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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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베어벡, 누구의 전례를 따르나?

기사입력 2007.07.16 19:50 / 기사수정 2007.07.16 19:5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4강, 아니 우승을 장담했던 베어벡 감독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젊은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린 사우디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아쉬운 무승부를 거둔 한국 대표팀은 어제 바레인에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했다. 1무 1패 승점 1점으로 D조 최하위를 기록 중인 한국은 이제 호주와 함께 '기적'을 바라는 처지가 되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이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미 자력 진출은 물 건너 간 상태다. 성미가 급한 일부 한국 축구팬들은 벌써 차기 대표팀 감독을 논하고 있다. 과연 베어벡은 어떠한 모습으로 아시안컵 위기를 돌파할까? 그에게는 2006 월드컵 당시 두 감독의 얼굴이 스쳐가고 있을 것이다.

베어벡, '스승' 아드보카트와 '닮은 꼴'?

베어벡 감독의 머릿속을 스치는 첫 번째 인물은 '스승' 아드보카트일 것이다. 베어벡과 아드보카트에겐 참 닮은 점이 많다. 베어벡 감독은 아드보카트와 마찬가지로 선수 시절 당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대표팀 수석코치로서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베어벡은 2002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월드컵 4강을 이끌었고, 아드보카트 역시 네덜란드의 수석코치로서 팀의 1994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아드보카트는 유로 2004를 대비해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팀을 4강까지 올려놓았으나. 이해할 수 없는 전술과 선수 교체로 강한 비판을 받으며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체코와의 조별예선에서 가장 훌륭한 활약을 펼친 로벤을 교체하며 결국 2-3으로 패배했고, 결국 8강에 오른 후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에 패배하며 고배를 마셨다.

아드보카트는 한국 대표팀을 맡은 후에도 특유의 '소심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해외파를 지나치게 중용하며 젊고 실력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했으며, 2-1로 역전승을 거둔 토고전에서는 후반 막판 공 돌리기로 시간을 끌며 골득실차를 늘리지 않는 전략적인 실수를 범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격수를 투입하는 '무대포' 전략도 여러 전문가의 비난을 받았고, 결국 한국은 2006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의 쓴맛을 보았다.

아드보카트를 이어 한국 대표팀을 맡은 베어벡 감독의 전술도 아드보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베어벡 감독은 어제 바레인 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다 결국 상대 역습에 두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역전골을 허용한 후 우성용을 투입했지만 공격수에게 패스를 제공할 미드필더진이 약해지면서 공격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가 '경험'을 믿고 투입한 송종국 등의 월드컵 멤버들은 젊은 선수들보다 체력, 패기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역전패를 자초했다.

역전 드라마, 도메네크 감독의 전례를 따를까?

베어벡 감독의 머릿속을 스치는 두 번째 인물은 프랑스 대표팀의 감독, 레이몽드 도메네크일 것이다.

도메네크 감독은 2004년 대표팀 감독에 부임하며 2006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메네크의 프랑스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본선탈락의 위기에 빠졌으나, 도미네크 감독이 설득하여 호출한 '노장 3인방' 마케렐레, 튀랑, 지단이 좋은 활약을 보이며 극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도메네크 감독 역시 선수 선발과 전술 면에서 팬들과 전문가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는 훌륭한 활약을 보였던 피레, 지울리 등을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은 반면,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심봉다를 선발해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리옹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쿠페 대신 바르테즈를 주전 골키퍼로 기용한 것 역시 언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대목이었다.

언론과 팬들의 비판에 부응(?)이라도 하듯, 도메네크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대표팀은 스위스, 한국과 잇따른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별예선 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한결같이 '느슨한 전략이 위기를 자초했다.'며 그를 비난하기 바빴다. 조별예선 탈락이 확정되기도 전에 그에 대한 경질론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토고를 꺾고 극적으로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프랑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단, 마케렐레, 튀랑을 주축으로 한 프랑스는 쉽게 골을 내주지 않는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피레와 지울리를 제치고 선발된 '신예' 프랑크 리베리는 16강전에서 멋진 동점골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결국, 프랑스는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아깝게 이탈리아에 패배했지만 프랑스 축구의 건재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베어벡, 누구의 전례를 따를 것인가

과연 베어벡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일까, 아니면 사임일까? 전임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의 실패를 예견이라도 한 듯 퇴로를 만들어두었고, 월드컵이 끝남과 동시에 러시아로 날아갔다. 그러나 '바보'라는 비판까지 들었던 도메네크 감독은 프랑스의 준우승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지금까지도 프랑스 대표팀 감독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희박하지만 아직 베어벡 감독에겐 기회가 남아있다. 인도네시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잘 치르고 운이 따라준다면,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우승을 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지 않은가? 팬들의 비판이 머쓱한 환호로 바뀔 수 있을지 여부는 7월 18일, D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일에 드러날 것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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