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원톱으로 변신한 손흥민이 새 시즌 1~3호골을 한 경기에서 작렬시키며 해트트릭을 뿜었다.
캡틴 완장을 찬 그가 그라운드에서 훨훨 날고 있다. 자신의 골 감각이 죽지 않았음을 마음껏 알렸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킥오프한 번리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한 골, 후반 두 골을 터트리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날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 공격수로 보직 변경해 나선 손흥민은 전반 16분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뽑아낸 것에 이어 후반 18분엔 4-1로 훌쩍 달아나는 쐐기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21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토트넘에 5-1 리드를 안겼다.
토트넘 새 사령탑인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벤치로 밀어내고 손흥민을 그 자리에 세웠다. 히샤를리송이 지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지난달 30일 리그컵 풀럼전에서 골을 넣었음에도 공격에 실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손흥민의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토트넘은 1~3라운드 전패를 기록한 번리전에서 전반 4분 만에 상대 라일 포스터에 역습 상황에서 실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원톱 손흥민 팀을 위기에서 일찌감치 구해냈다. 전반 16분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롱킥을 전방에 뿌렸고 이를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잡아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왼쪽 날개 마노르 솔로몬에게 내줬다. 이어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빈 곳을 찾아들어가마 솔로몬이 다시 리턴 패스를 내줬다.
그리고 손흥민이 축포를 터트렸다. 번리 선수 2명이 솔로몬을 마크하느라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이 때 강슛이 아닌 오히려 박자를 살짝 늦춰 상대 골키퍼 타이밍을 빼앗은 뒤 오른발 로빙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슛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느릿느릿 홈팀 골문을 출렁인, 감동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은 두 팔을 새처럼 벌리며 환호하고 동료들과 세리머니했다. 자신의 시즌 첫 골을 존재감 넘치는 동작으로 터트렸다.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역전골, 후반 9분 제임스 매디슨의 추가골을 묶어 소속팀이 3-1로 앞선 상황에서 두 골을 쾅쾅 폭발하며 터프 무어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토트넘의 왼쪽 측면 공격 때 솔로몬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횡패스를 뿌리자 순간 스피드를 발휘해 오른발 강슛으로 번리 골문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이어 3분 뒤엔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 대미를 장식했다. 포로가 반대편을 보고 패스한 것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아 통렬한 왼발 슛으로 쏘고 환호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는 지난해 9월18일 레스터 시티전 이후 1년여 만이다. 당시에도 긴 골 침묵에 시달리다가 교체투입된 뒤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무력 시위를 펼쳤는데 이번 번리전에서도 한 경기 3골로 1~3라운드 맹활약 속 무득점 비판을 일축했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호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30위가 됐다. 이날 첫 골로 첼시의 레전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와 104골 동률을 이룬 손흥민은 두 골을 더 넣으면서 30위인 대런 벤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음 타깃인 29위는 107골을 넣은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다.
개막 후 2승1무 무패를 달리며 승점 7로 리그 3위에 위치한 토트넘은 이날 4-2-3-1로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이번 시즌 영입된 굴리에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포로를 비롯해 로메로, 미키 판더펜, 데스티니 우도지가 백4를 맡았다.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중원을 지키며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 솔로몬이 2선에 위치했다.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승부수를 캡틴인 손흥민이 100% 실천했다.
앞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3차전에서 왼쪽 날개로 나섰지만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키패스를 경기장 곳곳에 뿌려주는 플레이를 극찬받았다.
다만 3경기에서 공격포인트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아쉽다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리그컵 풀럼전을 제외하고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골이나 도움을 올리진 못했다. 맨유, 본머스를 상대로는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고, 팀 경기력에 관여한 비중 역시 컸기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게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리그컵에서는 교체 출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 패배가 손흥민에게 책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난 16년간 무관에 그쳤던 토트넘이 시즌 시작하자마자 컵대회에서 탈락하면서 영국 언론들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칫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 흐름이어서 토트넘 뿐만 아니라 손흥민 자신을 위해서라도 번리전 공격 포인트가 절실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답답한 최전방 공격의 활로 뚫어주길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것으로 보였다. 손흥민이 맨 앞에 서지만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통해 솔로몬과 쿨루세브스키, 매디슨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원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 벤치의 기대를 전반 초반부터 적중시키며 1~3라운드 3연패로 약체 평가를 받는 번리전에서 자칫 고전할 수 있었던 상황을 바꿔놓은 것은 물론 대역전승의 마무리까지 장식하는 두 골을 추가하고 해트트릭으로 주말 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기쁨을 안겼다.
자신이 해결사로 돌아왔다는 것도 알렸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27분 히샤를리송과 교체아웃되며 최고의 하루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