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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2패' 롯데, SK 공포증 털어내나

기사입력 2011.05.20 07:38 / 기사수정 2011.05.20 07:38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SK 공포증과 이별을 선언하는가. 5월 들어 잘나가는 롯데가 19일 문학 SK전 승리로 6연속 3연전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보다 이번 문학 SK 3연전을 통해 롯데가 그간 SK에 약했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게 더욱 의미가 있었다.

▲ 호구 잡혔던 지난 4년

한 시즌을 치르면서 특정 팀에 약점을 잡히는 것, 소위 말해 '호구'를 잡히는 팀은 순위 싸움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 4년간 롯데가 SK에 그랬다. 롯데는 2007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SK에 4승 14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보였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부터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8년 5승 13패, 2009년 6승 13패, 작년에도 7승 12패로 뒤졌다. 해를 거듭하면서 1승씩을 더 따낸 게 위안이었지만 '호쾌한'야구를 선호하는 롯데는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는 SK에 분명 약했다.

롯데는 화끈한 타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그러나 롯데의 불안한 불펜은 SK의 막강 불펜과 대조됐고 롯데 타선은 김 감독 특유의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에 고전해왔다. 또한, 수비에서도 SK는 특유의 데이터를 활용해 롯데 타자들에 대해 맞춤형 시프트를 펼쳤으나 롯데는 상대적으로 SK보다 수비 조직력이 떨어졌다. 한 방을 추구해온 만큼 작전 수행능력도 SK에 뒤졌다. 마운드에서 비교 열세인 롯데가 SK만 만나면 많은 점수를 뽑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잔 플레이나 조직적인 플레이가 중요한 박빙 승부서 밀린 것이다. 

▲ 대등한 수비

그러나 올 시즌 그 양상이 바뀔 조짐이다. 롯데는 올 시즌 양승호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서서히 세밀한 야구를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수비 훈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20일 현재 팀 실책 28개로 최다 2위이지만, 결과를 떠나서 롯데의 수비는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다. 적어도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기를 넘겨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게 특기인 SK에 그럴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19일 경기서 롯데의 연이은 호수비는 실제 팀의 승리를 불러왔다. 롯데는 이날 황재균의 홈런포를 앞세워 승리했으나 3-1로 앞선 7회말 2사 2,3루서 문규현이 김강민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 하며 1점을 내줬지만 추가점을 막아냈다. 8회에는 1사 2루서 정상호의 직선타를 잡아낸 황재균이 2루로 송구해 박재상을 더블 아웃처리했다. 2-3으로 쫓긴 9회말 1사 2루 위기서는 임훈이 쳐낸 총알 같은 타구를 박종윤이 바운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 처리해냈다. 세 차례의 수비 중 한 차례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경기는 SK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 대등한 마운드 높이와 작전 수행 능력

작전 수행 능력도 뒤처지지 않았다. 19일 경기서 장원준의 호투 속 2-1로 앞선 6회 무사 1루 찬스서 히트 앤드 런 상황을 사실상 간파당했으나 박종윤이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상대 포수 정상호의 포구를 방해했다. 결국, 정상호는 부정확한 송구를 날렸고 1루 주자 전준우는 2루를 넘어 3루로 향해 손아섭의 내야 안타 때 귀중한 추가점을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짜내기' 점수였다. SK가 7회 1점을 따라붙었다는 걸 감안하면 6회 1점은 사실상 승리를 부르는 작전의 승리였다. 더 이상 롯데는 한 방 야구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올 시즌 다소 약해진 SK 선발 마운드도 롯데의 SK전 약세를 벗어나게 하고 있다. 롯데는 리그 상위권 선발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SK는 올 시즌 부상자 속출로 선발진이 사실상 무너졌다. 불펜과 야수진의 가용 인력도 다소 줄었다. 김 감독은 많은 투수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불펜 싸움을 펼치고, 이때 잡을 승기를 바탕으로 경기 막판 결정적인 수비 시프트나 공격 작전으로 경기를 잡아낸다. 하지만, 지금은 세밀한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게 썩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줄어든 야수층으로 인해 최근 거의 고정 타순으로 운용, 특유의 맞춤형 타선과 스페셜 리스트를 활용한 수비 및 주루 강화 전략이 상당수 사라진 게 SK의 현실이다. 

17~19일 3연전만 해도 18일 글로버를 제외하면 메그레인과 이영욱은 사실 롯데 강타선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 투수였다. 장원준과 이재곤으로 맞불을 놓아 승기를 잡아왔다. 예년과는 달리 전병두 이승호 정우람 등 왼손 불펜 투수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4월 23일 사직 경기서 롯데가 SK 불펜을 상대로 대역전승을 일궈냈던 게 그 예다. 그날도 SK는 활발한 투수 교체를 했지만 선발이 무너진 상태라 예년의 기민한 불펜 운용을 하는 건 어려웠다. 이 역시 SK 특유의 데이터 야구 폭이 줄었다는 방증이다.

3승 2패, 아직 14차례의 맞대결이 더 남아있다. SK 공포증 극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이른 게 사실. 그러나 롯데가 이제 SK의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에는 5경기로도 충분했다.

[사진=롯데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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