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이강인이 뛰고 있는 PSG(파리 생제르맹)이 이번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삼았지만 조별리그에서 '죽음의 조'에 속하면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고됐다.
UEFA(유럽축구연맹)는 1일(한국시간)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추첨식을 진행했다. 전날 예선을 통과한 6팀을 합쳐 총 32팀이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UEFA 클럽대항전 최고의 무대에 초대받은 가운데 각 팀의 16강 진출 최대 변수로 꼽히는 추첨식이 열린 셈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스위스 니옹에 위치한 UEFA 본부 등에서 온라인 혹은 조촐하게 진행되던 추첨식은 올해 다시 그리말디 포럼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열렸다. 예고됐던 대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도 정장을 차려 입고 이날 추첨식에 참석했다.
이번 조 추첨은 32개 팀을 8개 팀씩 4개 포트에 집어넣고 각 포트에서 한 팀씩 뽑혀 총 4팀이 한 조를 이뤄 총 8개조가 구성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포트1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UEFA 유로파리그 우승팀 세비야, 그리고 UEFA 리그 랭킹 1~7위 1부리그 우승팀(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맨시티가 우승팀이어서 제외) 6개팀 등 총 8개팀이 속했다.
포트2부터 포트4까지는 UEFA 클럽 랭킹에 따라 24개팀이 3개 포트로 나뉘어 배정됐다. 포트2엔 맨유,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포트1에 들어가도 손색없는 팀이 자국리그 우승팀이 아니란 이유로 밀려났다. 포트3엔 라치오와 AC밀란 등 이탈리아 두 명문이 속했으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를 차지하며 강팀으로 거듭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2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관계로 포트4에 들어갔다.
바이에른 뮌헨과 PSG는 각각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우승팀인 터라 포트1에 들어갔다. 오현규와 양현준, 권혁규가 속한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우승팀 셀틱은 포트4에 속했다.
FC바르셀로나에서 두 차례나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프랑스 레전드 풀백 에릭 아비달, 잉글랜드 대표팀과 첼시의 간판 미드필더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조 콜이 추첨자로 나선 가운데 이강인이 뛰고 있는 PSG가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탈리아 전통의 강호 AC밀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뉴캐슬과 함께 F조에 편성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 다음가는 독일 구단으로, 지난 시즌엔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뮌헨에 뒤집기 당해 준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기세가 좋다. AC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클래식 클럽'이며 지난 대회 8강 진출 팀이다. 뉴캐슬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대주주로 온 뒤 팀이 빠른 속도로 발전,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따낸 만큼 역시 오일머니인 카타르 왕가가 소유하고 있는 PSG 입장에선 중동 국가의 자존심 대결이란 점에서도 뉴캐슬전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SG는 숙원인 유럽 정상을 이루기 위해 킬리안 음바페와 화해하고 잔류시킨 것은 물론 뤼카 에르난데스, 우스만 뎀벨레 등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줄줄이 데려왔다. 최근엔 랑달 콜로 무아니(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까지 데려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화 스쿼드도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죽음의 조'에 들어가고 말았다.
PSG가 '죽음의 조'에 속하자 일각에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추첨식이 끝난 후 다수의 스포츠 베팅업체들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참가팀들의 우승 배당률을 설정했는데, PSG는 평소보다 낮은 배당률을 받았다.
영국 스포츠 베팅 전문 사이트 '오드스체커'에 따르면, 대다수의 배팅업체들이 PSG의 우승 배당률을 16배로 설정했다. 어떤 사람이 지금 시점에서 PSG에 100원을 걸었을 경우, 나중에 PSG가 우승하면 베팅금액 100원 외에 1600원을 더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10배)보다 낮은 배당률이다. 지난 시즌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를 2위로 마무리하면서 무려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7년 만에 돌아온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스널은 유로파리그 챔피언 세비야(스페인), PSV(네덜란드), RC랑스(프랑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아스널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과 함께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복귀했기에 유력한 우승팀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는데, 아스널보다 우승 배당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PSG가 16강 진출을 확답하기 힘든 조에 속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려면 가급적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8팀은 16강에서 조 2위팀들과 상대하는데, 이때 세계적인 강호들 대다수가 조 1위를 차지하기에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하면 16강에서부터 우승 후보와 맞붙을 확률이 높아 조기 탈락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PSG는 지난 시즌 유벤투스, 벤피카, 마카비 하이파와 함께 편성된 H조에서 벤피카에 밀려 조 1위에 실패해 16강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 바이에른 뮌헨을 만났다.
뮌헨을 16강에서 만난 PSG는 결국 1, 2차전 합산 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면서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대회를 일찍 마무리하면서 짐을 싸야 했다.
한편,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배당률 1위는 모두의 예상대로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프리미어리그와 FA컵도 모두 정상에 오르면서 '트레블'을 달성한 맨시티가 차지했다. 배팅업체들은 맨시티 배당률을 2배로 설정하면서 이번 시즌 맨시티가 대회 2연패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맨시티 다음으로 높은 배당률을 받은 클럽은 김민재가 속해 있는 뮌헨(5.5배)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맨유와 함께 덴마크 명문 FC코펜하겐, 튀르키예 최강 갈라타사라이와 A조에 속했다.
일단 맨유와의 격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민재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던 지난 6월 초만 해도 맨유행이 유력해 보였다. 지난 1월부터 맨유가 김민재의 바이아웃 5000만 유로(720억원)를 흔쾌히 내고 빨리 데려가겠다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유가 기존 선수 매각, 구단 M&A에서 고전하는 사이 바이에른 뮌헨이 바이아웃 이적료는 물론 세후 연봉 1000만 유로(142억원)를 들고 5년 계약을 제시하면서 김민재의 행선지가 바뀌고 말았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까지 나서면서 김민재를 강하게 원한 탓에 맨유행은 없던 일이 됐고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과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클래식 매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라이벌 의식도 치열하다. 특히 두 팀은 지난 1998/99시즌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뮌헨이 1-0으로 앞서고 있었으나 후반 종료 직전 맨유가 테디 셰링엄,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연속골을 묶어 기적 같은 2-1 승리를 일궈내고 기존 프리미어리그, FA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까지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적이 있다.
맨유는 최근 주전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은 터라 김민재를 놓친 것이 더욱 뼈아프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재가 올드 트래퍼드를 찾는다.
배당률 3위는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8배)였고, 그 뒤를 아스널(10배)과 PSG(16)가 이었다.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로 이뤄진 '코리안 리거 3인방'이 있는 스코틀랜드 챔피언 셀틱은 배당률이 200~500배로 설정되면서 우승 전력에서 먼 팀으로 평가됐다.
셀틱은 네덜란드 우승팀 페예노르트, 스페인 3강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다크호스 라치오와 E조에 들어갔다. 아주 강한 팀을 만나진 않았으나 4팀 중 셀틱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 만큼 브랜던 로저스 새 감독이 어떤 전술을 들고나올지, 또 한국인 3총사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EPA, AP, DPA/연합뉴스, 오드스체커 캡처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