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윤승재 기자) “형님 잘 모시고 배구 발전 위해 열심히 하겠다.”, “우리 팀이 배구계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우리가 배구 이슈 몰이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전. 6위(IBK)와 7위의 최하위 팀간의 맞대결이었지만, 이날 경기는 ‘호‧형대전’으로 충분한 이슈몰이가 됐다. 덕장(김형실)과 투장(김호철)의 상반된 지도 스타일, 고등학교-대학교부터 지금까지 각별한 관계를 이어 온 두 감독 간의 첫 맞대결은 많은 배구팬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서로의 맞대결보다는 배구계 전반적인 분위기를 더 생각하는 듯했다. ‘아우’ 김호철(66) IBK 감독은 지난 15일 흥국생명전 직후 김형실(70) 페퍼 감독과의 맞대결에 대한 질문에 “형님과 함께 배구 발전 위해 힘쓰겠다”라고 답했다. 18일 경기 전 브리핑에서도 김호철 감독은 “형님 잘 모시고 시합 열심히 하겠다”라며 맞대결보단 배구계를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형’ 김형실 감독도 마찬가지. 김형실 감독은 경기 전 브리핑에서 “경기보다 김호철 감독과의 관계로 이슈가 돼서 많이 와주신 것 같은데 바람직하다고 본다”라면서 “우리 팀이 (계속 패하면서) 리그 전체의 경기력을 저하시킨 것 같아 걱정이 됐는데, 김호철 감독과의 관계가 이슈가 되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여자배구의 이슈몰이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대선배들은 이미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큰 책임감을 강조하며 여자팀 감독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 내홍 사태가 터졌을 때 관련도 없던 김형실 감독이 “배구계 고참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먼저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논란이 한창일 때 IBK의 지휘봉을 잡은 김호철 감독도 “빨리 수습을 해야 더 이상 배구계에 나쁜 이슈가 안 나온다. 배구인으로서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졌다”라며 대선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서로의 맞대결에도 예외는 없었다. 두 대선배는 서로의 맞대결 결과보다는 자신들의 스토리가 배구계에 미칠 선영향에 대해 더 신경을 썼다. 비록 경기는 형의 승리, 아우의 패배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승패와 이슈를 떠나 두 대선배들이 어떤 자세로 배구계에 몸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좋은 맞대결이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