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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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먹구름을 봐도, 난 그 뒤의 태양을 본다" [현장:톡]

기사입력 2021.05.21 12:11 / 기사수정 2021.05.21 12:13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누군가 말했다. 비가 없이는 무지개도 없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온 후의 태양은 비가 오기 전의 태양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 박정현은 한화가 12-2로 앞선 5회말 정은원의 볼넷 출루 후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어 최재훈의 안타가 나왔고, 박정현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쇄도했으나 아웃 되고 말았다. 3루수의 글러브가 오른손을 향하자 오른손을 빼고 몸을 돌려 왼손을 뻗는 기지를 발휘했지만, 태그가 먼저였다.

수베로 감독은 박정현의 이 주루플레이를 잘못됐다고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치켜세운다. 점수 차가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결과적으로 아웃이 되었기 때문에 나쁜 결정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모습이 좋았고, 뛰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주자로서의 생각이 많이 발전한 부분이 아니었나 한다"고 얘기했다.

'우리만의 방식'이라는 한화 이글스의 캐치프레이즈는 올해 뿐 아니라 앞으로의 팀 방향성을 함축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이야 어떻든 우리는 우리의 춤을 추겠다는 것.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강조하는 '실패할 자유'도 여기에 내포되어 있다. 당장은 '실패'로 정의되는 이 장면이 훗날에는 '발판'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것을 좇아 보이는 것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이 던진 공이, 휘두른 스윙이 매 경기 숫자가 되고, 성적표로 남겨지는 선수들에게는 더 그렇다. 하지만 한화를 이끌고 있는 수베로 감독은 결과보다 방향성을 생각한다. 박정현이 자신의 판단으로 아웃이 되었어도, 그 판단 자체로 플러스 점수를 내리는 이유다.

수베로 감독은 "결과에 집중하다보면 과정이 묻힐 수 있다. 그래서 디테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은 미디어나 팬들의 반응 같은 작은 것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게 코칭스태프와는 다를 수 있다"면서 "우리는 큰 그림을 본다. 매 경기, 심지어 진 경기에서도 장점을 찾으려고 하고, 패한 경기에서도 장점을 10개 이상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런 좋은 모습을 토대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큰 그림이 완성된다. 과정을 잘 따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팀은 침체되지 않는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디테일한 부분을 따라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먹구름을 보고 있다면, 나는 그뒤의 태양을 본다. 과정을 잘 따라주면서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곧 좋을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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