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사유가 어떻든 갑작스러운 이탈은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가뜩이나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야구 대표팀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사적 모임 논란을 일으킨 박민우(NC)가 대표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전 2루수가 유력했던 박민우의 빈 자리를 채워야 했고, 자연스럽게 정은원(한화), 안치홍(롯데) 등 2루수의 이름이 언급됐다. 이미 최주환은 수비보다 타격에 중점을 둔 발탁이라 밝힌 바 있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김혜성이 주전으로 2루를 맡을 경우 멀티 능력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투수를 선택했다. 포지션만 본다면 투수, 특히 좌완투수가 부족했고 내야도 기존 자원으로 운영은 가능했기에 납득이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으나, 분명 물음표는 붙었다. 백정현(삼성), 이승호(키움) 등 좋은 성적을 낸 좌완이나,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던 불펜 WAR 1위 강재민(한화) 등을 건너뛰어 낙점받은 건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좌완 신인 김진욱이었다.
이후 선발과 불펜 전천후 활용이 가능했던 한현희까지 빠졌다. 사실상 투수 두 명이 빠진 상황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대표팀의 다음 선택에 시선이 쏠린 가운데 오승환(삼성)이 부름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 당시 최대한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로 투수진을 꾸렸다고 밝혔지만, 이미 고우석(LG)과 조상우(키움)가 있는 상황에서 오승환이 합류하면서 마무리 투수만 세 명이 엔트리를 채우게 됐다.
각자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인 건 맞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봤을 때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확연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투수 두 명이 보강됐지만 보직이 확실하지 않은 경험 많지 않은 투수와 마무리 투수다. 기존에 뽑힌 선발 자원이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거나 팀에서 마무리로 뛰었던 선수들이 긴 이닝을 던져야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내야수 1명이 줄어 야수 운영까지 타이트해졌음은 물론이다.
자리가 한정된 대표팀에 모두가 만족하는 명단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뽑히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쉬움보다 의문이 목소리가 더 커 보인다. 아쉬움과 의문을 가르는 건 얼마나 명확한 기준이 있었느냐다. '플랜 B'는 있었는지, 애초에 '플랜 A'부터 잘못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두 개나 줄었다면 정답에 대한 확률은 높아져야 하는데, 여론과는 '정답' 자체가 달랐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