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프로야구단의 내밀한 모습까지 여과없이 공개하며 리빌딩의 과정을 팬들과 공유한다. 한화 이글스의 다큐멘터리는 이 자체가 한화 이글스이며, 야구이고, 또 우리의 인생이라고 전해지길 기대한다.
23일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의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공개된 1화 하이라이트는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의 은퇴식으로 시작한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와야만 하는' 한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석장현 전략팀장은 "팀은 패망 수준"이었으며 "제일 큰 난제는 김태균이었다" 서슴없이 말하고, 김태균은 "후배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1화, 리빌딩. 모두가 팀의 변화를 위해 이를 악물고, 그렇게 한화는 본격적인 리빌딩을 알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박경원 감독은 "야구단에서 1년 살아보기 같은 상상을 많이 해보셨을 팬분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줄 수 있는 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가장 간단하게 클럽하우스는 어떻게 생겼지부터 시작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그 의사결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며, 그 결과에 대한 분위기는 어떨까를 충실히 느끼시킬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글스 팬이 아니시더라도 야구팬이라면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은 컨텐츠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정말 내밀하고 예민한 순간까지도 담아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팬들께서 팀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장면도 꽤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프로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은 그들의 숙명이겠지만, 그럼에도 그걸 드러낸 구단의 용기는 인정을 하고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팬분들이 어떤 걸 궁금해하고 보시고 싶어할 지의 고민의 결과니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 이글스라는 구단이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팬들을 위해 있는 그대로를 내보인다는 고백이다.
-왜 많은 스포츠 중에서 야구, 그리고 그 중에서도 왜 한화 이글스에 관한 이야기였나.
이우리 PD: 이야깃거리가 많은 팀이라고 생각을 했다. 야구는 몰라도 한화는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 팀이 2021년 리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고, 결과와 상관없이 의미 혹은 재미를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모두 촬영했고, 3845시간의 방대한 기록을 담아냈다.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한경수 PD: 전 경기를 촬영한다는 계획을 처음부터 하지는 않았다. 대략 150회~160회 정도 촬영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경기뿐 아니라 시즌 전후를 포함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야구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보니 어느 하나를 찍고 어느 하나를 버린다는 결정이 어렵다. 그래서 전 경기를 찍겠다고 결정했고, 참 무모한 선택이었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144경기뿐 아니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까지 250회 정도를 찍었다. 160일이다. 촬영도 힘들었지만 정리하고 편집도 힘들었다. 제일 안타까운 건 그 방대한 기록을 세 시간 남짓으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다.
박경원 감독: 144경기나 하지만 하루하루 승패의 희비는 그렇게 가벼운 건 아니었다. 연패라도 하면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무거워지는데, 무거운 상황 속에서도 촬영할 에피소드가 많다. 덩달아 감정 소모가 컸던 부분이 어려웠다. 또 하나, 리빌딩은 어떻게 보면 무형의 변화다. 우리는 그걸 시각화시켜야 하는데,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어떤 경향을 가지고 가는 건지, 진짜 변화하는 건지, 우리가 촬영하는 게 변화의 흔적이 맞는 건지 고민하는 부분이 많았다.
-가장 가까이에서 한화의 마음을 선수들을 모든 걸 봤다. 한 해동안 본 결과, 한화 이글스는 어떤 팀인 것 같나?
박경원 감독: 팬들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우리가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 오가는 내밀한 상황을 촬영할 때, 카메라를 꺼야 하나 싶어질 때마저도 팬들이 궁금해하는 클럽하우스의 모습일테니 충실히 담아달라는 구단의 자세를 봤다. 정말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지 궁금해 하는지 뚜렷이 하고 있구나. 그래서 더 열심히 관찰하고 촬영해야겠다 생각했다.
-가까이서 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박경원 감독: 처음 드는 생각은 '좋은 어른이다'. 팀 운영 원칙을 내세우고 그 일관성을 굉장히 유지하는 모습, 연패 같은 때는 일관성을 지키기 어려웠을 텐데 리빌딩 첫해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원칙을 지켜가는 걸 봤을 때 굉장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2군으로 가거나 방출되는 선수에게도 이유를 성실하게 설명하면서 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밀착된 촬영이 사생활에 민감한 문화권에서 오셨다는 걸 감안하면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팬들은 클럽하우스의 이런 모습들을 보고싶어 할 거라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거나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의 야구'라는 생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박경원 감독: 임종찬 선수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한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사실 작년에 일정 타석 수를 부여받으면서 기회를 받았다. 관찰하면서 처음에는 기회의 소중함을 모르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한 적도 했었는데, 어느날 악수를 나누는데 굳은살이 너덜너덜거리는 촉감이 너무 강렬하게 남았다. 그때 '이들도 치열한 자기 야구를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그 흔적들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본편에서도 그들의 치열한 야구가 펼쳐지는 현장을 담았다.
이우리 PD: 하주석 선수가 궁금하다. 다큐를 끝까지 보시면 하주석이 클럽하우스 리더로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촬영이 끝나고도 시간이 흘렀다. 올해 하주석이라는 선수가 얼마나 든든한 리더가 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한경수 PD: 선발로 출전하는 훌륭한 선수들도 많지만, 그 뒤에 훨씬 더 많은 선수들이 있다. 입단한지 얼마 안 된 신인도 있고 입단한지 6~7년이 되어도 2군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다. 매년 십 여명의 선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방출되기도 한다. 10개 구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한 구단 안에도 선후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어느 누구 하나 치열하게 운동하지 않는 선수가 없다. 그들의 모든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나.
박경원 감독: 우리가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내밀함이랄까. '이 정도는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게 있었다. 작업을 하면서는 예를 들어 프런트에서 어떤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지, 그 의사결정이 클럽하우스나 운동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대로 운동장에서의 어떤 사건이 클럽하우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입체적으로 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야구단이라는 조직의 구조를 잘 보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어떻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만들었나.
박경원 감독: 의식을 많이 하셨지만, 의식이 안 될 정도로 매일같이 찍었다. 옆에 항상 스태프처럼 있었다. 구단에서도 선수들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레젠테이션 등 단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을 한다. 우리도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과 미리 상견례를 했고, 우리의 목적과 의지,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다. 구단도 혹시 촬영이 불편한 선수들은 의사를 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서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있었다.
-한화의 팬이 아닌 시청자에게는 어떤 관전포인트가 있을까. 재미가 있을까?
한경수 PD: 내가 프로야구가 출범한 당시부터 40년동안 KIA 타이거즈의 팬이었다. 몇 개월 만에 변절을 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촬영본을 보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이든 프런트들이든 감독, 코치든 그들의 진정성을 확인할 때마다 이건 한화팬이 아니라 야구팬,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18년 이후 반등하지 못하는 한화 이글스의 다큐를 찍는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한경수 PD: 구단에서 전폭적인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촬영이었다. 프런트, 선수, 감독 등 다 올해는 리빌딩이지만 지는 야구는 하지 않을 거다, 잘할 거다 기대를 많이 하셨다. 실제로는 결과가 그렇게 좋진 않았고, 계속 촬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달리 생각하면 계속 성공만하면 재밌는 게 아니지 않나.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안 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고, 그사이 갈등도 있고 다투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그런 과정을 찍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충실히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이우리 PD: 우리는 야구단을 처음 찍지 않나. 초반 시범경기에서 성적이 좋고 잘 풀리면 좋아했다. 근데 프런트는 좋아하지 말라고 하셨고, 오히려 경기가 안 풀린 날 우리가 실망하면 실망하지 말라고 하셨다. 밖에서 보기에는 이 사람들이 왜 져도 분해하지 않지? 왜 이기는데 좋아하지 않지? 보실 수 있는데 주 6일, 144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은 그날 경기를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게 있더라.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를 하게 됐다.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그걸 얼마나 누르는 지가 중요한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경원 감독: 예고편에서 힌트가 나왔는데, 수베로 감독이 라커룸에서 격노하셨던 적이 있다. 경기를 지고 늘 그랬듯 클럽하우스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분을 못 이기시고 라커룸까지 오셔서 화를 내셨다. 찍으면서도 손이 떨렸다. 이게 감독님이 무서워서인지, 다큐로서 좋은 장면을 담는다는 흥분으로 손이 떨리는 지 모르겠던 적이 있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큐멘터리를 볼 팬들에게.
이우리 PD: 야구를 인생에 비유를 많이 한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1년 동안 한 구단을 관찰하면서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특히 나랑 정말 비슷하다 느끼는 포인트를 최소 한 명쯤은 발견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야구 미생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들을 보시면서 위로 받으실 수 도 있고, 반대로 그들의 야구 인생을 응원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우리 사는 거랑 똑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야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경수 PD: 결국 이 속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는 꼭 야구인, 야구팬이 아니고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까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화라는 구단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목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는 또 그들만의 목표가 있다.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내 욕망이 앞서고, 어느 순간에는 개인보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할 수 있다. 이게 날마다 서로 부딪히면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게 야구경기장의 뒷모습인 것 같다. 꼭 야구팬 아니라도,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더라고 본인의 삶의 자리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한화 이글스는 2021년 최하위를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그 결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한 시즌, 한 경기, 공 하나와 각자의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한화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지를 조명한다.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왓챠에서 3월 24일에 1~3부가, 3월 31일에 4~6부가 공개된다.
사진=왓챠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