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역대급 광풍이 불었던 FA 시장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15명의 자유계약선수(FA)들이 계약을 맺으면서 오간 금액은 989억원. 이 중 100억원대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무려 5명이나 됐고, 예비 프랜차이즈 스타라 불렸던 선수들이 5명이나 새 둥지를 트는 등 역대급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던 FA 시장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조용했던 구단들이 있다. 소극적인 자세로 전력 유지에 간신히 성공한 팀도 있었지만, 시장의 과열 양상에 참전을 포기하며 고개를 숙인 구단도 있었다. 더 나아가 영입은커녕, 팀의 핵심 자원까지 놓치며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 구단도 발생했다.
물론, 이는 스토브리그의 흔한 풍경이기도 하다. 모기업의 통큰 투자로 큰 돈을 쓰는 구단이 있는 반면, 모기업의 사정이나 리빌딩을 이유로 소극적인 투자를 하는 구단도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전력 보강이 절실함에도 일찌감치 투자를 접거나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뺏기는 구단의 소극적인 자세를 보면서 팬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분노한 팬들은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비판하는 성명문과 함께, 더 나아가 트럭 시위로 항의의 뜻을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투자 없는 구단, 운영 의지 있나?”
이번 FA 시장에서 ‘트럭 시위’를 받아본 구단은 무려 네 팀. 최하위 한화부터 준우승팀 두산은 물론, 우승팀인 KT도 팬들의 트럭 시위를 마주했다. 이 중 우승팀 KT만이 내부 FA 2명에 외부 FA 박병호까지 잡으면서 팬들의 분노를 가라앉혔지만, 그 반대 여파로 박병호를 놓친 키움은 구단 팬들의 트럭 시위를 마주해야 했다.
모두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비판하는 시위들이었다.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일찌감치 시장 참전 의지를 접은 한화와 최근 수 년 간 모기업 사정을 이유로 팀내 FA 유출을 반복중인 두산을 향한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아울러 투자는커녕, 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를 잃은 키움팬들의 상실감도 트럭 시위 동참으로 이어졌다. 키움 역시 수 년 간 외부 FA 영입이나 전력보강이 적었던 팀이다.
분노한 팬들은 구단의 투자 의지를 구단의 운영 의지로 엮어 강하게 비판했다. 한화팬들은 “투자 없는 리빌딩은 리빌딩이 아니다”라는 문구의 트럭 시위로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비판했고, 두산팬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하거나 불가능한 경우 매각을 고려해달라”며 성명문과 트럭 시위로 구단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과열된 FA 시장 속 빈부격차, “우리 팀도 절실한데 왜..”
이런 팬들의 분노는 과열된 FA 시장도 한몫했다. ‘큰 손’ 구단들이 100억원이 넘는 돈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은 어느 샌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비교 대상이 됐고,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순간 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고 과감하게 투자한 KIA나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었음에도 적극적인 투자로 공백을 메운 NC, 우승팀이면서도 외부 FA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선 KT 등의 모습을 보면서 정작 보강이 절실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간 ‘우리 팀’의 모습을 본 팬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응원하는 구단이 매 년 같은 문제를 반복하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사랑하던 선수들이 허무하게 팀을 떠나가는 모습만 지켜보던 팬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팬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는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표출됐고, 트럭 시위라는 압박 수단까지 이어지면서 더 강해졌다. 역대급 광풍으로 끝난 FA 시장이었지만, 어떤 팀 팬들에겐 역대급 상실감으로 끝난 겨울이었다.
사진=팬 제공, KT위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