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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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 신화는 다시 시작된다

기사입력 2005.02.25 02:01 / 기사수정 2005.02.25 02:01

최수민 기자

공든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 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1국에서 이창호 9단이 장쉬 9단을 맞아 245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었다. 일본의 일인지라 할 수 있는 장쉬 9단을 물리친 이창호 9단은 24일 현재, 같은 장소에서 중국 2장으로 출전한 왕레이 8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왕레이와의 전적은 4승 0패로 이창호 9단이 앞서있다. 

한국은 한종진 5단, 안달훈 6단, 유창혁 9단, 최철한 9단이 탈락하여 이창호 9단이 홀홀단신 되었고, 중국은 저우허양 9단, 펑첸 5단, 뤄시허 9단이 탈락하며 왕레이 8단과 왕시 5단이 남게 되었다. 일본은 미무라 도모야스 9단, 다카오 신지 8단, 조치훈 9단, 장쉬 9단이 탈락함에 따라 왕밍완 9단만이 남아 있다.  

'농심배 사나이' 이창호 9단은 지금까지 농심배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며 승률 100%를 자랑하고 있다. 많은 세계대회 가운데서도 유독 LG배에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데 이번 6회에서는 전적으로 이창호 9단이 4명의 기사를 물리쳐야 했기 때문에 한국 우승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래서 1국의 승리는 우승 신호탄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었다. 

             ▲ 이창호 9단의 세계대회 우승 기록


더욱이 올해 들어 이창호 9단은 1승 5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내고 있어 많은 바둑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이 9단의 최근 부진은 TV 9시 뉴스에도 나올 만큼 큰 화제였다. 최철한 9단과의 국수전에서 3-0으로 패한 후 ‘이창호의 퇴보냐 신인 기사의 진보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오고 갔다. 이창호 9단이 세계 최고임을 누가 의심할까마는 최근 신예 기사들의 급성장으로 춘추전국시대를 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다가올 세대교체에 바둑 팬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호, '나는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많은 언론과 팬들의 염려에도 이창호 9단은 ‘나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한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또 공격적으로 바뀌어 가는 기풍에 대해서는 '내 스타일 대로 바둑을 두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상대가 잘 두는 것'이라고 전해 슬럼프나 권태기에 대한 소문을 일축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일인지 자리를 지킨 이창호 9단은 돌부처의 굳건함으로 다시 승리 기지개를 켜듯 일어섰다. 

이창호 9단이 남은 대국에서 3연승을 하게 되면 한국은 농심배 6연패를 달성하는 셈이다. 한편 23일 오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한국 단장인 김인 9단이 '한국 우승을 포기했다'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는데, 이에 대해 이 9단은 단호하게 ‘포기할 순 없다.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남다른 승부욕과 책임감을 보이기도 했다. 승리의 상승 기류를 타고 이창호의 연승행진이 계속될 것인지 남은 대국이 벌써 기대된다.



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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