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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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숙제

기사입력 2006.05.13 07:44 / 기사수정 2006.05.13 07:44

손병하 기자
'꿈' 같았던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박지성은 결코 짧지 않았던 그 9개월 동안, 꿈이 아닌 현실 속의 '프리미어리거'로 우뚝 섰다.

지난해 8월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 한국인 최초로 입성한 박지성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많은 축구팬을 주말 TV 앞으로 끌어모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박지성은, '교토의 별'에서 에인트호벤의 '심장'으로 그리고 맨체스터의 '신형 엔진'으로 거듭나며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을 한 시즌을 보냈다.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는 주위의 우려를 보기 좋게 깨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산소 같은 존재로 부상한 박지성. 맨체스터의 새로운 엔진으로 각광받은 박지성의 05/06 프리미어리그 첫 번째 시즌을 결산해 본다.

절반 그 이상의 성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 맨체스터 Utd.의 박지성.
ⓒ manutd.com
세계 최고의 프로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그것도 리그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최고의 클럽에 입단한 박지성이 이번 시즌 이 정도의 활약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맨체스터가 명문 클럽답게 화려하고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었고,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박지성이었기에 그가 단번에 주전을 꿰차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체력과 공에 대한 집중력 같은 정신력에서는 완벽히 준비했지만 슈팅과 트래핑 같은 기술력에서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맨체스터가 원했던 선수는 화려하고 노련한 '멋'을 부릴 줄 아는 선수가 아니라 스타들로 뭉친 선수단에 새로운 자극이 될 만한 선수였다. 결과에 욕심내지 않고 성실하며, 순간순간의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퍼거슨 감독의 생각이었다.

리그 초반 박지성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맨체스터 선수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득점과 도움 그리고 드리블 같이 선수가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은 모두 빼고 오로지 팀과 동료를 위한 경기를 풀어나가는 동양의 작은 선수가 마냥 신기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정확하고 확률 높은 킬 패스 수준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끊임없이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 무엇보다도 박지성은 열심히 뛰었다.

이런 박지성의 활약은 지난 2년간 다소 느슨해진 맨체스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런 선수단 전체의 긴장감은 게리 네빌, 가브리엘 에인세, 루이 사하, 폴 스콜스, 앨런 스미스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부상에도 맨체스터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박지성과 주전 경쟁을 펼치며 이런저런 비교의 대상이 되었던 라이언 긱스와 C. 호나우두는 물론이고 대런 플레처와 존 오셔까지도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준 원인은 분명 박지성의 존재 때문이었다.

리그 기록은 1골 6어시스트에 불과하지만 박지성은 맨체스터에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제공한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공헌한 박지성의 첫 시즌은, 그래서 절반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숙제로 남겨진 절반, 공격수로서의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으로서 박지성은 분명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공격수 박지성으로 돌아오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1골 6어시스트란 다소 초라한 기록에 앞서는 문제는 플레이 스타일에 있다.

리그 초반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 C.호나우두와 주전 경쟁을 벌이며 스리톱의 측면 윙어로 자주 출전했다. 전방에서 과감히 드리블하고 동료의 움직임을 살리는 수준 높은 패스들을 많이 선보이면서 가능성을 열었지만 공격수가 지녀야 할 골에 대한 욕심과 골 결정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박지성이 이상하리만큼 기회를 양보한 것은 경기에 대한 부담이나 능력의 한계라기보다는 '너무나 친절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으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좋은 활약이지만 박지성 개인으로 돌아오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눈에 띄게 많아진 '백패스'도 다음 시즌엔 반드시 개선해야한다. 경기 중에 박지성의 백패스가 많아진 시기는 스리톱의 윙어가 아닌 4-4-2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였다.

특히 반대편에서 측면을 담당했던 C.호나우두의 공격 가담 횟수가 늘어나면서 다소 수비에 치중해야 했던 박지성은 무리한 공격 대신 볼의 소유권을 지켜낼 수 있는 백패스를 선호했고, 이는 분명 맨체스터의 공격 기회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공격권을 이어가기보다는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시점과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이는 전체적인 팀의 공격 속도를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끼쳤다. 이런 문제는 1월에 있었던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과 체력 저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안전하게만 경기를 풀려는 박지성의 단점도 한몫했다.

또 중앙 공격수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대부분 경기를 소화했던 박지성의 적은 크로스 시도도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측면 돌파에 성공하고도 반 박자 느린 타이밍으로 상대와 볼다툼을 하거나 부정확한 크로스를 올린 것은 다음 시즌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박지성 05/06 시즌 기록

*리그 경기 출장 - 33경기(선발 출전 23경기)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FA컵 출장 - 12경기
*출장 시간 - 2091분(리그)
*풀타임 소화 - 12 경기
*골 - 리그 1골(칼링컵 1골)
*도움 - 6도움
'꿈의 무대'에서 보낸 첫 시즌에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실현한 꿈을 완성하기엔 아직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박지성이기에 다음 시즌엔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절반의 가능성과 절반의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준 박지성. 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은 분명 값졌다. 다음 시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형 엔진'에서 가장 강력하고 믿음직스런 '터보 엔진'으로 한 번 더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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