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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없이 퇴장 서튼, 로이스터가 되지 못한 롯데 2호 외인 사령탑

기사입력 2023.08.28 23:1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결국 팀을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지 못한 채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놨다. 롯데 역사상 최고의 중흥기를 만들어 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다르게 뚜렷한 성과 없이 퇴장하게 됐다.

롯데는 28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서튼 감독이 지난 27일 사직 KT 위즈전 이후 건강상 사유로 사의를 표했다.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키로 했다"며 "오는 2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잔여 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서튼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타율 0.292 35홈런 102타점 OPS 1.003으로 외국인 좌타자 최초의 홈런왕을 차지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2006년 현대, 2007년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뛰며 뚜렷한 족적을 한국 야구에 남겼다. 

은퇴 후에도 한국과 인연이 계속됐다. 2020 시즌을 앞두고 롯데 2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로 또 한 번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듬해 허문회 전 감독이 구단과 마찰 속에 경질되자 2021년 5월 11일부터 1군 감독으로 승격됐다.



1군 사령탑으로 영전한 서튼 감독의 초기 행보는 성공적이었다. 부임 당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던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고 롯데는 시즌 막판까지 5강 다툼을 이어갔다. 최종 성적은 8위였지만 서튼 감독은 부임 첫해 53승 53패 8무로 선전하면서 2022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 감독을 역임하며 팀을 3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 이어 롯데는 또 한 사람의 외국인 사령탑 성공 신화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2 시즌에도 롯데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개막 첫 한달 동안 14승 9패 1무로 선전했지만 순위 싸움이 본격화된 5월부터 기존 강팀들과 전력 차를 드러냈다. 64승 76패 4무로 최종 성적표 8위를 받아들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호평이 많았던 2021 시즌과는 다르게 서튼 감독의 게임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점점 늘어났다. 





계약 마지막 해였던 올해는 든든한 구단 지원 속에 2023 시즌을 준비했다. 롯데는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까지 외부 FA(자유계약) 선수 3명을 영입하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포수, 유격수를 확실하게 보강하면서 서튼 감독의 시즌 구상도 수월해졌다.

5월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27승 17패로 1위 LG 트윈스에 2경기, 2위 SSG 랜더스에 1경기 차 뒤진 3위에 오르면서 롯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4월 20일부터 5월 2일까지 15년 만에 9연승을 내달리면서 시즌 초반 정규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서튼 감독도 5월 3일 광주 KIA전에 앞서 "우리는 4월 한달 동안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했다"며 "정규리그 종료까지 5개월, 포스트시즌 종료까지 6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과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롯데는 6월부터 거짓말처럼 경기력이 급격히 흔들렸다. 6월 9승 16패, 7월 5승 12패로 2개월 동안 승패 마진 '-14'를 까먹었다. 8월에도 9승 13패로 상승세를 타지 못하면서 5위 KIA에게 5경기 차 뒤진 7위까지 추락했다.

FA로 영입한 선수들은 부상과 부진 속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찰리 반즈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들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지난해 유망주 껍질을 깨뜨렸다고 평가받은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까지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서튼 감독은 극도의 스트레스 탓인지 최근에는 건강까지 악화됐다. 지난 1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지휘하지 못하고 귀가한 데 이어 27일 KT전도 건강 이상을 느꼈다.





롯데 관계자는 "서튼 감독이 27일 밤늦게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서튼 감독 스스로 생했을 때 현재 몸 상태로 잔여 시즌 운영이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채비를 하고 있다. 롯데는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로이스터 같은 성공을 기대했지만 서튼 감독이 롯데에서 거둔 성적은 167승 187패 2무, 승률 0.472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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