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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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순, 투지의 90분

기사입력 2007.08.23 19:59 / 기사수정 2007.08.23 19:59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최투지'

전북 현대 24번 그리고 올림픽 대표 24번 최철순. 그는 별명만큼이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가졌다. 항상 악문 듯한 입, 여차하면 붙는 몸싸움으로 그라운드의 왼쪽을 호령하는 이제 스물한 살, 최철순 그의 90분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기만 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올림픽 최종 예선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 국방부 취타대의 아리랑 연주가 끝나고 아이들의 손을 맞잡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입장하는 그의 얼굴에는 그 누구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부터 대표팀 생활도, 프로팀 생활도 해오며 잔뼈가 굵은 그이긴 하지만, 이런 큰 경기에서 오는 중압감은 쉬이 감추기가 어려운 듯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신의 자리인 왼쪽에 자리 잡은 그는, 조금 전의 부담감을 모두 투지로 바꿔치기한 듯 표정엔 비장함마저 서렸다. 자신의 별명과 똑 닮은 '투지' 그 자체로 말이다.

그의 본직은 수비. 그러나 여타 날개들이 그렇듯 그도 공격에 적극 가담하며 호시탐탐 골 기회를 노렸다. 물론,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수들을 저지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양쪽 모두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지쳐버렸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저절로 땀이 흐르는 이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그라운드 사방팔방을 발이 가는 대로 누볐으니 그 어떤 철인이라도 지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쓰러져 틈새가 생기면 벤치로 달려가 물을 마셨다. 몸은 고되기만 하고 주저앉고 싶었지만, 출전한 선수 중 하태균 다음으로 어린 그였다. 자신과 똑같이 고되고 힘들 형들을 향해 한 번 더 박수를 쳐주고, 괜찮다고 소리쳐줬다. 골. 한 골만 터지면 이 무거운 다리도 다시 가벼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골은 그렇게 쉽게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반 종료 직전 자책골을 내주며 끌려가고야 말았다.

다시 시작된 45분. 돌아온 최철순은 중앙 수비를 맡고 있는 팀의 맏형 김진규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수비라인을 정리해 나갔다. 어쨌든 한 골을 따라가야 하고, 그 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 시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한 골을 먼저 성공시킨 우즈베키스탄이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당연히 그와의 몸싸움도 잦아졌다.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몸을 들이대도 피하지 않았다. 밀려 쓰러져 무릎 보호대가 돌아가 버릴 지경이라도 마냥 웃었고, 마냥 즐겼다.

결국, 교체 투입된 이상호에 의해 첫 골이 터졌다. 한달음에 달려가 장난스럽게 이상호의 얼굴을 밀쳤다. 기쁨도 그렇게 우악스럽고 장난스럽게 내비친다. 천상 어린 소년이다.

결승골의 시초는 자신의 발끝이었다. 자신의 크로스를 하태균이, 그리고 이근호가 마지막으로 정리해줬다. 출렁이는 골망을 바라보며 최철순은 그저 마냥 웃기만 했다. 자신이 골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행복 해보였다. 잠시 기쁨을 만끽한 뒤 모든 선수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에도 최철순의 얼굴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승리를 거뒀다. 오늘의 기쁨을 뒤로 한 채 그는 다시 달려가 전북의 최철순으로 자신의 투지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그가 보여줄 무궁무진한 그 투지에 그의 다음 그라운드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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