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토종 에이스요? 전 시즌 시작할 때부터 '5선발'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어요."
최원준은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0 완승을 견인했다.
완벽투였다. 8이닝 동안 내준 안타는 단 3개,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1회 구자욱에게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빗맞은 안타 2개에 대부분의 공을 내야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최원준에게 이날 승리는 의미가 컸다. 데뷔 3년차인 지난해 처음으로 10승을 올렸던 최원준은 이날 시즌 11승을 기록하면서 개인 최다승 기록을 다시 세웠다. 3.02였던 평균자책점도 2.84로 떨어뜨리며 2점대 방어율에 재진입했다.
경기 후 만난 최원준은 “승리해서 기분 좋다. 수비가 많이 도와줘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갔고 카운트 싸움이 잘됐다. 공격적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잘됐다”라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투구수는 98개. 생애 첫 완투와 완봉승까지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의 선택은 교체였다. 아쉽지는 않았을까. 최원준은 “솔직히 더 던지고 싶었다. 더 던지겠다고 어필했지만 안 통했다”라고 웃으면서 “그래도 100구 넘어가면 부상 위험도 있으니까 조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최원준이 토종 에이스답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팀 승리를 책임졌다”라며 최원준의 호투를 칭찬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아직 ‘토종 에이스’라는 말이 어색하다. 이에 그는 “워낙 기록이 좋은 투수가 많아서 올 시즌 시작할 때부터 ‘나는 5선발’이라고 생각하고 시즌에 들어갔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라며 에이스라는 칭호를 유보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올 시즌 ‘토종 에이스’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국내 선발진이 부진을 거듭할 때도 최원준만이 홀로 로테이션을 지켰고, 지금까지 11승 2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와 견줄만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투수 로켓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미란다와 최원준이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준 덕에 두산도 한 시름을 덜었다.
최원준은 “(유)회관이 형도 있고, (박)종기도 잘 던지고 있다. 앞에선 미란다가 잘 던져주고 있고 내 역할만 잘하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면서 “로켓이 빠진 상황에서 규정이닝 이상으로 활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닝과 평균자책점에 욕심이 있는데, 앞으로 남은 경기 부상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내 목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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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