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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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 OB전서 찾은 향수, 이제 농구인들의 차례

기사입력 2011.06.27 07:28 / 기사수정 2011.06.27 07:28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예상대로 이벤트성 경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씁쓸했다. 

26일 오후 잠실벌이 불났다. 잠실야구장이 아니었다. 이날 프로야구 전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이날 열기의 진원지는 잠실학생체육관. 프로농구 시즌이 아니지만, 이날 CJ E&M이 기획하고 케이블 TV XTM이 중계한 AGAIN 1995 고연전(연고전)이 진행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을 뜨겁게 달군 농구대잔치 스타들이 총출동해 다시 한번 자웅을 겨뤘다.

▲ 친선전? NO 오직 승리만 있을 뿐

사실 연습 과정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처음에는 이벤트성 경기로 보고 설렁설렁 준비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서 분위기도 띄워주고, 현주엽을 제외한 대부분 양교 스타가 총출동하면서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 예상대로 팁 오프 이후 양팀 OB 스타는 자신의 저질(?) 체력은 잊고 죽도록 코트를 뛰어다녔다. 골밑슛도 여려 차례 놓쳤고, 예전처럼 스텝도 활발하지 못했지만, 웃으며 설렁설렁 뛰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진심으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등 운동능력만 받쳐주면 프로농구 경기와 진배없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결과는 72-60으로 고려대 OB의 승리였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지만 경기 후 양교의 분위기는 정기전을 치른 후와 비슷했다. 고려대 응원단의 목소리는 하늘을 찔렀으며. 연세대 응원단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불어난 뱃살을 움켜쥔 채 처지는 체력을 뒤로하고 양교 OB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고려대 OB들은 승자로서 당당히 고개를 들었지만, 연세대 OB들은 짐짓 패자가 된 듯 쥐 죽은 모습이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얼마나 이날 경기에 승리를 향한 열정을 갖고 뛰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과거 향수는 찾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

이날 라이벌 매치는 분명 1990년대 농구를 사랑하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은 누구나 1990년대 중반 농구 열기를 회상했을 것이다. 실제 이날 잠실학생체육관 입구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휴일 낮 중계방송에 대한 관심도도 꽤 높았다. XTM의 라이벌 매치 프로그램 론칭은 대성공으로 마무리가 됐다.

자, 축제는 끝났다. XTM은 라이벌 매치 2탄으로 또 다른 종목의 팀이나 선수를 찾을 것이다. 당연히 농구 매치업은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농구인들의 차례다. XTM이 일궈놓은 작은 농구 붐을 더 큰 불씨로 살려야 한다. 사실 이번 매치업은 대한농구협회나 KBL이 주최하지 않은 탓에 이날 잠실학생체육관에 농구관계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농구인들이 조금이라도 열의가 있었다면 이날 행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을 하는 모습을 보였을 법도 했다. 말로만 한국 농구가ㅣ 위기에 빠졌다고 하기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런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 서로 생각을 터놓고 공유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었다면 농구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농구인들은 아쉽게도 그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농구인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바람에 이날 이벤트는 그야말로 1회성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양교 OB들은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는데, 정작 농구인들은 이벤트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경기는 한국 농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오직 승리를 위해 몸을 사라지 않고 뛰는 스포츠맨십과 최상급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면 팬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지 배 나오고 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아저씨들이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언제까지 15년전 라이벌 운운하며 과거만을 회상할 것인가. 이날 경기가 더이상 그들만의 추억 페이지 넘기기로 끝나선 안 된다. 이날 양교 OB들이 농구 팬들에게 전해준 그 감동, 이제 농구인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열정을 불사를 때다.
  
[사진=연세대 고려대 OB ⓒ XTM 홈페이지]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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