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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25주년' 베를루스코니 밀란의 발자취

기사입력 2011.02.21 03:51 / 기사수정 2011.02.21 03:56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AC 밀란 회장이 부임 25년을 맞이했다.

20일 오후(이하 한국시각) 키에보 베로나 원정길에 오른 AC 밀란 선수들은 여느 때와 다른 유니폼을 입고 피치에 나섰다. 그들의 가슴에는 베를루스코니의 부임 25주년을 축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알레산드레 파투의 결승골로 밀란에 2-1 승리로 끝났다. 전반 25분 호비뉴의 골로 앞서간 밀란은 후반 페르난데스에 실점하며 동점을 내줬지만, 후반 37분 파투가 왼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했고 문전 혼전 상황에서 감각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거뒀다.

베를루스코니의 부임, 암흑기에서 벗어난 AC 밀란

이탈리아 총리로 더욱 유명한 베를루스코니는 1986년 2월 AC 밀란을 인수했다. 당시 밀란은 1980년 초반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승부 조작에 연루되며 강등을 당한 후, 명문팀답지 않은 행보로 잊힌 팀이 된 상태였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부임 후,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감독들을 대거 배출했다.

애초 베를루스코니의 밀란 인수는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재벌 출신 정치가로 유명한 그는 1960년대 초반 건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업가로 주목받았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는 언론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잡지사 파노라마를 비롯해 일간지 일 지오르날레 그리고 출판사 몬다도리와 언론사 메디아세트 등을 소유하며 미디어 재벌로 등극했다.

여기에 침체된 명문 AC 밀란을 인수하며 대중적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에 입문한 시기가 1990년대 초반임을 고려할 때, 밀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베를루스코니가 밀란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우선, 그의 부임 후 밀란은 5차례의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우승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밀란이 두 차례 챔스 우승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였다.

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대거 배출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사키이즘의 주인공 아리고 사키와 現 첼시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를 들 수 있다. 잉글랜드 사령탑인 파비오 카펠로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이탈리아 축구의 혁명가로 불리는 사키는 밀라노에 오기 전까지 무명 감독이었다. 프로 선수로서 경력이 없었고, 3부 리그에 있던 파르마를 2부 리그로 승격시킨 것이 감독 경력의 전부였다.

다만 지역 방어와 강력한 압박 축구를 구사하며 지략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베를루스코니의 도움으로 밀란에 입성.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오렌지 삼총사로 불리는 루드 굴리트, 마르코 판 바스턴, 프랑크 레이가르트가 합류하며 밀란의 기세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키가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 후임으로 카펠로가 등장했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카펠로는 사키이즘을 계승하여 밀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결장에도, 챔스 결승에서 FC 바르셀로나를 4-0으로 꺾으며 밀란의 5번째 챔스 우승을 이끌었다.

1990년대 중반 유벤투스의 부흥과 주전들의 노쇠화로 위기에 빠진 베를루스코니의 밀란은 100주년을 기념해 안드리 세브첸코를 영입했다. 또한, 유벤투스에서 팀의 레전드 안첼로티를 신임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01/02시즌과 2002/03시즌 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시행했다.

전력 보강에 성공한 밀란은 2002/03시즌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챔스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2003/04시즌에는 상파울루의 유망주 카카를 데려오면서 17번째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2006/07시즌에는 리버풀을 2-1로 꺾고 통산 7번째 챔스 우승에 성공. 통산 우승 횟수에서 이 부문 2위를 기록 중이다.

밀고 당기기식 운영으로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받은 베를루스코니의 밀란

감독뿐 아니라 선수진도 화려했다. 앞서 말한 오렌지 삼총사 이외에도 조지 웨아와 데얀 사비체비치, 즈보니미르 보반 그리고 마누엘 후이 코스타와 카푸, 야프 스탐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게다가 이들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전설 그 자체다.

현재도 화려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커맨더형 수비수의 교과서인 알레산드로 네스타를 비롯해 지안루이카 잠브로타, 안토니오 카사노, 호비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안드레아 피를로 등. 대표팀과 클럽에서 굵직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뛰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고효율 정책을 통해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영입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험난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진 베를루스코니는 2000년대 초, 중반부터 팀에 대해 소극적인 투자를 시행했다. 흑자 운영이라는 명분으로 카카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다.

이전에는 팀의 상징 중 하나였던 세브첸코를 첼시로 보냈다. 반면 주급이 많은 노장급 선수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며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밀란에 있어 베를루스코니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팀에 대한 '밀고 당기기'식 투자로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임 초반 그는 팀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선수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후 소극적인 모습으로 팀 전력을 대폭 약화시키며 곳곳에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미미한 선수 영입은 팀을 노인정 클럽으로 전락시켰다. 나아가 감독 위에 군림하고자 전술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도 했다. 선수와 스카우트 그리고 감독으로서 밀란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레오나르두가 떠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베를루스코니의 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그의 딸인 바르바르라 베를르수코니가 새로운 구단주로 부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영향력만큼은 여전하다.

[사진= 베를루스코니(右)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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