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17년 전 나보다 훨씬 더 월등한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 구성에 변화를 줬다. 지난 2년간 유격수로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뽐냈던 딕슨 마차도(30)와 결별하고 지난해 빅리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외야수 DJ 피터스(27)를 선택했다.
피터스는 2021 시즌 LA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며 70경기 타율 0.197 13홈런 38타점 29득점을 기록했다. 컨택 능력에 약점을 드러냈지만 롯데는 피터스의 빼어난 장타력과 준수한 외야 수비 능력에 주목했고 총액 100만 달러(약 12억 1600만 원)를 배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피터스의 출발은 산뜻했다. 스프링캠프 직후 연습경기에서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범경기 기간 KBO 투수들에게 다소 고전하면서 13경기 타율 0.222(36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주춤했다. 41타석에서 볼넷이 1개뿐일 정도로 선구안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래리 서튼(52) 롯데 감독은 피터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범경기 부진은 경험하지 못했던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성장통일 뿐 정규시즌에서는 제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서튼 감독은 "피터스는 KBO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선수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며 "타격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좋은 타자와 평범한 타자로 나뉜다. 피터스가 한국에서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을 잘 익히고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튼 감독은 피터스가 만 35세의 나이로 한국에 왔던 자신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KBO리그의 특징과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조금씩 적응도를 높여간다면 피터스가 자신을 능가하는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서튼 감독은 2005년 현대 유니콘스(해체)에 입단해 타율 0.292 35홈런 102타점으로 외국인 좌타자 최초의 홈런에 올랐다. 타점왕, 장타율왕,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등 뚜렷한 족적을 남겼었다. 2005 시즌은 리그에 투고타저 바람이 불면서 30홈런을 넘긴 타자는 서튼이 유일했기에 임팩트가 더 컸다.
서튼 감독은 "현재의 피터스는 2005년의 내가 견주지 못할 정도 월등한 선수"라며 "나는 35세의 베테랑이었지만 피터스는 젊고 어린 선수다. 운동 신경과 재능은 나보다 10배는 더 좋다"고 피터스를 치켜세웠다.
이어 "피터스가 시범경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스스로 데이터가 쌓였고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타자 입장에서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더 좋은 매치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피터스는 일단 지난 2일 개막전에서 2볼넷 1득점, 3일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1타점 1사구로 한층 컨디션이 올라온 모습을 보여줬다.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하며 2005년의 서튼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피터스를 지켜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사진=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