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이 두산 베어스를 좌절시키는 철벽 수비를 선보이며 팀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롯데는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 시즌 6차전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1-0으로 이겼다. 5위 키움, 6위 두산과 격차를 3경기 차로 벌리고 단독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날 1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전한 고승민은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3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세 차례나 출루에 성공하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은 물론 고비 때마다 투수들을 돕는 호수비 행진을 펼쳤다.
5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어냈던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은 6회초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두산 간판타자 양의지가 들어서면서 롯데 벤치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박세웅은 양의지에 빗맞은 뜬공을 유도했다.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것이라고 판단한 1루 주자 김재환이 2루 쪽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롯데 1루수 고승민은 침착하게 낙구 지점을 판단해 안정적으로 포구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고승민은 이어 재빠른 1루 송구로 미처 귀루하지 못한 김재환까지 아웃 처리하면서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고승민의 '그물망 수비'는 승부처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롯데는 0-0으로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원중이 김재환, 양의지에 연속 안타를 허용해 1·2루 위기에 몰렸다.
두산 벤치는 1점 승부라는 판단 속에 양석환에 희생 번트를 지시했고 양석환은 배트에 공을 정확히 맞췄다. 하지만 작전을 간파한 고승민은 적극적으로 전진 수비를 했고 양석환의 번트 타구를 노바운드 캐치로 낚아챘다. 재빠르게 일어선 뒤 3루로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 조수행까지 완벽한 2루 송구로 아웃시켜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바꿔놨다.
기세가 오른 고승민은 연장 10회초에도 집중력을 유지했다. 선두타자 로하스가 1, 2루간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보냈지만 고승민이 다이빙 캐치로 안타를 막았다. 고승민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투수 김원중에 안정적으로 공을 토스하면서 로하스를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롯데는 고승민의 호수비를 바탕으로 수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고 연장 10회말 터진 윤동희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윤동희에 쏠렸지만 고승민의 수비가 없었다면 롯데의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김원중은 경기 종료 후 고승민을 향해 "네가 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 코칭스태프 대부분도 그라운드를 떠나기 전 고승민에 격려의 멘트를 쏟아냈다.
고승민은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중을 많이 했다. 더그아웃에서도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주고 안치홍 선배님이 잘 케어해 주셔서 몰입도가 좋았던 것 같다"며 "승부처에서 긴장하기보다는 편하게 뛴 게 더 도움이 됐다. 실수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실책을 하는 게 더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렇게 뛰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9회초 양석환 선배의 번트 타구를 처리할 때는 본능적으로 슬라이딩을 했다. 번트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벤치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대비를 했던 덕분에 좋은 수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승민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에 입단할 당시 대형 내야수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뒤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지난해 선발출전한 경기는 모두 우익수로 뛰었다.
하지만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올 시즌 야수진 운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고승민이 1루 수비 소화가 가능하도록 준비시켰다. 고승민은 문규현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1루 수비력을 갖춰나갔다.
고승민은 "문규현 코치님과 매일매일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오늘도 경기 전 정말 많은 펑고를 받았다"며 "오늘 수비를 잘해서 코치님이 내일은 수비 훈련 시간을 조금 줄여주신다고 하셨다"고 웃었다.
이 "원래 타격 원 툴이었는데 지금은 수비 원 툴 선수가 된 것 같다"며 "사실 경기 때보다 훈련 때 문규현 코치님 펑고를 받는 게 더 힘들다. 워낙 빠르게 공을 쳐주셔서 쉴 틈이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