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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인 열전] '질주본능' 제갈성렬 "나는 뼛속까지 빙상인"

기사입력 2010.12.02 11:36 / 기사수정 2010.12.02 11:36

이철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철원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원조 스타 제갈성렬이 한국 빙상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돌아온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이 오는 11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를 시작으로 국제심판으로서의 활동을 펼친다.

국제심판으로서의 활동시작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해설논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일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과 2시간에 걸친 마라톤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올림픽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나로 인해 올림픽 때 감정이 상하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잘잘못을 떠나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것에 통감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또 연맹 기술위원으로써 대표팀을 위한 업무와 내가 맡고 있는 춘천시청 팀의 훈련도 진행하고, 대학 강의와 기업체 특강도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촌에 첫 입촌했던 바둑 대표팀에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을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강의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난 후 관계자로부터 감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국가대표 선배로서 너무나 뿌듯했다.

그리고 지난 7월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게 됐다. 5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 같다.

- 국제심판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선수시절에 국제심판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선수생활을 하던 90년대 중반은 한국이 세계 스포츠무대에서 약소국가였다. 그로 인한 억울한 일과 심판진을 통한 불이익을 많이 겪었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국제대회에서 스타트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정확한 근거 없이 실격판정을 받았었다. 국제심판 자격 획득은 그 당시 마음먹었던 일이다.

5년간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자격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국제심판이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시합에서 기를 펴고 시합을 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최재석 前 빙상연맹 스피드스케이팅 부회장님이 세계빙상경기연맹 최고 감독관으로, 스타터로는 오용석 단국대 감독님이 한국을 대표해 활동하고 계신다. 나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심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겠다.

오는 9일에 일본으로 출국을 하는데 작년 세계주니어 월드컵 대회 이후 처음으로 세계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메이저 경기를 배정받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일들이 있어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최대한 즐겁게 해보려 한다.

- 풀리지 않은 일들이란 동계올림픽 때 해설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종교적인 부분에서의 실수는 이미 충분히 사과를 드렸다. 후배들의 선전에 해설자가 아닌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흥분했다. 다시한번 자리가 주어진다면 진심 어리게 사과를 드리고 싶다. 변명이 아니라 정말 나의 잘못을 인정한다.

마음이 아팠던 점은 열심히 했는데 의도치않은 다른 사항 때문에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 되고 퇴색됐기 때문이다. 해설에서 중도하차한 이후 너무 괴로워서 혼자서 눈물 흘릴 때가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규혁이가 오히려 나를 위로해줬다. 많은 사람들이 형의 해설을 좋아했었고 지지해주니까 힘내라고 해주더라.

잘못한 것은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은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쉽고 힘이 빠진다. 앞으로 동계스포츠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많은 역할을 하고 싶은데 지금의 내 마음상태로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 종교문제와 더불어 문제가 됐던 것은 스벤 크라머 선수의 실격 부분이다. 왜 실격 즉시 지적하지 못했나?

2002년 김동성 사건도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여자계주가 금메달을 박탈당했듯이 스케이트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알 수가 없다. 심판진의 최종 결정이 난 이후에 알리고 싶었다. 심판결과가 나온 이후 내가 결과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방송시간적인 면에서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 나의 부족함과 실수에 대해서 깨끗이 인정한다.

나는 국가대표 생활만 15년 이상한 빙상인으로서 판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값진 은메달을 외쳤을 뿐이다. 다만 경기 도중 크라머의 실수에 대해서 시청자분들께 언질을 줬어야 했는데 못한 것은 나의 방송적인 부족함이다. 전문 해설인도 아니었고 올림픽 같은 큰 대회 방송도 처음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강하겠다.

- 중계 당시 스벤 크라머의 실격사유를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당시 이승훈의 시합이 끝나고 스벤 크라머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용수 장거리 대표팀 코치에게 해설 도중 전화를 걸었다. 초등학생 선수도 하지 않는 '주로 이탈' 실수를 스벤 크라머가 하길래 믿어지지가 않아서 중계용 이어폰도 뺀 채 전화를 걸어 "이거 진짜 스벤이 인코스로 두 번 들어간거 맞지?"라고 물어봤다.

이에 김용수 코치가 맞다고, 경기가 끝나고 심판진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줬다. (기자가 김용수 前 대표팀 코치에게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스벤 크라머 경기도중 제갈성렬 해설위원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정말 나로서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실격이라고 했는데 만에 하나라도 심판이 인정 안 하면 어쩌나. 실제로 작은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실격판정이 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사람들은 '해설자가 그것도 몰랐냐' 이렇게 본다. 그 부분은 정말 억울하다. 방송에서 해명 기회가 주어졌으면 이 얘기도 했을 것인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혼자 속앓이를 했다.

- 이 두 가지 논란 외에도 너무나도 열광적인 해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시청자들이 있었다

선수로서 올림픽에 3번 나갔지만 매번 실패였다. 현장에서 후배들이 그렇게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치는데 빙상인의 입장으로서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감동받고 행복해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그런 마음을 국민들과 나누고 싶었다.

당시 나를 향한 비난과 비판, 악성댓글조차도 감사했다. 선수시절에 금의환향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누구 하나 관심 가져주거나 질타해준 사람이 없었다. 올림픽 당시 스케이트에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셨다면 난 그것으로 행복하다. 그럴 수 있다면 비난도 감수할 수 있다.

끝없는 비난과 논란에 자진해서 해설에서 하차하자 올림픽 이후 잡혀있던 방송스케줄과 여러개의 광고도 취소됐다. 하지만 해설을 부와 명예를 위해서 한 일도 아니었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적인 현장에 있을 수 있었기에 난 자부심을 느낀다.

-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제갈성렬 어록'에 열광했던 시청자들도 많았다

내가 다시 봐도 웃기더라. 나름대론 진지하게했던건데 어떻게 저런 말을 했을까(웃음).

이상화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했던 독일의 예니 울프를 빗대서 "한국 김치와 소시지의 힘이 맞붙었다, 맥주와 막걸리 중에 어떤 것이 강할까?" 등의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캐스터와 호흡이 좋았다. 딱딱했던 정통적 해설에서 벗어나 활동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시합중 자주 외친 "하나 둘! 하나 둘!" 구호를 시청자들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방송을 보면서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는 감동받았다. 일각에서는 "저런 구호를 외치다니, 초등학생이냐" 라고 비판했지만, 그 구호는 언어만 다를 뿐, 스피드스케이팅에 있어 전 세계적인 공통 응원이다.

내가 상대선수를 웃음거리로 삼았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 선수를 놀린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프랑스 대표 선수 중에 잘 타는 선수가 있었다. 스케이트 실력도 좋지만 공부도 정말 잘하는 선수로 프랑스에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림픽 시즌에서는 전년에 비해 성적이 안 좋길래 "너무 공부만 했나요?"라고 말했는데 시청자분들께 오해를 줬던 것 같다.

해설이 끝난 후 시청자 분들께 "스피드스케이팅이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인 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다.

- 재미를 위해 전문성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경기 하이라이트만 본 사람들은 내가 소리지르는 것만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가 경기를 진행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스케이트날을 45도로 놓고 몇 번으로 스텝을 맞춰야 하는 등 그런걸 왜 말하나. 우리 선수가 탈 때면 더 잘하라고 응원하고 힘을 줘야지.

대신 다른 국가 선수들이 시합을 탈 때는 틈을 내서 기술·체력·심리적인 측면, 장비와 훈련, 시합 준비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 선수가 탈 때는 같이 응원해주는 역할이었다. 하이라이트 말고 전체 영상을 보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2008년에 국내 최초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DNA를 통해 경기력을 분석하는 내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밟았고, 후속 논문도 계속 쓰는 등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님, 나윤수 송호대 교수님과 공동으로 전문적인 빙상서적을 만들고 있다.

내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에 이번 해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체육연구원 전문가들도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더라.

- 현장에 다른 국가 해설진들도 많이 왔었다. 그들은 어떻게 중계를 했나?

올림픽에서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한 캐나다의 르메이돈, 90년대 초·중반 여자 단거리를 휩쓴 중국의 예차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0.05초 차이로 이규혁을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의 웨네마르스 등 다른 나라도 유명선수출신들이 해설을 했다. 그들 모두 현장감을 전하기 위해 목소리가 엄청났으며, 서로 난리가 났다. 그렇기에 나 역시 정통적인 해설 개념을 벗어나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관중석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해설을 해주고 싶었다.

예차보는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딴 왕베이싱이 지나갈 때 헤드폰을 빼고 소리를 지른 뒤 다시 헤드폰을 착용하고 중계를 했었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해설자들은 모두 선수출신이었고, 모두 열정적인 중계를 했다.

내가 해설에서 중도하차한 이유를 듣고선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더라. 선수출신의 해설을 들으면서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까지 했다. 심지어 르메이돈은 안아주면서 눈물까지 보이더라.

솔직히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경기는 지루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스피드스케이팅을 중계할 때는 시청자들이 타 선수 경기도 흥미있게 볼만큼 긴박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현장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흥미있어 할 만큼 스케이트 해설이 이만큼 이슈가 된 적이 있었나. 내가 방송에서 수위조절을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 해당 방송사에서 올림픽이 끝난 후 방송을 통해 심경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안 했는지?

안 했다기 보다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해설의 기회를 준 방송사에 감사하며 여전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틀에 끼어있지 않은 해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에 국민들과 호흡할 수 있었고,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가 마음졸이며 중계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하면서 태극마크에 자부심을 가졌듯이 올림픽때는 해당 방송사 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가서 자부심을 느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다시한번 감사한다. 이미지 회복에 대한 기회를 준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 귀국 후 법정스님을 조문했었다. 기사화된 내용에 네티즌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조문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원래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불교신자인 김흥국 씨께서 분향소를 함께 방문하자고 말씀하셔서 흔쾌히 따라나서게 됐다.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지만 공인과 함께 방문하다 보니 기사화가 됐다. 그로 인해 '가식적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어 또다시 마음에 상처를 받았고, 진심이 통하지 않아 아쉬웠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나를 안타까워하고 격려해주셨던 배우 유오성과 가수 김장훈, 김흥국씨 등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유오성 씨는 스피드스케이팅에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져주신다. 지난 10월 시합에도 중요한 스케줄을 연기한 채 대표팀을 응원하러 와주시는 등 평소에 빙상장을 많이 찾아주시고, 이규혁이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서 우승을 앞두고 넘어졌을 때는 "출국 전에 내가 잘 챙겨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자책하기도 하셨다.

이렇게 빙상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내가 힘을 낼 수 있었다.

- 일각에서는 단독중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제갈성렬 해설위원이 집중포화를 맞은 경향도 있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해주셨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해설로 나오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중계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흥분을 하는 등 더하면 더했지 덜한 해설은 하지 않았다. 선수출신으로서 후배들의 노력과 땀과 눈물을 알기에 소리를 치게 되고 응원을 하게 되는 모습은 이미 동계올림픽 때마다 늘상 보여지던 모습이었다. 해설 도중 흥분했다고 해서 9시 뉴스에 네 차례나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어떤 방송사, 어떤 언론에서건 빙상발전을 위해서 나를 불러준다면 달려가서 최선을 다하겠다.

- 방송에 욕심이 있어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에 욕심이?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린 소리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현역 스포츠스타도 아닌데 무슨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방송에 욕심을 내겠는가. 되려 악플만 늘겠지(웃음).

하지만, 김장훈씨께서 나의 입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며, 내가 방송을 통해 관심 받지 못하는 스포츠를 사람들에게 대중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내가 망가지고 욕을 먹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을 통해 스피드스케이팅과 동계 스포츠 종목을 알리고 싶다. 비인기 종목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 싶다.

대중들이 동계 종목에 관심을 가져주고 흥미를 가질만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중들에게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난 연예인이 아닌 한 사람의 빙상인 일 뿐이다.

- 빙상과 동계스포츠의 발전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평창 동계올림픽 자문위원이었기 때문에 유치를 위해 하고싶은 일들이 많다. 국민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홍보하는 대중적인 역할을 하고 싶지만 이 상황에서는 대외활동이 힘들다. 방송을 통한 공식적인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은 "우여곡절도 많았고 아픈 일도 많았다"고 운을 뗀 후 "하지만 한국 빙상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해설 등 여러 활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고, 국제심판으로서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해설위원들은 늘 '일반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어려운 부분들을 세세하게 파고들어서 설명할 것이냐, 시청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방송사에서 유명 선수출신들을 해설로 섭외하는 이유는 이론적인 전문성보다는 현장감, 선수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캐스터나 전문해설위원이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일시적으로 해설을 맡게 된 선수출신 해설위원들에게 실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또 다른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지금 한국 빙상은 유례없는 최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오해를 풀어주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언론'-실수에 대한 사과를 받아들이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지금의 전성기를 계속해서 유지시켜 나간다면 훗날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또 다른 이야기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후 제갈성렬 춘청시청 감독의 미니홈피를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그런데 한 편의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분명 제갈성렬 당시 해설위원은 하차한 상태였는데 김정일 캐스터의 옆에서 해설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방송에 자신의 목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마이크를 위로 올리고 종이에 중요한 사항을 체크해 주면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방송 관계자가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촬영해줬다는 이 영상은 지난 여름에서야 미니홈피에 올릴 수 있었다. 올림픽이 끝난 직후 영상을 공개하면 또 다른 오해에 부딪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과 호불호(好不好)를 떠나서 빙상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만은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사진 = 제갈성렬 (c) 이철원 기자]



이철원 기자 b3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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