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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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9화 ’일격’

기사입력 2005.07.11 05:57 / 기사수정 2005.07.11 05:57

전민승 기자

-일격-

"라운드 1,파이트!"

1라운드가 시작되고나서 주먹을 서로 맞부딪친뒤 경기를 시작하는 카를로스와 더글러스.창진과 정희는 입을 굳게 다문채 둘의 시합을 지켜보았다.다른 1만 5천의 관중도 마찬가지였다.다소 엉거주춤한 자세로 더글러스를 맞대응하는 카를로스.그에 비해 정통파 킥복서인 더글러스의 자세는 카를로스의 그것보다 더욱 안정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20초가 지나도록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않고 있어......수싸움인가."
"아마도 서로에게 좋은 거리를 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간헐적인 펀치만을 교환할뿐 둘은 본격적인 공격을 시도하려 들지 않았다.이윽고,더글로스가 시도한 로우킥이 카를로스의 다리를 스쳐지나갔다.

"이거......꽤나 긴장되는걸...."

이때,정희가 카를로스의 풋워크를 알아차리고 소리질렀다.

"온다!"
"!?"

순간,카를로스가 더글러스를 향해 앞으로 내지르기 시작했다.더글러스기 움찔한 순간.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어가는 라이트 스트레이트.

'훗,이런것 쯤이야.....?'

가볍게 위빙으로 스트레이트를 피하는 더글러스.그러나,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시무시한 2타가 날아들었다.라이트 스트레이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위력의 레프트 훅.그것이 정확히 더글러스의 턱에 박혀들어갔다.

"갈고리지르기(가라데의 훅 기술)!끝이다!"

KO를 확신하는 정희.그녀의 생각대로,턱에 훅을 적중당한 더글러스는 그대로 쓰러져 실신해 일어나지 않았다.경기를 종료시키는 심판.경기장은 소요로 뒤끓기 시작했다.

"거봐요,내가 뭐랬어요!카를로스가 이길 거라고 했지요?"
"과연.......이것이 일격인가..."
"네,맞아요.이것이 바로 극진의 모토인 '일격'이에요."

한편,창진과 이야기를 나눈고 있던 정희는 링에 올라온 카를로스의 세컨드들 중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할수 있었다.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히카르도....실바..."
"히카르도 실바?누구지?"
"저기 올라온 창진씨 체격만한 카를로스의 세컨드요.중량급의 체구에도 불구하고 극진 무체급 대회에서 8위를 기록한 선수에요.역시 100인조수를 달성한 극진의 괴물이고요."
"그런가..."

승리한 카를로스와 같이 사진을 찍으며,히카르도는 카를로스에게 말을 건네었다.

"정말 훌륭했습니다.이정도면 TA-1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수 있겠는데요."

히카르도의 말에 카를로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그러고보니 이제 너도 새로운걸 도전한다고 들었는데?"
"예......TA-1 MAX에 나가볼까 생각중입니다."
"TA-1 MAX에?"
"한번 내년 정도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물론 목표는 최초의 가라데가로서의 MAX우승이고요."

카를로스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MAX는 꽤나 강자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괜찮겠나?"
"괜찮습니다.그곳에서 저는 반드시 극진의 강함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마스 오야마(최영의)가 세계에 극진의 강함을 알렸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며 관중석을 돌아보던 히카르도는 정말 우연히,멀리 떨어져 있던 창진과 눈을 마주쳤다.

"뭐야........저 세컨드?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거야?"

히카르도는 자신도 알수없는 이유로 창진에게서 눈을 뗄줄을 몰랐다.잠시후,창신에게서 시선을 뗀 그는 웃음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한국인.....어째서인지 눈을 뗄수가 없군 그래.왜일까?"

.
.
.

"택시,택시!"

급하게 택시를 잡아탄 혜린은 기사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지금 TA-1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으로 가주세요.빨리요!"
"네,알겠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한 혜린은 매표소에 가서 남은 표를 구입한뒤 자리로 들어갔다.이미 경기는 절반정도 지나가 있으리라.

"백호......벌써 진건 아니겠지?"

처음에는 백호의 경기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알지도 못했다.그러다가 뉴스를 통해 알게된 것이 며칠전.그러나 애써 가려고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변덕스러운 마음이 바뀌어 그녀는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 것이었다.

"백호......!"

링에 서있는 것은 백호와 다른 한 선수.심판은 둘의 손을 잡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지 토모사키,30대 27.적 윤백호.저지 나카무라,30대 29.적 윤백호.저지 니시자와,30대 27.적 윤백호!"

백호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혜린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물었다.

"이제....윤백호 선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백호 선수는 방금 중국의 왕인페이 선수에게 3-0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이제 반대쪽 블록에서 올라온 일본의 엔도 신이치 선수와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겠지요.
"그렇군요..."

혜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성호를 그었다.

"아아....하느님.다행이에요."

.
.
.

"미안,혜린.우리 헤어지는게 좋을것 같아."

그날 이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백호에 대한 감정.그것은 사실 2년사이 혜린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었다.운동 때문에 어쩔수 없이 혜린을 포기했던 백호의 마음에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은 한가닥 불덩어리로 남아 있었다.

'혜린......이 경기 지켜보고 있을까....'
"뭘 생각하는거냐 백호.이제 곧 있으면 결승전이다."
"아,예.그렇군요."

그렇게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진행요원이 들어와 곧 경기가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었다.

"드디어다,백호.신이치 녀석을 꺾고 개막전 티켓을 거머쥐는 거다!"
"네,지켜봐 주십시오.히라쿠전 이상으로 그동안의 훈련성과,마음껏 보여줄 테니까요!"

서서히 걸어나오는 백호.그 뒤를 세컨드진들이 따라나섰다.

"레드 게이트.윤백호 선수의 입장!"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백호의 눈 앞에 링이 보였다.저곳이 나의 목표.그러나 그곳에 궁극의 걸림돌,엔도 신이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백호를 향해 씩 웃음을 짓는 신이치.그 웃음마저도 백호의 가슴을 억죄어 눌렀다.

 



전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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