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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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원의 자신감 "나도, 한화도 더 강해진다는 확신 있다"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1.11.18 10:43 / 기사수정 2021.11.18 10:50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기막힌 안타도, 안타까운 삼진도 하나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같다. 누군가는 모르고 흘려버릴 수 있는 순간들을, 한화 이글스 정은원은 모두 쥐어 자산으로 삼는다.

정은원은 올 시즌 139경기에 나서 140안타 6홈런 39타점 85득점 타율 0.283을 기록했다. 105개의 볼넷을 골라 KBO 역대 최연소 100볼넷 기록을 작성했고, 출루율 0.407로 리그 7위에 자리하며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전히 팀 성적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좋은 눈을 가진 정은원의 시야는 더 넓다. 다음은 프로 4년 차 시즌을 마친 정은원과의 일문일답.

-올 시즌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전체적으로 좋았던 시즌이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어 만족스럽다. 뭔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내가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다라는 걸 스스로 느끼고 확인한 시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조금씩 고쳐 나가면서 장점 살리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즌 막바지 손등에 공을 맞은 여파로 못 뛴 건 아쉽진 않은지.
경기에 못 나간다는 건 어떠한 이유로도 아쉬운 마음은 항상 있다. 그치만 그것 또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전반기에 좋았는데, 상대적으로 후반기에 머리가 복잡했던 부분이 있을까.
그랬던 것 같다. 전반기 때는 생각 없이 과감하게 내가 해야 하는 것들만 생각하면서 야구를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록이 워낙 좋아지고, 후반기에는 그 기록을 유지하면서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2019년에도 전반기에 잘하고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다가 추락한 상태로 시즌을 끝냈다. 작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끝났다. 그런 기록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고, 다시 생각을 비우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맴돌았던 것 같다.

-지난 시즌들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은.
나는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 주변에서 체력적인 부분을 얘기하시지만 사실 나는 힘들지가 않다. 올해 지명타자도 많이 나가고 팀에서도 많이 관리해주시고 신경써주신 부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겠지만, 경기에 많이 나가서 힘들다라는 느낌을 받진 않는다. 물론 하루씩 몸이 무거운 그런 날이 있긴 있다. 내가 야구장에서 야구를 못하는 이유를 체력적인 이유를 붙여서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건 별개라고 생각을 한다.

-외국인 코치진과 한 시즌을 보내며 체감이 된 부분이 있다면.
처음에는 느껴지는 게 많았다. 코칭스태프가 바뀐 것뿐만 아니라 우리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 자체가 바뀌면서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한국 야구에서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많이 한 것 같다. 라커룸 분위기나, 경기 때 눈치 보지 않는 것들. 더 편하게, 정말 자신있고 과감하게 야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준 형들, 코칭스태프에도 감사하다.


-워싱턴 코치가 메이저리그로 가면서 실감한 부분도 있을 텐데.

당연히 워싱턴 코치님이 처음 오실 때부터 능력 있는 코치님인 건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1년을 같이 하면서 더 그걸 느꼈다. 때로는 기술적인 부분의 코치님이지만 때로는 멘탈 코치가 되기도 해주셨고, 어떨 때는 형, 어떨 땐 아빠가 되어주기도 하셨다. 코치로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워싱턴 코치님한테 느끼고, 배우고 의지한 게 되게 크다. 또 김남형 코치님이 중간 역할을 잘해주셨다. 워싱턴 코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김남형 코치님이 안 계셨으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분명 잘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좋은 제안을 받아서 가는 거니까 축하해주면서 보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나뿐만 아니라 많이 의지했던 선수들이 시즌 끝나갈 때쯤 '가지 말라. 네 새끼들 두고 어디 가냐. 가면 배신이다' 장난처럼 얘기했는데, 막상 간다고 하니까 정말 배신감도 좀 들었다(웃음). 속상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일로 가니까 축하해드렸다.

-마지막 인사 날 눈물을 흘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사실 기사화가 되기 전에 먼저 얘기를 들었다. 가까이에 있었고, 먼저 얘기를 해주셔서 알고는 있었는데 실감이 안 났다. 마지막 인사 땐 내가 울어서가 아니라 워싱턴 코치님이 울어서 내가 운 거다. 갑자기 우셔서 슬퍼지더라. 선수들 다 같이 있을 땐 꾹 참았는데 마지막 인사하려고 둘이 딱 만나서 얘기하는데 눈물이 났다. 간다고 하니까 정말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한마디도 못 했다. 정말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

-워싱턴 코치와 하면서 배운 건 체득이 된 것 같나.
너무 감사한 게 뭐냐면, 한 시즌을 치르면서 멘탈적인 부분이 기술적인 부분보다 중요하다고 느낀 해였다.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도 좋아진 것도 있지만, 가장 감사하고 크게 느낀 게 야구를 대하는 자세, 타석에서 투수와 싸우는 방법, 시즌을 치르면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잘 안 될 때 흔들리지 않은 멘탈, 이런 것들이다. 올해 정말 그런 걸 잘 배웠다. 타격 루틴, 경기에서 잘하기 위한 준비 과정도 나에게 맞게끔 만들어주고 가셨다. 그런 걸 잘 유지하고 올해 느낀 부분들을 잘하다 보면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분명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여러 인터뷰에서 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야구는 개인 운동이자 팀 운동이다. 다른 스포츠들이랑 다르게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팀이 잘해야 개인 성적도 올라가고, 개인 성적이 좋아야 팀 성적도 올라간다. 개인이지만 팀이고, 팀이지만 개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팀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 나도 한화에서 엄청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팀에 대한 애정도 되게 높다.

(노)시환이나 (하)주석이 형이나 선수들과 항상 얘기하는 게, 한화 이글스라는 팀의 이미지를 우리 힘으로 바꾸고 싶다. 그런 마음이 크다. 다른 팀들 가을야구할 때 정말 부럽다. 저기서 내가 뛰고 싶은데, 항상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너무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나뿐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 다 이 악물고 하고 있고, 그렇게 가기 위해 쓰리지만 아픈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들이 변하지 않고, 이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나가면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하는 확신이 있다.

-시즌 중간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아주 작게 '아들'이라고 썼던데.
그건 이글스TV가 시켜서(웃음). 근데 나는 정말 감사하다. 한국시리즈 보면서 '한화 한국시리즈 가면 여기가 꽉 찰 텐데' 생각했다. 한국시리즈에 가면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고 행복해하실 게 보인다. 우리 선수들도 정말 원하지만 팬분들도 정말 원하시지 않나. 꼭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들' 수식어가 부담되지는 않는지.
부담은 잘 못 느끼는 성격이다. 저의 모습들을 좋아해 주시니까 감사하다. 팬분들을 대하는 태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 인성만 바뀌지 않고 야구적인 부분도 발전해 좋은 모습 보여드린다면 그런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그런 부분들은 크게 어려운 게 아니지 않나.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행동들, 그런 걸 지켜면서 할 자신이 있다. 

-그런 수식어를 노릴 새로운 선수들이 있는데.
다 잘했으면 좋겠다. 정말 나보다 더 잘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그건 질투하거나 시기하고 그럴 생각은 없다. 인정을 해줘야 한다.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다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아들 꼭 한 명만 둬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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