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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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대표팀 차출 잡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07.06.21 18:53 / 기사수정 2007.06.21 18:53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한국 대표팀 역사상 베어벡 감독 체제만큼 차출 문제로 혼란을 겪은 시기는 없었다. 작년 11월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지난 1월의 올림픽대표팀의 카타르 친선대회 참가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아시안컵 대표팀 차출 문제가 터진 것이다.

23일은 K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있는 리그데이. 그러나 23일은 아시안컵 개막 2주 전으로, FIFA 규정상 대표팀 소집에 문제가 없다. K리그 구단 측은 23일 리그 경기를 치른 후 대표팀 선수들을 보내기를 원하는 반면, 대표팀 감독인 베어벡 감독은 부상 및 체력 문제를 들어 23일 오전에 선수들을 소집하기를 요구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규정대로 23일 오전 소집을 강행하기로 결정했고, K리그 구단들은 21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피파규정과 상관없이 대표팀을 차출해 장기 합숙훈련을 하던 히딩크 체제와는 달리, 협회 규정을 피파규정에 맞춘 베어벡 체제에서는 왜 이렇게 대표팀 차출 잡음이 끊이지 않을까? 이는 한국축구의 근간인 K리그가 성장했고 우리의 축구행정이 민주화되었음을 의미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분명 지금의 혼란은 피할 수 있는 혼란이었다.

규정의 문제? 일정의 문제!

베어벡 감독은 지금까지 두 차례 대표팀 차출 잡음에서 한 발짝씩 양보해왔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11월에는 K리그 플레이오프 일정을 배려하여 규정보다 늦게 대표팀을 차출했다. 1월에는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카타르 친선대회에 참가하고자 했으나, 구단들은 겨울 전지훈련의 필요성과 규정문제를 들어 차출을 거부했다.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 규정대로 하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대회 참가를 강행하지는 않았다.

베어벡 감독 부임 이래 피파규정을 어긴 대표팀 차출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11월에 대표팀 차출을 연기할 정도로 베어벡 감독은 K리그에 양보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양보에도 K리그 구단들이 대표팀 차출에 난색을 표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K리그 일정에 있다.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대표팀 경기 일정은 보통 6개월 내지 1년 전에 발표되지만, 연맹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일정을 짜고 있다. 구단 역시 상황이 급해지면 대표팀 차출에 불만을 제기하며 행동을 취하기 바쁘다. 지난 11월 아시안게임을 앞둔 상황에서도 수원과 성남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자 선수 차출을 거부하며 축구협회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팀당 총 26경기를 치르는 K리그는 이미 팀당 13경기를 치르며 반환점을 돌았다. 굳이 무리하게 14라운드 경기를 치를 이유가 없음에도 연맹은 23일에 리그 일정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리그컵 준결승전을 20일에 잡은 것도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베어벡 감독이 K리그 일정을 두고 '멍청하다'고 지적한 이유를 곱씹어볼 부분이다.

상부상조가 필요할 때! '솔로몬의 지혜' 나오길

베어벡 감독은 작년 11월 대표팀 차출을 미루면서 K리그 구단들의 향후 배려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규정대로 하자"는 냉담한 반응이었고,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규정대로" 대표팀을 차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베어벡 감독은 부임 이후 단조로운 전술과 부진한 성적으로 줄곧 비난 여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에겐 코엘류라는 명장에게 72시간의 훈련시간을 준 뒤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한 나쁜 기억이 있지 않은가.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 차출을 '강행'한다고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수를 위해 월급을 지불하는 구단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규정에 정해진 차출마저 거부하는 것은 이후 더한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리그 경기를 치른 직후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낸다면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도 높아지며, 이는 결국 구단의 손해로 이어진다. 더욱이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경기가 아닌 정규 리그 경기에서도 구단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베어벡 감독 역시 K리그 일정을 배려할 이유가 없어진다.

축구협회의 설명대로 아시안컵은 한국 대표팀에게 중요한 대회이다. 그리고 대표팀의 훌륭한 성적은 훈련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K리그와 대표팀의 대승적인 화해만이, 서로 배려하며 한 발짝 물러나는 양보만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 21일 K리그 긴급이사회에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솔로몬의 지혜'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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