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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사퇴' 흔들리는 두산, 어디로 가나

기사입력 2011.06.14 03:01 / 기사수정 2011.06.14 03:01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이제 두산은 어떻게 되나.

13일 오후 김경문 두산 감독의 전격 자진 사퇴는 야구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김 전 감독은 지난 5월 초순 부진에 빠지자마자 구단에 사퇴의사를 한 차례 전했다가 구단 고위층의 만류로 보류됐던 걸로 알려졌다. 그 정도로 두산의 5월 투타 부진은 팬들 뿐 아니라 김 전 감독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일단 김 전 감독의 사퇴로 두산은 김광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에 앉혔다. 과연 이제 두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 광수 매직을 꿈꾼다

사령탑이 미치는 리더십과 색채는 하루아침에 표출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김광수 신임 감독 대행은 1982년 프로 원년부터 1992년까지 11년간 OB의 2루수로 활약했고 이후 1993~1997년, 2000~2011년 6월까지 두산에서 코치로만 17시즌을 보내온 정통 베어스맨이다. 그 누구보다 두산을 잘 아는 적임자이고 현 시점에서 위기의 두산을 가장 잘 추스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김광수 감독 대행은 수비 주루 코치를 시작으로 2005년부터 수석 코치를 맡아왔다. 김민호 안경현 손시헌 고영민 등 특급 수비수들을 연이어 육성해왔다. 또한 김인식 전 감독 때부터 김경문 전 감독까지 믿음의 야구라는 큰 물줄기를 지근 거리에서 잘 보좌해 왔다. 때문에 김 감독대행은 엑셀을 밟아 과거의 두산 야구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씌우는 작업에 잡음이 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의 두산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두산이 처한 상황은 감독의 리더십과 색깔내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두산은 현재 무너질 만큼 무너진 팀이다. 강점이라던 타선은 응집력 부족과 방향성 상실로 이름값만 짱짱한 내실 없는 타선이 됐고 마운드는 토종 선발 투수의 체계적 육성 실패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를 불렀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농사마저 실패한데다 개인사로 이탈하는 선수마저 하나 둘씩 튀어나오면서 중심축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 마디로 팀에 토대가 사라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서 어느 감독이 와서 색채를 덧씌운다고 한들 한낱 흘러버리고 마는 허울 좋은 리더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김광수 감독 대행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두산 선수들의 동요를 막고 분위기를 반전하는 일이다. 그게 진정한 광수 매직일지도 모른다.



 ▲ 변화의 과도기

길게 보면 두산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는 과도기에 들어섰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두산은 과거 김인식-김경문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면서 전형적인 선 굵은 야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 아니,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라면 올 시즌 후 의도적으로 팀 컬러 변신에 서서히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10년째 하지 못했을 뿐더러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했다. 투자보다 내부 육성과 경쟁을 통한 자극 효과에 한계가 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 두산은 2000년대 중반 발굴한 선수들이 하나 둘 정상급 기량 속에 정체를 겪는 동시에 되려 그 자체가 유망주들의 성장에 방해가 됐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때문에 김 감독대행이 분위기를 추스린다면 언제든 새 감독이 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 감독대행이 올 시즌 후 그대로 대행 꼬리표를 뗄 가능성도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구단 내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를 계기로 팀 컬러, 스타일, 지원 체제 등의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건 확실해 보인다. 이 풍랑 속에서 두산은 과연 대반격이 가능할까. 그리고 내년 시즌을 희망으로 만드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까.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에만 시선을 두다간 두산의 침몰은 더욱 가속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 전 감독은 물러났지만 두산 야구는 오늘도 계속되기에, 표류하는 두산이 김광수 신임 감독대헹 체제에서 선수들이 잘 뭉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두고 불 일이다.

[사진=김경문 전 감독 김광수 신임 감독 대행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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