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옛날 이야기인데…."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이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 코치 시절 일화를 꺼냈다. 일본 후쿠오카에 갔을 때 일이다. 대회를 앞둔 대표팀은 스파링 상대가 필요했는데, 롯데 자이언츠가 연습경기 상대로 후쿠오카 야후돔에 갔다. 당시 롯데에는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만 나이 24살의 이대호(39)가 있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성인 대표팀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이지만 당시에는 대표팀 경력이 없을 때다. 직전 2시즌 연속 20홈런을 넘기며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키우던 젊은 피를 류 감독은 기억하고 있었다.
"대표팀이 모여 연습경기를 치를 때였다. 그때는 이대호 선수도 굉장히 어릴 때다. 그런데 경기 중에 내게 다가 오더니 '아, 저도 가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거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만났으니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대표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오늘(24일) 그날이 생각난다. 이대호 선수는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번 타자가 되지 않았나. 당시에는 본인도 상상 못 했겠지만 결국 국가대표가 됐다. 오늘도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
15년이 흘렀다. LG의 사령탑 자리에 앉은 류 감독은 대표팀의 스파링 상대가 되기를 기꺼이 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라이징스타와 평가전에 이어 올스타전이 취소되며 대표팀과 겨루게 됐지만, 류 감독은 24일 평가전에서 기용한 젊은 선수들이 남다른 동기를 부여받기를 바랐다. 류 감독은 "비록 평가전이지만 목표가 생길 수 있다. 또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새로운 영감을 느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이번 평가전에 젊은 선수들을 몇 포함했다"며 "김경문 감독님께서도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가운데 우리 팀과 게임을 할 수 있게 돼 굉장히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날 주축 선수인 김현수와 오지환, 고우석을 상대 팀 선수로 만난 LG는 얇아진 라인업이었음에도 대표팀과 비등하게 싸우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 선수(MVP)로 뽑힌 손주영은 선발 등판해 3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대표팀 타선을 잠재웠다. 손주영은 "대표팀 선수들을 상대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자산이 된 것 같다"며 "대표팀 타자들이 아마 생소한 투수가 나와서 못 친 것 같다. 오늘 경기로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후반기 1군 무대에 선다면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LG는 또 손주영에 이어 이상영(2이닝 2탈삼진 무실점), 이상규(1이닝 2탈삼진 무실점)가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타선에서는 이형종이 안타와 볼넷 1개씩으로 멀티 출루를 기록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비록 9회 말 김혜성의 희생 플라이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LG로서는 여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이날 LG를 상대로 고전한 데 "오늘은 LG 투수들이 더 좋았다"며 "도쿄에 가서도 이런 어려운 경기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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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