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창단 첫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참담한 결과에 구단 대표, 단장, 감독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 고개를 들기 어려웠지만, 수확은 있었다. 가뭄 속에 단비는 혜성처럼 등장한 마무리투수 정해영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중간 계투로 활약했던 2020년 47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1세이브 11홀드 38⅓이닝 32탈삼진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눈도장을 찍은 정해영은 지난해 팀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고 놀라운 이야기를 썼다. 64경기에서 5승 4패 34세이브 65⅓이닝 49탈삼진 평균자책점 2.20 호성적을 거뒀다. 풀타임 마무리 첫해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하며 세이브 전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40km/h 중반대 묵직한 직구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타자들을 농락했다. 초보 마무리 답지 않은 담대함이 돋보였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정해영은 "부담감이 조금 있었는데, 마무리투수를 맡을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시즌 초반에는 조금 방황을 했다. 마무리 경험이 거의 없었고 등판 상황도 타이트했다. 타자에게 너무 맞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제구와 멘탈이 흔들렸다. 코치님, 선배님들이 '맞아도 되니까 자신 있게 들어가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돌아봤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정해영은 "비결보다는 공격적으로 투구를 한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공격적인 투구 때문에 때론 얻어맞기도 했지만, 막아낸 경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는 목표했던 것보다 두 단계 더 올라간 것 같다. 또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는 데 달성해서 기분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2020시즌 정해영의 경쟁력을 입증한 두 가지 역사적인 기록을 빼놓을 수 없다. 정해영은 KBO 역대 한 시즌 최연소 30세이브와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는 "하나씩 차례로 달성하게 되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 믿음을 주신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포수 선배님들께 감사하다. 혼자 이뤘다고 할 수 없다. 다 같이 해낸 기록이다.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라며 겹경사를 팀과 함께 누렸다.
KIA는 불펜 마운드에 영건들이 즐비하다. 차기 시즌 농사가 달린 키포인트 중 하나. 단연 중심은 정해영이다. 그는 "부담감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한다.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KIA의 수호신은 2022시즌도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글 준비가 되었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상황에 맞는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할 것이다"면서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작년보다 세이브를 하나라도 더 기록하면 기쁠 것 같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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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