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꼬꼬무'에서 형제복지원의 충격적인 인권 유린 실체를 조명했다.
2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꼬꼬무)에서는 배우 장현성이 새 이야기꾼으로 합류한 가운데, 기존 이야기꾼이었던 장항준과 가수 이석훈, 전소미가 이야기 친구로 출연했다. 이날 이야기꾼들이 다룬 사건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었다.
1982년 9월 리어카 장수 정 씨의 아들 연웅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12살이었던 연웅이는 연탄 가게 형과 함께 부산역으로 놀러갔다가 사라졌고, 이 때문에 '수', '우'가 가득하던 그의 성적표는 장기결석으로 인해 '가'만 가득하게 됐다. 이에 연웅이의 아버지는 실종신고를 냈지만, 경찰에서는 단순 가출 판단을 내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40년 전 사라졌던 연웅이는 살아있었다. 현재 50살이 된 정연웅 씨는 "그때가 12살이었고 4년 7개월 정도 갇혀있었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연탄 가게 형과 함께 부산역으로 갔던 연웅이는 형의 친구를 함께 기다렸다. 그런데 그들 앞으로 남자 둘이 다가와 이들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약 1년 뒤, 7살과 5살의 혜율이 남매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이들은 이혼 후 대전으로 떠난 엄마를 만나기 위해 기차에 올랐는데, 잠이 든 사이에 종점인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후 연웅이를 데려간 남자들이 다가와 집을 찾아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두 아이도 실종됐다.
연쇄 아동 실종사건의 서막이었던 것인데, 충격적이게도 아이들을 납치한 이들은 경찰이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차에 몰아넣어 어딘가로 데려갔고 머그샷을 촬영한 뒤 아이들을 이름 대신 숫자로 불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똑같은 옷을 입고 수십 개의 건물에 모인 이들은 무차별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밤낮없이 장롱, 신발, 장난감 등을 만드는 일을 해야했고, 성인들은 건물을 짓는 일에 투입됐다.
거대한 공장이자 요새, 강제 노역 시설이었던 이 곳은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 형제복지원이었다. 그리고 형제복지원에 끌려온 이들은 '부랑인'이었다. 실제 사전적 의미의 부랑인과는 달리, 당시에는 지하철이나 열차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갔거나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TV를 보고, 야외에서 음주를 하거나 주정을 부리고, 며칠 동안 수염을 깎지 않아 덥수룩해진 이들을 모두 부랑인으로 간주했다.
그렇게 형제복지원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연웅이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지만, 아버지를 만난 곳은 다름아닌 형제복지원이었다. 연웅이를 찾아달라고 경찰에게 수 차례 항의한 연웅이의 아버지를 부랑인으로 간주해 복지원으로 보내버린 것.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성폭행까지 일어나는 이곳에서 연웅이는 탈출에 성공했지만, 결국 다시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와 모진 매질을 당해야 했다. 그러던 1986년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의 김용원 검사가 포수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형제복지원의 충격적인 민낯이 드러나게 됐다.
무려 축구장의 4배 정도 규모인 8,759평의 형제복지원에는 수용인원 3,164명에 그중 미성년자만 900명이 넘었다. 또한 이곳에는 정신병동까지 만들어져 원생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불법 감금, 폭행, 성폭행, 강제노역, 횡령 등 범죄 소굴이었던 이곳에서는 시신 암매장, 시신 소각에 관한 증언이 이어졌고 심지어 해부용 판매 증언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수사가 이뤄져야했지만, 담당 검사에게 부산 시장과 검사장 등이 형제 복지원에 관한 수사에 대해 압박을 가했고, 당시 대통령 또한 박 원장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해 검사를 압박했다. 결국 박 원장은 부산 본원에 대한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고, 울산 공사장에 대한 특수 감금과 횡령 혐의로만 기소돼 최종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2012년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었던 한종선 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형제복지원 사건은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에 재수사가 시작되었다. 아직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전소미는 "부랑인이라는 단어가 태어나기 훨씬 전 그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프다. 절대 이렇게 취급당하면 안 되는 건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장항준은 "국가 조직이 총동원되어 저지른 범죄다. 죽은 가해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당시 파출소의 누가 누구를 연행하고 누가 검사에게 압력을 가했는지 수사가 되어야 한다. 역사에 교훈으로 남지 않으면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꼬꼬무' 방송 캡처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