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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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따마르'에 다시 한 번 울다.

기사입력 2005.09.25 14:39 / 기사수정 2005.09.25 14:39

안희조 기자
 

“찬물을 끼얹는다.”라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다. 종료 직전 터진 이따마르의 한 골로 팀 통산 300승 잔치를 준비하던 울산은 단숨에 초상집이 되어버렸고 수원은 극적인 동점골에 마치 승리와 같은 기분을 맛 볼 수 있었다.


 2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과 수원의 K리그 후기리그 경기에서 양 팀은 한 골을 주고받으며 1-1로 승부를 마감했다. 울산은 이진호의 득점 이후 여러 차례 추가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이 깊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수원은 연장 로스타임에 터진 이따마르의 고마운 골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내용이 뒤 끝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올 시즌을 주도할 두 팀이라는 예상이 무색할 정도로 울산과 수원은 현재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전기리그의 부진으로 후기리그 우승이 아니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버거운 수원이나 후기리그 들어 1승1무2패의 부진에 빠지며 통합순위 4위로 쳐진 울산이나 1승이 간절하긴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앙숙인 서로를 만났다. 게다가 울산은 팀 통산 300승이라는 축제에 단 1승을 남겨놓고 있었다.


 경기는 시종일관 박진감 있게 진행되었다. 전반 초반부터 양 팀은 별다른 탐색전 없이 펀치를 주고받았다. 전반 5분이 지나자 울산의 측면 공격이 살아나며 수원을 괴롭혔지만 문전처리미숙으로 득점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치열한 허리싸움을 펼쳤던 전반중반을 보내고 하프타임을 바라볼 때쯤 수원의 안효연과 울산의 이천수가 번갈아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다시 띄웠다.


 후반전, 분위기는 단연 울산에 있었다. 김정우, 이호의 허리라인은 송종국, 장지현에 우위를 점했고 이천수, 이종민, 최성국의 스프린터 3인방은 쉴 새 없이 수원의 측면을 괴롭혔다. 몇 차례의 아쉬운 찬스를 놓치던 울산은 결국 후반 23분 마차도의 결장으로 출전 기회를 얻은 영건 이진호가 득점에 성공하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보낸 이종민의 패스를 받은 최성국은 PA안의 이진호에게 완벽한 찬스를 연결했고 이진호의 침착한 오른발 땅볼 슛은 이운재의 왼손을 피해 수원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원은 다급해졌지만 경기는 더욱 풀리지 않았다. 공격에 치중하느라 수비는 더욱 헐거워졌고 울산의 이천수, 최성국, 이진호를 대신해 교체투입 된 노정윤이 연신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안일하게 날려버린 울산의 여러 차례 찬스는 결국 너무나 아쉬운 탄식이 되어 돌아왔다.


 정규시간이 지난 로스타임, 울산의 탄탄한 수비진을 마땅히 공략하지 못하던 수원의 이따마르가 끝내 일을 냈다. 울산 PA안에서 양 팀 선수 여러 명이 엉켜 혼전을 벌이던 중 갑작스럽게 이따마르의 발을 떠난 공은 서동명의 왼손과  골포스트 사이를 파고들며 울산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곧 이은 경기종료 휘슬, 제대로 된 ‘찬물’이었다.


 울산 승리의 축가인 ‘잘가세요’를 부르던 써포터즈 처용전사, ‘울산 현대’를 외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울산의 관중들, 승리를 눈앞에 두고 다채로운 300승 승리 이벤트를 준비하던 울산의 구단 스태프들 모두 어이없이 터진 한 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경기장을 감싸는 이상한 적막감 속에 울려 퍼지는 것은 그랑블루의 환호성과 노래 소리 뿐이었다.


 지난 컵대회에서도 포항유니폼을 입고 후반 로스타임 때 울산의 골네트를 갈랐던 이따마르는 다시 한 번 울산에 잊기 힘든 아픔을 선사하며 진정한 ‘울산킬러’로 등극했다. 하지만 극적인 동점골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수원이었다.


 양 팀 모두에게 있어 오늘 경기는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플레이오프에 대한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울산과 수원, 승리를 통한 순위 상승이 필요했지만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하며 결국 씁쓸한 공멸의 길을 걸었다.


 이는 경기 후 양 팀 감독의 표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울산의 김정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추가득점 찬스를 놓친 점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안타까워했고 차범근 감독은 극적인 무승부에도 불구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사양했다.


 울산과 수원은 다음 달 2일 각각 부산전 원정과 포항전 홈경기를 치르며 못다 한 승점 쌓기에 나선다. 

사진 허영범 기자님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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