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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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중간분석] 하위권팀, 문제는 '뻥 뚫린 수비'

기사입력 2007.10.30 00:25 / 기사수정 2007.10.30 00:25

박형진 기자

[EPL 중간분석] 상위권팀 고공행진에 하위권팀 '대량실점 악몽'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첼시가 잘 나갈수록 이들은 힘들다. 바로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하위권팀들의 얘기다.

아스날, 맨유를 필두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첼시, 블랙번, 리버풀이 차례로 승점 20점을 확보한 가운데 14위 풀럼을 비롯한 선더랜드, 위건, 미들즈브러, 토트넘, 볼튼, 더비는 아직 승점 10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 안타까운 것 이들 팀 중 3승 이상을 거둔 팀이 없다는 것과, 모두 17점 이상의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상된 부진? '아쉬운' 부진

하위 3팀이 강등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강등권은 토트넘(18위), 볼튼(19위), 더비(20위)이다. 그러나 20위 더비의 승점(6점)과 14위 풀럼의 승점(9점)은 불과 3점.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정도이다.

지난 시즌 승격팀인 더비는 충분한 선수 보강에 실패하며 일찌감치 리그 최약체로 분류되었다. 더비는 뉴캐슬전에서 1-0으로 승리하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이 승리는 지금까지 더비가 거둔 유일한 승리가 되었다.

더비는 토트넘에게 0-4로 패하고 리버풀에게 0-6, 아스날에게 0-5로 패하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11경기 동안 24실점을 하며 리그 내 최고실점을 기록 중인 더비의 공격수들은 5골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빨리 강등을 확정짓는 팀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더랜드와 풀럼의 부진은 '의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쉬운 구석이 많다. 두 팀은 분명 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팀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선더랜드는 로이 킨 감독의 야심 찬 구상에 따라 아낌없이 이적자금을 사용했고, 풀럼 역시 신임 감독 로리 산체스가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현금을 아끼지 않았다.

14위를 기록 중인 풀럼은 강팀을 상대로 의외의 선전을 보였지만, 약팀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볼튼을 2-1로 꺾으며 시즌 첫 승을 거둔 풀럼은 이후 미들즈브러, 아스톤 빌라에게 패하며 팀 분위기가 크게 하락했다. 토트넘, 맨 시티, 첼시와 무승부를 거둔 것까지는 좋았지만 위건, 더비, 풀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무승부를 거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선더랜드는 개막전 상대인 토트넘에게 1-0 승리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 돌풍은 너무나 빨리 멎어버렸다. 위건, 리버풀에게 차례로 패한 선더랜드는 칼링컵에서 3부리그 팀인 루튼에게 0-3으로 패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걷게 되었다. 선더랜드는 강팀을 상대로 보여준 '가능성'을 승리로 연결짓지 못하며 2승 3무 6패로 15위를 기록 중이다.

두 다크호스의 '끝이 없는' 추락

지난 시즌 5위와 7위를 기록한 토트넘과 볼튼은 이번 시즌 4강 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두 팀은 꾸준한 투자로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빅 4'를 바짝 추격하는 위협적인 리그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팀은 이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토트넘과 볼튼은 단 1승만을 거두며 사이좋게 18위와 19위를 기록 중이다. 항간에는 피스컵에 참가한 두 팀이 나란히 부진을 겪어 '피스컵 징크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양 팀의 부진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공격과 수비의 부조화에 있다. 볼튼의 간판 스트라이커 아넬카는 리그와 UEFA컵에서 모두 7골을 넣으며 정상급 스트라이커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토트넘의 공격수인 로비 킨(8골)도 마찬가지이다. 강등권 팀의 스트라이커가 득점 순위에서 상위권에 드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두 팀의 부진은 불안한 수비 조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볼튼은 주전 수비수 탈 벤 하임이 첼시로 이적하며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메이테와 오브라이언이 버티는 볼튼의 수비는 11경기에서 17골을 실점하였다. 수비가 불안하니 공격전개가 제대로 될 리 없고, 아넬카의 한 방만을 믿는 단순한 공격이 이어지는 법이다. 볼튼이 이번 시즌 득점한 10골 중 6골이 아넬카의 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토트넘이다. 토트넘의 득점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베르바토프(2골), 데포(3골), 벤트(2골)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토트넘의 팀 득점은 18골로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골을 넣고도 23골을 실점하며 많은 승리를 놓쳤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팀 실점은 더비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양 팀은 결국 감독을 해임하는 초강수로 위기를 헤쳐가고자 결정했다. 볼튼은 새미 리를 해고하고 라이케스터 시티 감독이었던 게리 맥슨을 감독에 임명했다. 토트넘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마틴 욜을 해임하고 세비야의 감독이었던 라모스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양 팀은 새로운 감독이 결정된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두 팀의 '끝이 없는' 부진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신기하게도 박지성의 소속팀 맨유를 제외한 다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소속팀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영표의 토트넘은 강등권에서 헤메고 있으며, 설기현의 풀럼 역시 1승만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17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국의 미들즈브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들즈브러는 이번 시즌 7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야심 차게 중위권 도약을 선언했다. 알리아데르, 미도, 산리 툰자이를 영입해 공격진을 정비했고, 게리 오닐과 루크 영, 우드게이트를 영입해 미드필더와 수비를 단단히 했다. 분명 미들즈브러로서는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만한 선수진이었다.

문제는 새로운 선수들이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미도는 데뷔 두 경기에서 연속골을 넣은 후 꾸준히 침묵 중이다. 알리아데르는 27일 맨유전에서야 데뷔골을 넣었다. 입단 후 2달이 지난 7경기만의 골이었다. 산리 툰자이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스스로 골을 넣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팀이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이동국의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토트넘과 볼튼이 후반기에 분전한다고 예상하면, 남은 강등권 자리는 미들즈브러의 것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강등권 팀에서 주전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다면 데런 벤트처럼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현재 이동국은 미들즈브러와의 재계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이동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등의 위기는 풀럼 이적 후 6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설기현, 가레스 베일과 힘겨운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는 이영표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신과 팀을 위해, 그리고 밤을 새며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한국팬을 위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좀 더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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