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21 19:17 / 기사수정 2007.09.21 19:17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내겐 너무 특별한 감독인데‥'
9월 20일 아침, 첼시 선수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 준비에 바빴다. 그러나 늘 랩 음악을 틀며 훈련장 분위기를 띄우던 드록바가 오늘만은 조용했다. 선수들 사이에도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오전 10시, 이제는 더 이상 감독이 아닌 호세 무리뉴가 첼시 훈련장에 도착했다. 몇몇 선수들에겐 이미 문자메시지로 작별을 알렸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훈련장을 찾은 것.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무리뉴는 조용히 선수들이 있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무리뉴가 라커룸으로 들어가자 선수들은 직감적으로 그가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모두 자기 자리에 서서 그와의 인사를 준비했다.
가장 처음 무리뉴와 작별 인사를 한 것은 벨레티. 최근 첼시로 이적한 이 오른쪽 윙백에게 무리뉴는 첼시로 온 후 그의 활약이 좋았다면서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다음 차례인 수비수 알렉스에게도 비슷한 인사를 전했다.
무리뉴는 페트르 체흐와 카르발류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함께 이루어내었던 리그 우승, FA컵 우승과 같은 좋은 추억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빈다고 전했다.
무리뉴가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대한 것은 아니다. 첼시 내분의 원인이 되었던 셰브첸코에게는 다른 스탭들에게 한 것처럼 간단한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다.
가장 특별한 작별은 디디에 드록바와의 작별이었다. 그는 유독 큰 목소리로 드록바에게 인사를 전했다.
"너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고, 네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디디, 난 네가 무척 자랑스럽고 너도 네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 너는 늘 열심히 뛰었고 너는 승자다. 항상 네가 승자라는 걸 기억해라."
애써 웃음을 지으며 무리뉴와 작별의 인사를 가졌던 드록바는 끝내 눈물을 흘렸고, 그런 드록바를 무리뉴는 마치 자식을 안는 아버지처럼 가만히 안아주었다.
람파드, 말루다와도 비슷한 작별의 시간을 가진 후, 그는 가족사진을 포함한 소지품을 챙겨 떠났다. 냉정하게 감독 교체를 결정한 첼시 운영진과는 달리, 첼시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감독의 퇴진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트렌치 코트로 얼굴을 가린 채 묵묵히 스탬포드 브릿지를 떠난 무리뉴.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용 제공 :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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