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지난달 4일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정규시즌 개막 한 달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하면서도 캠프 때부터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던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훈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4주간 2군에 머무른 정훈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10경기 27타수 12안타 타율 0.444 1홈런 4타점이었다. 정훈은 지난달 26~27일 경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달성해 최종 점검을 마쳤다.
6월의 시작과 함께 1군에 올라온 정훈은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교체 출전했다. 이튿날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는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원정을 치른 탓에 이동거리가 많았던 점, 상대 선발이 좌완투수 양현종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정훈에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정훈은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2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볼넷을 2개나 얻어냈다.
작전 수행 능력도 돋보였다. 팀이 2-0으로 앞선 1회말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해 주자 두 명을 각각 3루와 2루로 보냈다. 이후 롯데는 김민석의 1타점 적시타와 이학주의 만루포로 5점을 더 보탰다. 1회말 두 팀 격차가 7점 차까지 벌어지며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롯데 쪽으로 기울어졌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롯데는 14-2 대승을 거뒀다.
본인이 직접 출루한 건 아니었어도 롯데는 정훈의 희생번트 덕분에 찬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사령탑도 3일 경기를 앞두고 정훈의 활약상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튼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했고, 특히 정훈이 오랜만에 경기에 선발 출전해 중요한 순간에 희생번트를 성공하면서 좋은 분위기로 (경기를) 이끌어갔다"며 "(정훈의 번트처럼) 우리 팀이 구상했던 경기의 작은 요소들이 많이 향상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훈의 활약은 3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정훈은 6회말 2사 만루에서 김민석 대신 대타로 출전, KIA 좌완 이준영을 상대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8회말에는 2루타까지 만들며 2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경기의 주인공은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이학주였지만,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건 정훈이었다.
결과적으로 충분히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게 정훈에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정훈 역시 2일 경기 뒤 "2군에서 타석을 많이 소화하면서 타격감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팀 입장에서는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정훈이 젊은 야수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 '불혹'을 향해가고 있는 정훈이지만, 여전히 롯데에 없어선 안 될 선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