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베테랑 우완 김태훈이 평생 잊지 못할 길고 긴 하루를 보냈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바뀐 소속팀부터 장거리 이동, 예상치 못했던 등판까지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다.
김태훈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 삼성의 7-6 승리를 지켜내고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태훈은 이날 아침까지 삼성이 아닌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다. 서울 모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중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급하게 짐을 챙겨 대구로 몸을 옮겼다.
키움은 이날 오전 11시 김태훈을 보내고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과 2024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김태훈은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79순위로 키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넘게 줄곧 '히어로즈' 유니폼만 입어왔다. 이른 아침 트레이드가 결정되면서 키움 동료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서울에서 대구로 급히 이동했다.
김태훈은 KTX를 타고 대구로 내려와 새 홈구장 라팍에 도착해 "언젠가는 한번 트레이드를 경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며 "아침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샴푸를 하는데 (트레이드) 전화가 와서 급하게 이동했다. 마침 딱 이럴 줄 알고 미용실에 갔었나 보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웠던 트레이드만큼이나 삼성에서의 첫 등판 역시 예상치 못하게 이뤄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게임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태훈을 가급적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릴 생각이라고 했지만 9회초 1점 차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김태훈 카드를 빼들었다. 최근 팀 불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김태훈이 팀 합류와 동시에 승부처에서 기용했다.
김태훈은 사령탑의 기대를 아는 듯 선두타자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 대타 송승환을 2루수 뜬공, 조수행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삼자범퇴의 깔끔한 투구 내용을 첫 등판부터 선보였다.
김태훈은 "오늘 던질지 안 던질지는 솔직히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웬만하면 안 나가지 않을까 했는데 그래도 잘 막아서 다행인 것 같다"며 "키움도 그랬지만 삼성도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재미있었고 코치님들도 선배님들도 후배 선수들도 다 잘해줘서 편하게 있었다. 아침에 미용실에 갈 때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세이브를 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또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일단 빨리 자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긴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