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K리그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라이벌 팀을 모두 경험한 신진호(33)는 그야말로 '동해안을 뒤집어 놓는 사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신진호는 지난 2011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했다. 2013년부터 중동 구단으로 임대를 다니다 2015시즌에 복귀해 주목받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그는 곧바로 FA가 됐고 2016년 FC서울에 입단해 군 복무(상주상무)를 마치고 2018시즌까지 서울 선수로 뛰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진호는 포항 출신의 K리그에서 준수한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2019시즌 그는 돌연 울산 현대로 이적하면서 포항 팬들을 분노케 했다. 포항의 동해안 라이벌 팀인 울산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적 후 스틸야드에서 열린 동해안 더비에서 득점 후 거수경례 세레머니를 하며 포항 팬들의 마음을 더욱 찢어지게 했다.
2020시즌이 되고 신진호는 울산의 주장직을 맡았다. 울산이 전북과 우승 경쟁을 하면서 신진호는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울산은 이 시즌 리그에서 전북에게 리그 26라운드 맞대결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리그 일정 후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신진호는 주장으로 대표로 트로피를 들고 우승 세레머니를 했다.
울산 팬들의 마음을 다 사로잡고 나니 신진호는 다시 포항으로 향했다. 울산 구단에서 리빌딩을 진행했고 이에 따라 그는 다시 친정팀인 포항으로 옮겨왔다. 결국 2021년 1월 그는 공식적으로 포항에 입단했다.
32세가 되어 돌아왔지만, 신진호는 여전히 중원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력이 뛰어나다 보니 그는 지난 2021시즌 프로 커리어 역대 가장 많은 리그 경기(36경기)를 소화했고 모든 공식전 46경기 3,890분을 소화하며 철강왕의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그는 2021시즌 ACL 결승에 진출해 다른 팀 소속으로 ACL 결승에 진출한 두 번째 선수(첫 번째 : 남궁도)가 됐다. 무엇보다 더비 라이벌 팀으로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건 신진호가 역사상 유일하다.
2021시즌 주장이었던 오범석이 은퇴하고 이제 포항의 주장 완장은 신진호에게 향했다. 김기동 감독은 “그동안 팀에 많은 공헌을 했고 정신적인 지주로 뛰어준 신진호를 주장으로 임명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울산과 포항에서 동시에 주장 완장을 차는 유일한 선수가 된 신진호는 “주장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운동장에서 직접 몸으로 먼저 보여주겠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더 좋은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말 누구보다 프로다운 마인드를 갖췄거나 혹은 라이벌 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울산과 포항을 모두 들쑤셔 놓은 신진호의 행적은 K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남을 동해안 더비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