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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홍상수, 성의 없어 보여 싫었는데…진짜 예술가" [BIFF2021]

기사입력 2021.10.08 09:00 / 기사수정 2021.10.10 23:08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유진 기자) 이혜영이 '당신얼굴 앞에서'를 통해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던 홍상수 감독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CGV센텀시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이콘 섹션 초청작 '당신얼굴 앞에서'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혜영과 조윤희, 권해효가 참석했다.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전작 '인트로덕션'과 함께 공식 초청됐다. 올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당신얼굴 앞에서'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프리미어로 처음 관객을 만났다.

특히 '당신얼굴 앞에서'는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해 40여 년의 시간을 꾸준히 활약 중인 관록의 배우 이혜영이 홍상수 감독과 처음 함께 하는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혜영은 '당신얼굴 앞에서'에서 주인공 상옥 역을 연기했다.


'당신얼굴 앞에서'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첫 상영이 끝난 후 진행된 GV에 모습을 드러낸 이혜영은 "GV가 처음이다"라며 "사실 이 자리에는 홍상수 감독님이 오셨어야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못 오셨다. (사실 제가) 별로 할 얘기도 없고, (영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오게 됐다. 감독님과 비교적 작업 경험이 많은 권해효 씨가 계시니 저는 그냥 성실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소탈하게 인사를 전해 시작부터 객석에 유쾌함을 전했다.

또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묻는 말에 "찍은 지가 너무 오래 돼 기억이 안난다"고 난감해했고, 이에 옆에 있던 권해효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반박하며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도 웃음을 안겼다.

이내 이혜영은 홍상수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솔직하게 홍상수 감독에 대한 첫인상을 전해 시선을 모았다. 이혜영은 "사실 2015년까지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을 꺼내며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가끔씩 TV에서 감독님 영화가 나오기도 하지 않나. 오며가며 봐도, 별로 감동이 없었다"고 능청스럽게 말해 객석에 웃음을 던졌다.


이어 "너무 평범하고, 때로는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었다. 저는 본래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비현실을 현실로 믿고 사는 사람인데, 감독님 영화는 좀 성의도 없어보였고 그랬다. 저는 평범한 것도 싫어하고 했기 때문에, 그냥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왜 좋아하게 됐지?"라며 생각에 잠긴 이혜영은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이 있었다. 그 얘긴 제가 하면 감독님이 안 좋아할 것 같다. 어쨌든, 감독님은 도대체 누굴까 싶더라. 왜 그렇게 영화만 만들면 세계가 주목하는지 궁금했다"고 말을 이으며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난 홍상수 감독의 어머니인 영화제작자 故전옥숙을 떠올렸다.

"제가 감독님의 어머니 전옥숙 선생님을 어렸을 때 뵌 적이 있었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홍상수 감독님에 대해서는 '그 분의 아들이다' 이런 생각이 있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2015년에 홍 감독님을 빈소에서 처음 만났다. 생긴 것도 멋지시더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이었다"고 미소 지으며 "그래서 '그런가보다' 그랬다가, 어느날 오랜만에 우연히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는데 감독님의 어떤 사건이 제가 감독님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혜영은 "그동안 2% 부족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건을 계기로 2%가 채워졌구나 싶더라. '이 남자 진짜 예술가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예술가를 한 번 보고 싶었다. 친구도 되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고 그래서 보게 됐는데 어쨌든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 제게 영화를 하자고 해서 OK를 하고, 그 때부터 감독님 영화를 찾아본 것이다. 찾아보니, 정말 데뷔 때부터 놀라운 감독이었더라"고 얘기했다.


또 이혜영은 홍상수 감독의 작업 방식에 대해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안톤 체호프 생각이 나더라. '어떻게 연기해라' 이런 것도 없다. 감독님의 대본은 매우 불친절하지만, 정말로 그날 그날 대본을 받으면서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의 얘기를 듣고 있던 권해효도 "30년 전 제 영화 첫 데뷔작의 주인공이 이혜영 선배님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됐다. 영화에 어떤 배우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요즘 따라 그 변화의 폭이 커지는 것 같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이혜영 선배님의 출연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쾌한 카리스마로 극장 안을 채운 이혜영은 30여 분의 GV를 마무리하며 "GV는 처음이었다. 저 괜찮았어요?"라며 마지막까지 남다른 에너지를 전하고 극장 문을 나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아시아 총 70개국 총 223편을 상영하며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흘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폐막작은 렁록만(홍콩, 중국) 감독의 '매염방'이다.

사진 = 영화제작 전원사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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