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강철호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심 타자들의 활약에도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호주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본선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졌다.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오는 10일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타선이 5회말 1사 후 김현수의 볼넷 출루 전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는 등 빈공에 허덕였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중심타자들의 한방이었다. 양의지는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1·2루에서 호주 좌완 맥그레스를 상대로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원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28km짜리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받아쳐 도쿄돔 좌측 외야석에 꽂히는 비거리 110m의 타구를 날려보내 스코어를 3-2로 만들었다.
양의지는 2015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17 W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1 도쿄올림픽 등 총 5차례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국제대회 통산 성적은 25경기 타율 0.149(67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었다. KBO 통산 타율 0.307 228홈런 944타점과 비교하면 양의지의 국제 무대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용 타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붙었다.
양의지는 이 때문에 이번 2023 WBC를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지난 1월 두산 복귀 입단식에서 "대표팀에서 그동안 좋은 성적을 못 냈다. 다시 뽑아 준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하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칼을 갈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칼을 갈았다는 양의지의 말은 단순한 각오의 표현은 아니었다. 겨우내 착실히 몸을 만들고 페이스를 끌어올린 뒤 대표팀에 합류했고 첫 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양의지의 활약은 계속됐다. 7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 이날 경기 한국 선수 중 유일한 멀티 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박병호 역시 특유의 힘을 보여줬다. 6회말 2사 1루에서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대표팀에 귀중한 추가점을 안겼다. 8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침착히 볼넷을 골라내 밀어내기로 타점 하나를 더 추가했다.
박병호는 2019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4번타자를 맡았지만 28타수 5안타 타율 0.179로 체면을 구겼다.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WBC가 사실상 선수 커리어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첫 경기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고 남은 경기에서도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한국은 박병호, 양의지의 활약에도 결국 7-8로 패하면서 2라운드(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는 10일 일본전을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부담감이 더 커졌다.
사진=도쿄(일본),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