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9라운드 중 5라운드, 절반이 끝난 시점에서 점수차는 10점차까지 벌어졌다. 세계랭킹 8위의 김지연(33·이상 서울시청)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패색이 짙었고,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스트 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전드라마가 만들어졌다. 10점차가 동점이 되는 순간, 그리고 -10점차가 +3이 돼 45점을 찍는 순간 투구를 벗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동메달을 목에 건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었다.
김지연(33), 윤지수(28·이상 서울시청), 최수연(31), 서지연(28·이상 안산시청)으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45-42로 승리,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5라운드까지 패색이 짙었다.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점수차가 2점에서 10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6라운드 윤지수를 시작으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시작하자마자 실점하며 11점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윤지수는 이후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차를 좁혔다. 치열한 공방 끝에 윤지수가 피스트에서 내려왔을 때 스코어는 26-30. 윤지수 홀로 11점을 쓸어 담았고, 10점차는 4점차로 확 줄어 있었다.
그리고 4라운드 1득점에 그쳤던 서지연이 바통을 이어받아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7라운드 상대가 3점을 뽑아내는 동안 서지연이 홀로 9점을 얻어내면서 동점에 역전까지 성공한 것.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상대에 리드를 가져온 적이 없었던 한국은 6,7라운드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결국 3점차 승리를 만들어냈다.
마치 전날 남자 에페 대표팀을 보는 듯 했다. 에페 대표팀도 전날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이스 박상영이 고전하며 패색이 짙었으나, 형들의 분전으로 동점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여자 사브르 대표팀도 마찬가지. 에이스 김지연이 고전하며 분위기가 기울었으나, 두 후배들이 분투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에이스 김지연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한 끝에 올림픽에 나서 마지막 불꽃을 피웠고, 윤지수도 개인전 아쉬움을 극복하고 단체전에서 꽃을 피웠다. 7라운드 역전을 만들었던 서지연 역시 이번 대회 후보 선수였으나 최수연의 어깨 통증으로 대체 투입돼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날 동메달로 김지연은 홀로 짊어져왔던 여자 사브르의 무게감을, 윤지수는 5년 전 대회에서의 아쉬움을, 서지연은 후보 선수로서의 중압감을, 최수연은 어깨 부상으로 빠진 미안함과 올림픽 첫 출전의 부담감을 모두 지워낼 수 있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메달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