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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⑤] 16세 발리예바의 도핑, 변하지 않은 러시아의 악행

기사입력 2022.02.21 11:41 / 기사수정 2022.02.21 11:41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터졌다. 16세의 나이에 연일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피겨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는 이번 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대회를 시작한 직후 도핑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발리예바는 4일부터 시작된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부문에 출전했다. 그녀는 쇼트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  없이 완벽한 연기로 90.18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7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선 두 번의 4회전 점프를 구사하며 178.92점을 기록, 1위를 차지해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다음 날인 8일이 되도록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시상식이 열리지 않았고 러시아 언론에서 발리예바가 WADA(국제반도핑기구) 금지 약물로 지정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물질은 지구력과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부터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발리예바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에 두 번에 걸쳐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됐다. 러시아 자국대회와 1월 유럽선수권에서 그녀는 도핑에 적발되고도 출전했다. 

확인 결과 RUSADA(러시아반도핑기구)가 지난해 12월 자국대회 당시 도핑 위반 사실을 알고도 대회 출전을 허용했고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2월 8일 임시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뒤 9일 곧바로 징계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IOC는 독립 도핑 검사 기구인 ITA(국제검사기구)와 협의해 ISU(국제빙상연맹)와 함께 CAS(스포츠중재재판소)에 11일 제소했다. 피겨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 일을 4일 앞둔 시점이었다. 

여기에 CAS는 2월 14일, 여자 싱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발리예바의 출전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CAS는 발리예바가 16세 이하로 반도핑법으로 보호되고 올림픽 기간에 진행한 도핑 결과가 아니라는 점, WADA가 발리예바에게 도핑 결과를 46일 만에 통보했고 발리예바가 미성년자인 만큼 출전이 금지되면 정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당연히 모든 사람의 반발을 샀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편파판정으로 은메달을 따고 상대에게 연습 도중 방해를 받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김연아마저 SNS로 이번 발리예바 사태에 입을 열 정도로 모두가 CAS의 판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 개최를 취소하고 쇼트 프로그램에서 24위 안에 들면 프리 스케이팅 라운드에 25위까지 진출시켜야 한다고 ISU에 요청했고 ISU는 이번 대회만 25위까지 프리 스케이팅 라운드 진출을 허용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예정대로 쇼트 프로그램에 나서 1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1위를 차지해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했지만, 기자회견장을 그냥 지나쳐가고 말았다. 

쇼트 프로그램 다음 날인 16일 미국 뉴욕타임즈가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 외에도 하이포젠(Hypoxen), L-카르니틴이 함께 검출됐다고 전했다. 두 가지 물질에 더해 트리메타지딘까지 모두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감을 줄여줘 경기력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 USADA(미국반도핑기구) 위원장이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적발된 트리메타지딘 양이 적발된 다른 선수들보다 200배가량 많은 수치로 매일 해당 물질을 정량 복용해야 하는 수치이며 그녀의 측근이 이에 개입하지 않은 이상 이러한 수치가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발리예바는 17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선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꼈는지 연이은 실수로 4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녀는 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쳤지만, 여자 피겨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었다. 모두가 그녀의 연기를 보이콧했다. 각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그녀의 연기에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소치 대회 당시 러시아의 국가 주도적인 도핑 사실이 적발돼 동, 하계 포함 세 번의 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나서는 러시아인데 8년간 어떠한 반성도 없이 다시 도핑 사건으로 다시 올림픽을 얼룩지게 했다. 당장 러시아가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점 역시 세게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인간 존엄성의 보존에 관심이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고취하고자 하며 그 관점에서 스포츠의 의무를 인간의 조화로운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있다"는 올림픽 이념의 목표를 완벽히 훼손하는 행위이다.

근대 올림픽을 만든 피에르 드 쿠페르탱 남작은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개선 행진이 아니라 전투 그 자체다. 핵심은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잘 싸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구소련시절부터 도핑을 일삼아 온 러시아는 올림픽이 가지는 의의를 훼손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21세기에도 서슴지 않고 있고 이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사진=A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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