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2.16 08:57 / 기사수정 2010.12.16 09:44
- 2010 스포츠 15人 ① 김연아 상편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빙판 위에는 정적이 흘렀다. 얼음을 가로지르는 거친 스케이트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4년 동안 빙판 위에 인생을 바쳤던 김연아(20, 고려대)는 이 짧은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2010년 2월 26일(한국시각).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피겨 역사상 여자 선수들이 이룩하지 못했던 고난도의 프로그램 클린에 도전하고 있었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점프, 그리고 복잡한 안무와 스텝 뒤에 이어지는 트리플 플립, 트리플 러츠 등에 도전했다. 최고의 기술과 안무를 동시에 완성하려는 스케이터의 집념은 끝내 성공했다.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 중 하나에 속하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김연아는 한 치의 오차 없이 마무리 지었다. 지난 2009-2010 시즌에서 프리스케이팅을 완벽하게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부담이 큰 올림픽 무대에서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올림픽을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했는지는 점프 높이에서 나왔다. 높이와 비거리에서 다른 스케이터와 비교해 차별을 보여주는 점프를 보여준 김연아는 쉬어갈 틈이 없는 프리스케이팅 요소를 소화해냈다.
연기가 끝난 뒤, 김연아는 자신도 우승을 확신했다는 듯 눈물을 쏟았다. 김연아 다음 차례였던 아사다 마오(20, 일본)는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풀이 죽어있었다. 이미 승부는 결정되었고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높은 프리스케이팅 점수인 150.06이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8.50점의 점수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김연아는 최종합계 228.56점의 점수를 받았다. 205.50점의 점수를 받으며 2위에 오른 아사다 마오와의 점수 차이는 무려 23.06점이었다.
올림픽 피겨 역사상 이렇게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정상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김연아는 자신이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임을 증명시킨 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피겨 역사상 전무후무한 그랜드슬램을 이룩했다. 그랑프리파이널과 4대륙선수권,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김연아는 마지막 고지인 올림픽마저 정복했다. 비록,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 2위에 머물면서 전인미답의 한 시즌 그랜드슬램은 이룩하지 못했지만 굵직한 대회를 모두 휩쓸며 피겨 역사의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최고의 연기'를 향해 달려온 14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다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지금까지 출전했던 대회 중, 몸 상태가 최상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는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가 아닌, 오랫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온 우등생의 대답과 같았다.
주니어 시절, 기술적으로 완성형에 들어선 김연아는 캐나다로 무대를 옮기면서 스케이팅과 표현력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완성시키는 '토털패키지'로 진화했다.
김연아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덫은 '부상'이었다. 체계적인 부상 관리에 들어간 2008-2009 시즌부터 김연아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국제무대를 휩쓸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김연아는 10번의 대회에 출전해 8번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2번의 대회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안정된 자세와 빠른 스피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점프 성공률도 거침이 없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최고의 기술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점프의 성공률은 매우 높았다.
비록, 이 시즌에 열린 'Skate America'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룹이 더블 토룹이 됐지만 오랫동안 훈련해온 3+3 콤비네이션의 감각은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위기상황도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9 그랑프리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룹이 회전 부족이라는 판정을 받아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다. 결국, 안도 미키(23, 일본)에 이어 쇼트프로그램 2위에 머물렀지만 프리스케이팅의 선전으로 생애 3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판정을 내린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는 미리암 오버윌러(스위스)였다. 오버윌러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연아 측이 불리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연아의 점프가 다운그레이드와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뛰는 점프) 판정을 받은 대회는 2009년 일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과 2008년 중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 'Cup of China'였다. 공교롭게도 이 2번의 대회에서 김연아의 점프가 잘못됐다고 판정을 내린 이는 오버윌러였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오버윌러를 다시 만났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연아의 점프 탄력과 회전력은 올림픽에서 더욱 살아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기본기는 가장 중요한 올림픽 무대에서 빛을 발휘했다.
김연아가 큰 부상을 다하지 않고 최상의 몸을 유지하는데 큰 공헌을 한 물리치료사인 송재형 전 트레이너는 "물리 치료과정은 매우 힘든 고통이 뒤따른다. 김연아는 이러한 과정을 잘 따라와 줬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한국의 피겨 역사는 물론, 여자 싱글의 개념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자신의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2010-2011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고 2011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만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4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브라이언 오서(49, 캐나다) 코치와 결별하는 등 새로운 길이 김연아의 앞에 펼쳐졌다.
-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올댓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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