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정승우 인턴기자) "나는 맨체스터 워딩턴에서 온 23살 흑인 남자 마커스 래시포드다."
12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대표팀은 UEFA 유로 2020 결승에서 이탈리아와의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며 55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꿨던 여정이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승부차기의 결과는 2-3. 실축한 선수들은 마커스 래시포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였다. 모두 흑인 선수들이었다. 경기 종료 후 이들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악플이 SNS상에 쏟아졌다. 선수들의 개인 SNS에 원숭이 이모티콘과 함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퍼부었고 선수들을 조롱하는 댓글을 남겼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는 래시포드였다. 맨체스터 워딩턴의 주택가에 있는 그의 벽화마저 훼손됐다. 이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훼손된 벽화에 꽃과 응원 편지를 붙여 래시포드를 지지했다.
23세에 불과한 래시포드는 작년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기간 영국의 아동 식량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고 이로 인해 520만 파운드(한화 약 82억 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170만 명의 취약계층 아동들의 식사를 도왔다.
이에 영국 왕실은 래시포드의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했다. 래시포드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맨체스터 곳곳에 생겼다. 훼손된 벽화가 위치한 장소는 래시포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래시포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워딩턴 지역이다.
래시포드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안 좋은 승부차기로 팀원과 모든 잉글랜드 사람을 실망시켰다. 공을 찬 이후로 계속 머리에서 맴돌고 있다. 내가 동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하다는 말뿐이다"라며 승부차기 실축을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하루 종일이라도 받을 수 있다. 승부차기 또한 안 좋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고 어디 출신인지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맨체스터 워딩턴에서 온 23살 흑인 남자 마커스 래시포드이다"라며 인종차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래시포드는 "나를 향한 응원에 감사하다. 난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정승우 기자 reccos2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