 후 박용우의 패스 미스가 나왔다. 웨일스가 공격으로 이어갔고, 정승현이 잘 걷어냈다. 다시 공을 잡은 웨일스 수비가 브레넌 존슨에게 한 번에 연결했다. 하지만 존슨의 터치가 조금 길었다.

전반 28분에도 후방에서 패스 미스가 나왔다. 중계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지만 패스가 그대로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웨일스가 공격을 이어갔고, 다시 중원과 수비 틈 사이를 파고든 후 컷백을 시도했다. 정승현이 태클로 막아내면서 코너킥이 선언됐다. 웨일스의 헤더 슛이 골대 위를 넘어가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표팀은 계속해서 최전방 조규성에게 긴 패스를 공급했으나 웨일스 수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또한 후방에서 계속 패스 미스가 나오면서 스스로 기회를 날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전반 33분에도 웨일스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패스가 끊겨 위기를 초래했다. 설영우가 깔끔한 태클로 막아냈으나 또다시 공을 빼앗겼다.







전반 36분 이기제가 왼쪽 측면에서 아무런 수비 방해 없이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조규성이 쇄도하면서 머리를 갖다대보려고 했지만 아쉽게 닿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홍현석도 공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웨일스 수비가 깜짝 놀랐을 만큼 날카로운 킥이었다.

이어 손흥민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빠른 드리블 돌파로 웨일스 수비를 흔들었고, 박스 밖 오른발 감아차기로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김민재와 손흥민의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손흥민이 웨일스 수비 빈 공간으로 침투하자 김민재가 정확한 패스로 한 번에 연결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곧바로 웨일스의 공격이 나왔고, 유효 슈팅까지 연결됐다. 다행히 김승규 정면으로 향하면서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전반전은 추가시간 없이 0-0으로 종료됐다.





웨일스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 2명을 바꿨다. 존슨과 암파두를 불러들이고 키퍼 무어, 조 모렐을 투입했다. 대표팀은 변화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다.

후반 초반 대표팀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 설영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웨일스 수비를 지나쳐 이재성에게 연결됐다. 이재성은 슈팅을 때리지 않고 홍현석에게 원터치 패스를 내줬다. 홍현석도 슈팅을 때리지 않고 리턴 패스를 내줬으나 부정확한 패스로 기회가 무산됐다.

대표팀이 계속해서 측면 공격을 시도했다. 설영우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웨일스 측면을 허물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패스 정확도였다.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웨일스의 실수가 나왔다. 센터백 조 로든이 조규성과 볼 경합 후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발목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멀리 가지 못했다. 조규성이 잡아 소유권을 되찾아왔고, 코너킥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황인범과 이기제가 한 차례 호흡을 맞춰봤지만 이기제의 마지막 터치가 길어 그대로 골라인 아웃됐다.

후반 11분 이기제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후 조규성에게 컷백을 내줬고, 조규성은 박스 밖에서 대기하던 손흥민에게 흘려줬다. 공을 잡은 손흥민이 노마크 찬스에서 자신있게 슈팅을 때려봤지만 힘이 너무 실린 나머지 골대 위를 크게 넘어갔다. 후반 13분에는 스로인 상황에서 조규성이 핸드볼 파울을 저질렀다.

대표팀이 공세를 이어갔다. 박스 안으로 수비를 몰아넣은 후 황인범이 과감한 중거리 슛을 때렸다. 공은 아쉽게 골대 옆으로 벗어났지만 대표팀이 서서히 점유율을 늘리며 경기를 주도했다.

직후 양 팀 모두 선수 교체를 진행했다. 대표팀은 황인범과 홍현석을 빼고 이순민과 황희찬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이순민은 이 경기를 통해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웨일스도 선수를 대거 교체하며 로테이션을 돌렸다. 네코 윌리엄스, 해리 윌슨, 조던 제임스를 빼고 웨스 번스, 애런 램지, 조시 시핸을 투입했다.

대표팀이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기회를 엿봤다. 후방에서 차분히 공을 돌리면서 웨일스 수비를 끌어당겼다. 웨일스는 전반전만큼 강한 압박을 하지 않고 지키는 수비를 펼쳤다. 틈이 보이자 한 번에 파고 들었다. 후반 19분 설영우가 툭 찍어찬 패스를 황희찬이 절묘한 턴 동작으로 연결해 수비를 이겨냈다. 골라인 부근까지 돌파한 후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려봤지만 웨일스 수비가 걷어냇다.

대표팀이 실점 위기를 넘겼다. 키퍼 무어로부터 시작된 웨일스의 공격이 매서웠다. 후반 20분 손흥민의 공을 끊어낸 메팜이 박스 안까지 드리블 한 후 높게 크로스를 올렸다. 키가 큰 무어가 설영우와의 공중볼 싸움을 이겨내고 헤더로 연결했다. 김승규 골키퍼 반대로 향한 공은 골대 상단을 때렸다. 뒤따라 침투한 램지에게까지 연결됐지만 램지가 슈팅을 때리지 못했고, 수비가 걷어냈다. 하지만 다시 웨일스가 공을 잡아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으나 다행히 골문 안으로 향하진 않았다.

후반 23분 김민재가 상대와 공중볼 다툼을 벌인 후 경기장 위에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한 김민재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일어섰다. 후반 25분에는 웨일스가 코너킥 공격을 통해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조 로든 머리에 정확히 배달됐고, 로든의 헤더를 김승규가 집중력을 가지고 잘 잡아냈다. 대표팀도 설영우의 크로스로 웨일스 골문을 노려봤지만 조규성에게 연결되지 않고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전 쿨링 브레이크 타임이 주어지자 클린스만은 전반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웨일스는 쿨링 브레이크 직후 브로드헤드를 빼고 데이비드 브룩스를 내보냈다. 대표팀 역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조규성 대신 이번 여름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노리치 시티로 임대 이적한 황의조를 투입했다.

웨일스 수비수 메팜이 쓰러졌다. 후반 30분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웨일스 선수들과 손흥민이 주위를 둘러싼 가운데 웨일스 의료진이 달려와 스트레칭을 도와줬다. 메팜은 큰 문제 없이 일어났다.

답답한 흐름잉 이어지자 손흥민이 중원 지역까지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중원에서 볼 줄기가 원활하게 돌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주위 선수들의 침투 움직임이 적어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손흥민도 좌우 횡패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후반 중반에 접어들자 웨일스가 더욱 내려앉았다. 모든 선수들이 중앙선을 넘지 않고 수비에 집중했다.

후반 막바지에 접어들자 선수들 체력이 떨어졌다. 중원을 지키던 박용우도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대표팀은 박용우를 불러들이고 이동경을 투입했다. 동시에 이재성을 빼고 양현준을 내보냈다. 양현준도 이순민과 같이 이번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40분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해 기회를 만들었다. 수비가 달려오자 한 번 접어놓은 후 중앙으로 내줬다. 하지만 미리 패스 길을 예측한 웨일스 수비가 차단했고, 이동경이 태클로 끊어냈으나 반칙이 선언됐다.

후반 41분 벤 데이비스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와 김승규 사이 공간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궤적이었고, 김승규가 팔을 쭉 뻗어 쳐냈다.

이후 웨일스가 두 차례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으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면서 대표팀이 위기를 넘겼다. 추가시간 없이 후반전도 종료됐다.

클린스만호는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웨일스전을 마친 클린스만호는 같은 영국 동부도시 뉴캐슬로 넘어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준비한다. 한국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전을 치른다. 한국은 당초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겨룰 예정이었으나 계약 체결 전 멕시코가 중계 등을 이유로 유럽에 오지 않고 자국에서 호주와 평가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역시 멕시코와 9월 평가전이 무산된 사우디와 영국에서 경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사우디는 최근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시키고 2026년까지 거액에 계약하는 파격적인 행동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A매치를 한국과 치르는 셈이다.

특히 클린스만 못지 않게 만치니 감독도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목표로 내건 터라 13일 한국-사우디전은 아시안컵 우승 구도를 미리보는 경기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21년 만에 진출했다. 이번엔 그런 뉴캐슬의 홈구장을 대주주가 속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인 사우디가 쓰게 됐다.





태극전사들은 사우디전을 마치면 내달 두 차례 친선 경기를 치르며 2026 월드컵 본선 준비와 2023 아시안컵 모의고사를 벌이게 된다. 우선 10월13일 북아프리카 강호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이겼던 튀니지와 첫 경기를 하게 된다.

튀니지는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지난 7차례 월드컵 중 5차례 본선에 오르는 등 아프리카에서 꾸준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비록 5번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선 1승씩 챙기며 자존심을 세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한니발 메브리, 프랑스 몽펠리에 공격수로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전 결승포 주인공인 와비 카즈리 등이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전 이후 태극전사들은 동남아 베트남과 10월17일 홈 평가전을 벌일 것이 유력하다. 한국 축구가 동남아 팀과 홈에서 A매치를 치르기는 지난 1991년 대통령배에서 인도네시아를 초청한 이후 32년 만이다. 베트남전 초청 이유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아시안컵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대비하기 위한 클린스만의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클린스만은 "나도 강팀과 하고 싶었으나 유럽선수권 예선이 벌어지는 등 여의치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베트남과 경기하는 상황이라고 사실상 반박했다.

대표팀은 10월 A매치 뒤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 돌입한다. 우선 11월16일엔 홈에서 2차예선 C조 1차전을 치르는데 아직 상대국이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10월12일과 17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괌-싱가포르 승자와 붙는다. 싱가포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8위, 괌이 204위여서 싱가포르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11월21일엔 C조 2차전 중국 원정을 한다. 중국전은 순위 경쟁을 떠나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2017년 3월 중국과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0-1로 충격패하면서 월드컵 본선행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전 패배가 도화선이 되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6월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앞두고 경질됐다.

클린스만이 계속 지휘봉을 잡더라도 중국 원정에서 패하면 더 큰 경질 압력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전이 끝나면 63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내년 1월15일 중동의 복병 바레인과 아시안컵 E조 1차전을 치르게 되며 20일엔 같은 조에서 한국과 가장 견줄만 하다는 요르단과 2차전을 벌인다. 그리고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와 25일 조별리그 3차전을 한다.

16강에 오르면 본격적인 우승 항해에 나선다.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면 D조 2위를 만나는데 D조가 일본, 이라크,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짜여져 있어 이라크 혹은 베트남과 격돌할 공산이 크다. 8강에 오르면 숙적 이란과 준결승 티켓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4강에 가면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만날 수 있는 후보들이다.


◆ 클린스만호 전적 및 일정

2023년 3월24일 한국 2-2 콜롬비아(울산문수축구경기장) 득점 : 손흥민(2골)

2023년 3월28일 한국 1-2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인범

2023년 6월16일 한국 0-1 페루(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2023년 6월20일 한국 1-1 엘살바도르(대전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의조

2023년 9월8일 한국 0-0 웨일스(영국 카디프)

2023년 9월13일 한국-사우디아라비아(영국 뉴캐슬)

2023년 10월13일 한국-튀니지

2023년 10월17일 한국-베트남

2023년 11월16일 한국-싱가포르(혹은 괌)

2023년 11월21일 한국-중국

2024년 1월15일 한국-바레인

2024년 1월20일 한국-요르단

2024년 1월25일 한국-말레이시아

사진=대한축구협회, 웨일스축구협회, PA Wire, A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