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인턴기자)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을 회상하며 이탈리아전 승리 비결을 밝혔다.
히딩크는 2002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4강까지 올려놓는 위업을 달성한 인물로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감독으로 남았다. 부임 초기에는 유럽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0:5 대패를 당하며 '오대빵'이라는 치욕스런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진행하며 대표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린 히딩크는 월드컵 직전 가진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결국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다.
12일(한국시간) FIFA(국제축구연맹)는 자체 디지털 플랫폼 FIFA+를 통해 2002 월드컵을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48분 가량 분량의 다큐멘터리 '2002: This is an Asian Odyssey'에는 박지성, 안정환 등 월드컵 영웅을 포함해 히딩크의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히딩크는 2002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맡았던 기억을 되돌아봤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일자리를 찾고 있었던 히딩크는 "여러 옵션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먼저 제의가 왔다"라며 "당장 리그를 중단하고 선수들을 불러들여야만 계약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6월 초부터 몇 달 동안 훈련했고, 신체적으로 크게 향상됐다"고 회상했다.
또한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전에 대한 비화를 공개했다. 히딩크는 "당시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토너먼트에서 잘 뛰면 군대 면제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답변이 바로 오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와의 경기 전날 밤 연락이 왔다. 내일 이긴다면 군면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군면제 효과는 엄청났다. 히딩크는 "그 소식을 팀에게 전했다. 반응은 상상하시는 대로였다. 큰 소리로 울었고, 승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대표팀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경기 종료 직전 설기현이 동점골을 터뜨렸고,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골든골을 득점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히딩크는 "폭발, 그리고 폭발이었다. 정말 대단했다"고 기억했다.
이탈리아를 꺾은 대표팀은 8강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만났다. 대표팀은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준결승에서 아쉽게 독일에게 패했지만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이었다. 히딩크는 "한국에게 월드컵은 대성공이었다. 축하행사가 곳곳에서 있었다. 나라가 뒤집어졌다. 내가 그러한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A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