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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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펴, 민호야" 유강남의 천 경기 경험치, 한 경기에서 다 보여줬다

기사입력 2022.09.01 00: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1,000경기 나갔는데, 그만큼 시야가 넓어져야죠.“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이 자신의 1,000번째 경기를 탁월한 작전 수행 능력과 뛰어난 투수 리드로 승리로 장식했다. 유강남은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유강남이 타석에서 기록한 성적은 2타수 무안타 삼진 1개. 비록 삼진은 없었지만 유강남의 활약은 이날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타석과 안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2회말 무사 1,2루에서 센스 있는 작전 수행으로 팀에 2득점을 안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페이크 번트로 상대의 전진수비를 끌어냈고, 강공 전환으로 주자들의 이중도루와 상대의 송구 실책을 이끌어내며 득점까지 이끌어냈다. 비록 해당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유강남이 이끌어낸 상대 실책 덕분에 LG는 2득점을 얻어내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유강남은 당시 상황에 대해 “번트와 이중도루 사인이 있었다. 김민호 코치님과 항상 준비했던 상황이었고, 잘 해내서 기분이 좋았다. 4회에도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냈더니 그 땐 상대 수비가 전진수비를 안하더라. 덕분에 무사히 희생번트도 할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유강남의 활약은 타석뿐만 아니라 안방에서도 빛났다. 탁월한 투수 리드로 NC 타선을 돌려 세우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3회초 2사 1,3루 위기에선 상대 베테랑 포수 양의지를 땅볼로 돌려 세우며 동점 위기를 지워내기도 했다. 

유강남은 “사실 그 때 (양의지와) 승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직구를 계속 던지다가 (이)민호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쓰면 공략 당할 것 같아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려고 했고, 이후 직구로 다시 테스트를 한 뒤 이제 주무기를 한 번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슬라이더를 주문했는데 땅볼로 잘 이어졌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유강남의 수싸움이 통했던 순간이었다. 

젊은 투수들을 리드하는 것도 유강남의 일이었다. 경기 전 류지현 감독은 유강남이 좋은 타이밍에 알아서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들을 이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 유강남은 흔들리던 선발투수 이민호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 그를 진정시켰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이에 유강남은 “마운드에서 계속 인상 쓰고 있더라. 그래서 ‘뒤에 수비수들 보라’고, ‘너 힘든 거 아는데, 야수들이 더 힘들어 한다. 야수들 믿고 맞춰서 잡으라’고 했다. ‘그냥 높게 던져서 치라고 던지는 게 확률상 좋을 것 같다’고, ‘인상 쓰지 말고 야수들 생각하면서 공격적으로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이민호는 3⅔이닝 만에 강판됐지만, 매 이닝 실점 위기를 내주고도 최소 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유강남 역시 “민호가 힘든 투구를 했지만 최소 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대량 실점을 안했다는 것이 그나마 큰 수확인 것 같고, 그 덕분에 오늘 이겼다고 생각한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에 안방에서의 수싸움, 그리고 든든한 투수 리드까지. 1,000경기 동안의 경험치를 한 경기에서 모두 끄집어낸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은 이날 선발 출전으로 개인 통산 1,000번째 경기에 출전, KBO리그 171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 고지를 밟았다. 

유강남은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은 든다. 천 경기에 나간 만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나도 (이민호처럼) 남다른 승부욕에 어렸을 때 표정으로 티를 많이 냈고 혼도 많이 났다. 그래도 지금은 내려놓으니까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지 않나. 티를 내면 안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천 경기 뛰면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많이 배웠다. 그만큼 이번 천 경기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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