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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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6화 ’킥’

기사입력 2005.07.07 07:17 / 기사수정 2005.07.07 07:17

전민승 기자

-킥-

"백호씨...."

백호를 바라보던 혜린은 떨리는 눈동자를 한채 조금도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백호 역시 제자리에서 혜린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잠시후,다시 입을 연 것은 혜린 쪽이었다.

"2년만이네,백호씨...."
"......그래,2년만이구나,혜린."

혜린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 도장 안으로 들어온뒤 내부를 둘러보며 백호에게 말을 건넸다.

"일심 체육관 다니지 않았어?그런데 이곳에서 만날줄은 몰랐어..."
"1년 반 정도부터 이 체육관에서 운동하기 시작했어.이곳이 여건상 운동하기에는 더 좋은것 같아."

잠시 도장 내부를 보던 백호는 어느 한곳으로 시선을 돌린뒤 혜린을 보며 그쪽을 가르켰다.그쪽에서는 강성이 잡은 미트를 향해 있는 힘껏 킥을 날리는 창진의 모습이 보였다.

"창진을 찾았지?창진이라면 저기서 관장님이랑 같이 훈련하고 있어.지켜보고 있다가 훈련 끝나면 이야기 나눌수 있도록 해."
"으응..."

혜린은 고개를 끄덕인뒤 창진 쪽을 바라보았다.

.
.
.

"양아치,무에타이의 킥은 허리와 골반의 회전력을 동원해서 차는 것이다.다리의 힘으로 차려 하지 마!좀더 골반을 틀어!이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대회에 나가겠다는 거냐!"
"큭...."
"자,때람뚜와(미들킥)십티(10회) 실시!"

'펑-펑-펑-펑-펑-...'

창진은 있는 힘을 다내어 강성이 잡아준 미트를 향해 왼발 때람뚜와(미들킥)연타를 날렸다.그 기세에 잡아주고 있던 강성마저 뒤로 밀려나 쓰러지려할 정도였다.

'이자식...말은 이렇게 했지만,알려준지 단시간만에 무에타이의 킥을 훌륭하게 습득하고 있어.허리를 트는 법도 대단하고.....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야.'

미트 스파링이 끝나고,강성은 미트를 손에서 떼어내며 창진에게 말했다.

"수고했다.하지만 아직 대회에 나가려면 많이 부족해.이제 개인적으로 연습해라.라운드를 정해놓고 샌드백을 두드릴수 있도록."

강성이 떠나고,잠시 휴식을 취한 창진은 라운드 벨이 울리자 최대한 허리를 틀어 샌드백을 왼정강이로 후려쳤다.

'퍼억-'

그 기세에 저 멀리 옆으로 휘청이는 샌드백,그 광경을 본 다른 관원들의 입이 다물어질줄을 몰랐다.

'세상에,저 체격에서 저런 힘이 나오다니.저정도로 샌드백을 휘청거리게 하는 사람은 윤백호 사범님 외에는 본 적이 없었어....'

십여 라운드 가량을 그렇게 샌드백을 두드린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무실 쪽으로 향하던 창진은 줄넘기를 꺼내기 위해 벽 한켠을 뒤적거리던 남자와 맞닥드리게 되었다.남자는 창진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창진....씨라고 하셨죠?새로 들어오신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전 국내 이종격투기 매거진의 필진을 맡고있는 백철민이라고 합니다.반갑습니다."
"반갑수다.이종격투기 매거진의 필진.....?그러면 무에타이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겠네?"

창진의 말에 철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자랑은 아니지만,글을 쓸 정도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그러면 이것좀 물어봐도 돼요?내가 어렸을적 태권도를 배워서 아는데,태권도랑 무에타이랑 킥의 차이가 상당히 나는것 같아.좀 자세히 좀 설명해 보슈."

철민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창진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권도는 전통 가라데에서 출발해 킥만을 특화시킨뒤 그 스피드를 극한까지 단련한 무술입니다.
보통은 무릎을 꺾으면서 발등을 써서 상대를 가격하지요.풋워크도 무에타이의 양상쿰 스텝(무에타이의 기본 보법)과는 달리 통통 뛰어다닙니다.유연함에서 스피드가 나오거든요.반면 무에타이는 태권도에 비해 스피드보다는 파워를 더욱 특화시켰습니다.무에타이의 파워의 핵심은 바로 허리와 골반입니다.골반을 틀어주는 정도에 의해 킥의 위력이 살아나거든요.창진씨도 보다 강한 킥을 완성하고 싶으시다면 이 자세 수련에 비중을 두어 수련하세요."
"알겠수."

이야기가 끝나고,사무실로 다시 향한 창진은 사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혜린이었다.

"혜린?"
"창진!"

창진을 본 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갔다.

"용건이 뭐야?"
"그냥.......무에타이 잘하나 궁금해서 와봤어."
"단지 그것뿐이야?"
"창진....정말로 무에타이 계속 할거야?럭비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

혜린의 말에 창진은 코웃음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훗,내마음은 이미 정해졌다니까.나는 낙무....그래,낙무아이라구."
"그래,그렇구나...그렇다면 어쩔수 없지.그럼 난 가볼게.잘 있어."

혜린은 체육관 문을 나서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가끔 놀러올게."
"....훗,좋을대로."

혜린이 나간뒤 창진은 다시 훈련을 하기 위해 샌드백 앞으로 돌아왔다.보다 강한,폭풍과도 같은 킥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
.
.

TA-1 서울대회를 보름 앞둔 날.서울 A호텔에서는 서울대회 토너먼트를 치르기 위해 모인 8인의 선수들의 한데 모여 기자회견을 가졌다.이 자리에 모인 선수들은 다음과 같았다.
일본의 킥복서 엔도 신이치.
한국의 복서 박만우.
한국계 캐나다인 종합격투가 스티브 김.
일본의 스모선수 아카류우.
몽골의 레슬러 남바린 다시냠.
중국의 산타왕 왕인페이.
일본의 가라데가 미도리카와 히라쿠.
그리고 한국의 낙무아이 윤백호....

이렇게 모인 8인의 전사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며 회견을 시작했다.히라쿠의 옆에 앉은 백호는 그와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미묘한 반발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어느덧,히라쿠에게도 기자의 질문이 들어왔다.

"히라쿠 선수.히라쿠 선수는 무에타이를 수련한 윤백호 선수와 대결하게 되었는데요.승산이 있다고 여겨지십니까?"

기자에 말에 히라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대답을 시작했다.

"네,흔히들 무에타이가 강하다고 믿고들 있지만,풀 컨택트 가라데,특히 우리 정도회관의 적수가 되지는 못합니다.제가 저번에 승리한 이안 오튼 선수도 무에타이 선수였습니다.무에타이는 영원히 가라데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저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통역으로 들은 백호는 발끈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마이크를 들고서는 기자들을 향해 외쳤다.

"기자 여러분.히라쿠의 발언은 무에타이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입니다.저는 한사람의 낙무아이로서 이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서울대회때 보여주겠습니다.무에타이야말로 입식타격의 정점에 선,최고의 입식타격기라는 것을......!각오해라,미도리카와 히라쿠!"

이 말을 통역으로 역시 확인한 히라쿠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는 백호의 얼굴에 자신을 얼굴을 마주댄채 입을 열였다.

"네놈의 그 자랑스러운 무에타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윤백호..."

싸움 직전까지 대립하던 둘은 경호원의 제지가 있은 뒤에야 다시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이것을 기자들 뒤에서 본 강성은 두 주먹을 불끈 쥔채 속으로 외쳤다.

'그래....지금은 참고 있거라.낙무아이는 신성하지 않은 곳에서는 싸우지 않는다.지금은 참되 보름후 신성한 링에서 저 무에타이를 더럽힌 녀석을 때려눕히는 것이다.백호야...'

기자회견이 끝나고,시간은 유수같이 흘러갔다.그렇게 보름이 지나,서울에서 TA-1대회의 서장이 열렸다.

 



전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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